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左派와 자산가 右派가 불평등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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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5.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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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과 이데올로기|토마 피케티 지음|안준범 옮김|문학동네|1300쪽|3만8000원

드디어 번역본이 출간됐다. 7년 전 낸 '21세기 자본'으로 일약 스타 경제학자로 떠오른 토마 피케티(49·사진) 파리경제대 교수가 낸 후속작이다. 지난해 9월 프랑스 출간 당시 화제를 낳으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전작(前作)이 경제에 치중했다면 이 책은 역사와 정치를 포괄한 종합 사회과학에 가까운 모습을 띤다고 경제학자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평했다.

일반 독자가 1300쪽 책을 읽기란 쉽진 않다. 핵심 주장은 명료하다. 어느 시대든 불평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는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일 뿐이라고 피케티는 지적한다.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유럽 신분 사회를 비롯해 역사적으로 불평등 체제를 상세히 서술한다. 인구구조와 불평등 관련 통계도 자세하다.

현대 사회는 한국의 강남 좌파 같은 인텔리 고소득 계층인 '브라만 좌파'와 자산 엘리트 계층인 '상인 우파'가 적대적이지만 공존하는 관계를 맺으며 불평등 체제를 온존하고 있다고 말한다. 불평등 체제를 타파하기 위해 '일시 소유'와 '사회적 소유'를 기반으로 하는 참여사회주의를 제안한다. 누진소유세를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만 25세 청년에게 유럽 성인 평균 자산의 60%에 해당하는 12만유로(약 1억6000만원)를 '기본 자본'으로 주자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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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정 객원기자

일정 금액을 기본소득으로 주는 방안은 향후 우리 사회에서도 큰 쟁점이 될 것이다. 보수 정당도 기본소득 논의를 하고 있는 만큼 피케티의 주장은 크게 주목받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같은 수출 의존 경제 구조에서 수출 변동성이 있을 때 과연 기본소득이 지속 가능할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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