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을 말한다] 죽은 자의 집 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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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5.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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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 죽음현장 특수청소부

살아있는 자가 죽은 자를 애도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누군가는 장례식장 외진 곳에서 먼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 연기에 긴 한숨을 보태고, 누군가는 멈추지 않는 눈물과 가슴 치는 통곡으로, 또 누군가는 침묵과 굳게 다문 입술로, 또 다른 누군가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짧은 문자로…. 그 어떤 심정이든 절실하지 않으랴. 어쩌면 인간이란 '애도하는 존재'. 우리는 일생을 통틀어 먼저 떠난 누군가를 애도하며 살아가고, 남아 있는 누군가의 애도를 받으며 죽는다.

여기, 사람이 죽고 오래 방치된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군말 없이 치우는 청소부가 있다. 일찍이 배운 것이 하필이면 시(詩), 얼굴을 맞대고 말을 건네는 것보다는 글을 쓰는 편이 더 익숙한지라 청소부가 선택한 애도의 방식은 책을 쓰는 것이었다.

죽음이란 참 신비한 것. 죽음 언저리에서 일하는 자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죽음의 곁을 들여다보았더니, 어째서인지 시들했던 하루가 더 생생해지고 도리어 사는 행복이 돌아오는 것 아닌가. 나를 옭아매던 어제보다는 오늘이, 내일 들이닥칠 우려보다는 지금 내 앞에 있는 사소한 것이 더 귀하게 보인다. 죽음을 돌아보니 오히려 삶이 더 절실해진다는 이야기다. 이 놀라운 경험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제목이 '죽은 자의 집 청소'(김영사)라고 해서 집을 쓸고 닦는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다. 기왕 쓸고 닦자고 나선 김에 내 마음의 때를 지우고 비우게 된 속내도 담았다. 세상에 과연 이런 일도 있나 싶은, 난감하고 비장한 사연들도 함께 엮었다.

이 세상에 나뒹구는 잡다한 이야기를 쓸어 모은 청소부가 정녕 전하고 싶은 것은 사랑! 이 글을 읽는 당신이란 존재의 소중함이다. 그것이 누군가의 죽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청소부가 염치도 모르고 책을 써서 세상에 들이민 진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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