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환상 넘나들며 존재의 의미 탐구하는 두 유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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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5.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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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숲|니콜 크라우스 지음|민은영 옮김|문학동네|368쪽|1만 4500원

미국의 유대계 여성 작가 니콜 크라우스(46)의 장편 '어두운 숲'이 번역됐다. 유대인 특유의 정신과 입심으로 실존의 의미를 때로는 풍자적으로, 때로는 철학적으로 탐구한 소설이다. 2017년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평생 억척스럽게 재화를 모은 변호사와 일찍 유명 작가가 된 여성 소설가가 번갈아 가며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두 인물은 이야기 속에서 겹치지 않지만, 미국에 사는 유대인이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성공 가도를 달리던 두 사람이 평온한 일상의 균열을 느끼고, 자기 환멸에 빠지게 된다. 물신(物神)을 좇던 변호사는 느닷없이 정신적 가치의 신비를 추구한다.

'그는 삶의 거센 물결에 뛰어들어 헤엄치느라 바빠서 물결 위로 고개를 내밀어본 적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저 멀리 지평선까지 풍경 전체가 보이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럴 때면 그는 기쁨과 갈망이 반씩 섞인 감정에 휩싸였다.'

소설 속 여성 작가는 더 이상 글쓰기의 동력을 찾지 못한 채 결혼 생활도 위기를 맞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내가 동시에 두 곳에 존재한다는 다중 우주론'에 빠져든다. 삶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마치 전경과 후경이 바뀌어 보통 때는 정신이 차단하는 모든 것을 볼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파악 가능한 것들로 이뤄진 자그마한 섬을 둘러싼 무한하고 광대한 불가해(不可解)를'이라고 한다. 두 주인공이 나란히 고향 이스라엘로 돌아가 저마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든 채 기묘하게 존재의 탐구에 빠져드는 과정이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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