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규제 답변 기한, 일본은 '묵묵부답'…정부 "상황 지켜봐야"

정부 "일본 측과 커뮤니케이션 지속 중…향후 계획 속단 어려워"
통상전문가 "日 답변 가능성 희박…정상화 과정 중 일부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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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정부가 일본의 수출 규제 해제를 요구하며 제시한 답변기한인 '5월말'이 다가오고 있지만, 일본은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정부는 아직 기한이 남아있는만큼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30일 통상당국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12일 우리 정부가 요구했던 수출규제와 관련해 현재까지 구체적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당시 정부는 일본에 도체·디스플레이 3개 핵심소재(EUV레지스트, 불화 폴리이미드, 불화수소)에 대한 수출 규제와 화이트 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한 것에 대한 일측의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밝혀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강화하며 제기했던 사유가 모두 해소됐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정부가 제시한 기한인 5월말까지는 이틀 밖에 남지 않았다. 더구나 30, 31일이 주말인 점을 고려하면 지난 29일이 '데드라인'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본 정부부처가 주말에 공식입장을 낸 전례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아직까지 좀 더 지켜보겠다는 반응이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주말이긴 하지만 아직 이틀이 더 남은 상황"이라면서 "그간 일본 측과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은 해오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일본은 대한민국 대법원의 일본제철 강제징용 소송 배상 판결을 계기로 지난해 7월부터 우리나라를 상대로 3개 품목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단행했다.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촉발 원인이었지만 일본은 수출규제 명분으로 △양국 간 수출관리정책대화가 장기간 열리지 않아 신뢰 관계가 훼손된 점 △재래식 무기에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물자의 수출을 제한하는 '캐치올' 규제가 미비한 점 △수출심사·관리 인원 등 체제의 취약성을 내세웠다.

이에 우리 정부는 일본이 제기했던 수출규제의 명분을 모두 해소했고, 이후 일본 정부에 대한 문제해결을 촉구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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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이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일본 수출규제 관련 대응현황 및 향후계획' 브리핑을 하하는 모습. /뉴스1 DB © News1 장수영 기자

일본은 우리 정부의 공식 촉구가 있었던 지난 12일 "다양한 레벨에서 대화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이후에는 별 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일본 정부의 답변이 없을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재개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통상당국 관계자는 '플랜B'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상황은 없다"고 말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이번 상황에 대해 한-일 통상 관계를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현재 일본의 국내외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애초에 일본의 답변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면서 "우리 정부도 일본의 수출규제가 근본 이유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요구사항을 한 차례 축적해놓는 효과 정도를 기대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모두 무역을 정상화하기 위한 의지를 가지고 문제를 풀어야한다. 현재로서는 합의점을 찾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