수도권은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긴장 풀린 주말이 위기 부른다
서울·경기·인천 위기로 몰아넣은 이태원 유행도 황금연휴에 시작
공공시설 문 닫고 방역당국은 연일 경고…위기감은 예전만 못해
by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이영성 기자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이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했다. 방역당국이 5월 29일부터 6월 14일까지 17일 동안 수도권 내 모든 공공·다중이용시설 운영을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조치를 내린 게 첫 번째 신호다.
방역당국은 이를 '강화된 생활 속 거리두기'로 표현하며 '사회적 거리두기'와 선을 그었지만, 예전의 갑갑한 생활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수도권 유흥시설은 셧다운(shutdown·임시휴업) 상태이고, 노래방과 PC방도 생활 속 거리두기 시절처럼 마음대로 가기 어렵다.
지난 6일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시작한지 불과 20여일 만에 수도권이 백기를 들었다. 이번 주말 수도권 내 대규모 인구이동이 이뤄지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상황은 통제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방역당국 "당분간 약속 취소해 달라"…수도권 모든 공공·다중이용시설 셧다운
가장 위험한 코로나19 유행 지역은 대구·경북이 아닌 수도권이다. 2~4월까지 잔불이 끊이지 않았던 대구·경북은 이제 일일 신규 확진자가 없거나 많아도 1~2명 발생하는데 그치고 있다. 반면 서울과 경기, 인천은 매일 두 자릿수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다.
5월 들어 두드러진 현상인데,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한 코로나19가 부천 쿠팡 물류센터로 연쇄전파를 일으키며 두 시설에서만 누적 확진자 수가 370여명에 달한다. 두 시설을 중심으로 N차감염이 계속되고 있어 언제 불길이 잡힐지 장담하기 어렵다.
그 여파로 수도권은 이미 통제된 삶으로 돌아가고 있다. 연수원과 미술관, 박물관, 공원, 국공립극장 등 수도권 내 모든 공공·다중이용시설은 오는 6월 14일까지 운영할 수 없게 됐다. 일시적인 조치지만,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따라 더 연기될 수 있다.
방역당국은 수도권 유흥시설에 대해서도 6월 14일까지 운영 자제를 권고하고, 영업을 하는 업소를 상대로 점검을 강화할 예정이다. 학생에게는 학원과 PC방 이용을 자제할 것을 거듭 권고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28일 브리핑에서 "수도권 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주관하는 행사도 불요불급한 경우가 아니면 취소하거나 연기하겠다"며 "공공기관은 시차 출퇴근제, 재택근무제 등 유연근무를 적극 활용해 많은 사람이 일시에 밀집되지 않도록 조치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공공 부문에 한해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민간 영역도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방역당국은 여러 차례 브리핑을 통해 "수도권 주민의 경우 당분간 약속이나 모임을 취소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이태원 클럽과 쿠팡 물류센터에 의한 지역사회 감염이 계속되고 있고, 방역망 밖 또 다른 유행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가급적 집 밖으로 나가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방역당국은 수도권은 지역사회 감염에 위험한 지역이라는 평가도 내린 상태다. 나들이와 외출이 잦아지는 이번 주말이 수도권 유행 수준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역학조사를 통한 방역망 추적이 이뤄지고 있지만 수도권은 감염전파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당분간 외부 출입을 최소화하고 스스로 보호하는 노력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밥약속 나하나 쯤이야"…위기감 옅어질수록 아이들 학교와 친구 잃을 처지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비해 코로나19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이 다소 무뎌졌다는 반응이 나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대량 검사와 발 빠른 추적으로 요약되는 'K-방역'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방역당국만 믿고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경기도 광명에 거주하는 사진작가 김동현(39·남)씨는 "코로나19가 국내에 유입된 지 약 4개월이 흘렀고, 정부 방역능력도 신뢰할 만하지 않느냐"며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마스크를 쓰고 외출하지만, 긴장감이 다소 풀린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 3~4월과 비교하면 밥 약속, 술 약속이 조금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쿠팡 물류센터 뉴스를 보면 조금 걱정되지만, 그렇다고 사회생활을 중단하기도 어렵다"고 호소했다.
현재 수도권 유행 상황은 비관론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29일 브리핑에서 "수도권 지역은 위기상황"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데는 긴 시간의 안정적인 (확진자) 발생을 평가하지만, 강화할 때는 신속하게 위험을 예측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8일 브리핑 때도 "추적하는 확진자 수나 노출된 공간이 많아지면 어느 정도 거리두기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 수도권에 한해 사회적 거리두기로 다시 전환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는 발언으로 들릴 수 있는 내용이다. 정은경 본부장은 브리핑을 통해 여러 차례 "수도권 상황을 안심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수도권을 위기로 몰아넣은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은 일명 황금연휴 기간인 4월 말과 5월 초에 집중적으로 감염이 일어났다. 이번 주말에도 유사한 일이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 방역당국이 거듭 외출 자제와 모임 취소, 개인방역 수칙 준수를 강조하는 이유다.
수도권 학교는 등교수업이 기로에 서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9일 오전 10시 기준 등교를 중지하거나 연기한 유·초·중·고·특수학교는 모두 830곳이다. 지역별로는 쿠팡 물류센터가 위치한 경기 부천이 251곳으로 가장 많았다. 인접 지역에도 영향을 미쳐 인천 부평구에서 153곳, 계양구에서 89곳, 서구에서 1곳 등이 등교수업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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