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아내 간병한 지 10년… 인생 앞에서 겸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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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5.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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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어|아서 클라인만 지음|노지양 옮김|시공사|312쪽|1만7000원

"이 사기꾼 내보내고 내 진짜 남편 찾아와요." 40년 넘게 함께한 아내가 남편을 알아보지 못했다. 아내의 치매는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후두엽에서부터 시작됐다. 몇 년에 걸쳐, 아내는 좋아하던 그림 수집과 영화 관람부터 평생을 쏟아부었던 연구까지 하나씩 포기해야 했고 자아도 흐릿해져 갔다.

하버드대 정신의학과 교수인 저자에게도 간병은 지독하게 외롭고 지리멸렬한 싸움이었다. 아내를 간병한 10년의 기록과 함께 돌봄을 경시해왔던 의료계에 대한 뼈아픈 비판을 담았다. 첨단 기술이 발전하고 병원이 관료화되면서 의사와 환자의 거리는 더욱 멀어졌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돌봄을 통해 더 나은 인간으로 거듭났다고 고백한다. 야망과 성공만을 좇던 인간에서 벗어나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 앞에서 겸손해졌다. 그는 돌봄의 핵심을 '옆에 있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공포와 무력감 속에서도 곁에서 인간적인 유대감을 나누는 일이자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한 일"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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