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터처블!… 특급 투수로 진화한 구창모

공 놓는 포인트 높여 구위 상승… 돌직구에 포크볼까지 자유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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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5.30 05:00 KBO 리그 5년 차 좌완 투수인 구창모(23·NC)는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뜨거운 이름이다. 29일 현재 평균자책점(0.62), 탈삼진(32개), 피안타율(0.115), 이닝당 출루허용(0.66) 등 대부분 투수 지표 1위에 올라 있다. 구창모를 앞세운 NC는 프로야구 출범 후 개막 20경기 최고 승률(0.850, 17승3패)을 올렸다.

릴리스포인트 높이자 높게 날았다

최근 창원 NC파크에서 만난 구창모는 "팬들이 'NC는 구창모 덕분에 행복하다'를 줄여 '엔구행'이라고 많이들 하시는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며 "내 야구도 잘되고, 팀도 잘나가니 야구장 출근길이 정말 즐겁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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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년 전만 해도 그는 평균 아래 투수였다. 2018년 성적은 5승11패, 평균자책점 5.35. 제구가 불안했고, 잘 던진 날도 타선이 받쳐주지 않았다. 구창모는 "2018년 선발로 초반 승리 없이 10패를 하면서 선발승이 얼마나 어려운 것임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 간절함으로 지금도 1구, 1구 던진다"고 했다.

지난 시즌 데뷔 이후 처음으로 10승(7패)을 달성한 구창모가 올해 리그 최고 투수로 자신을 업그레이드한 비결은 무엇일까. KBO 공식 기록 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 통계에 따르면 올 시즌 직구와 포크볼 등의 릴리스포인트(공을 놓는 위치)가 작년보다 4~6cm 정도 높아졌다. 릴리스포인트가 높아지면 투구에 더 많은 힘이 실린다. 구창모의 직구 평균 시속은 2019년 142.5km에서 올해 144.0km로 빨라졌다. 그는 또 투 스트라이크 이후 승부에서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는 포크볼(스플리터) 구사 비율을 늘렸고, 지난해보다 낙폭이 커진 이 공에 타자들의 방망이가 헛도는 경우가 많아졌다. 스트라이크존보다 낮은 구역에 떨어지는 포크볼 헛스윙 비율(헛스윙/전체스윙)이 지난해 59.6%에서 73.3%로 크게 증가했다.

원바운드 되는 경우가 잦은 포크볼을 자신 있게 던지려면 믿음직한 포수가 있어야 한다. NC에는 가장 안정적인 블로킹 능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는 양의지가 버티고 있다. 구창모는 "변화구를 잘 던져야 리그 최고 수준인 직구 위력이 배가된다는 양의지 선배의 조언에 변화구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애를 썼다"며 "예전엔 타자와의 승부에 신경 썼지만, 지금은 포수를 믿고 내가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공을 던지는 데만 집중한다"고 했다.

한국 야구 대표 좌완 계보 잇는다

구창모는 어릴 때부터 왼손으로 밥을 먹고 왼손으로 글을 썼다. 그는 "한양대까지 선수 생활을 한 아버지와 야구를 먼저 시작한 형 모두 오른손잡이였는데 나는 태생부터 왼손잡이였다"며 "형이 운동을 더 잘했지만, 아버지는 왼손잡이가 유리하다며 나를 야구 선수의 길로 가게 했다"고 말했다. 울산공고 시절엔 지역에서 꽤 알아주는 투수였지만, 전국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같은 해 드래프트에 나온 엄상백이나 주권(이상 KT), 김민우(한화), 최원태(키움)에 비하면 한참 떨어졌어요. B나 C급이었죠. 그래서 어떻게 하면 공을 잘 던질까 자나깨나 고민하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훈련했어요. 저는 천재형이 아닌 노력형이라 자부합니다."

구창모는 "류현진의 정교한 제구력, 김광현의 역동적인 투구, 양현종의 경기 운영 능력을 닮고 싶다"고 했다. 셋은 한국 야구가 배출한 대표적인 좌완 에이스이다.

구창모는 31일 대구 삼성전 등판이 예정돼 있다. 같은 좌완 '영건'으로 올해 3승, 평균자책점 1.88을 기록 중인 최채흥(25)이 삼성 선발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최채흥은 최근 "구창모는 내가 되고 싶은 유형의 선수다. 직구 구위는 최고"라고 말했다. 구창모는 "나 역시 구석구석을 찌르는 최채흥의 제구력이 부럽다"며 "정말 재미난 대결이 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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