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속 사드 장비 기습 반입…진땀 흘리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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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주한미군 성주기지 앞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습니다. 경찰 3,700여 명이 소성리 마을에 집결했고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 등 수십 명이 기지 앞 진입로를 막아섰습니다. 경찰이 농성자들을 강제 해산시킨 뒤 오전 5시 30분쯤, 미군 차량이 줄지어 기지로 들어갔습니다.

어젯밤(28일)부터 오늘(29일) 아침까지 이어진 주한미군의 '지상 수송 작전'. 우리 국방부와 경찰까지 지원에 나선 작전 끝에 성주기지로 반입된 건 유도탄을 비롯한 사드 장비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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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9일) 새벽 주한미군 사드기지로 진입하고 있는 미군 차량

"노후한 사드 유도탄 동종·동량 교체"

국방부는 경찰과 주민 간 대치가 시작되고 한참이 지난 새벽 4시 30분에야 '주한미군 성주기지 지상수송을 지원하고 있다'고 언론에 공지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수송이 모두 끝난 뒤에 알려졌습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국방부는 어젯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주한미군 성주기지에 대한 지상수송을 지원했다"며, "주한미군사령부가 올해 초 국방부로 지원을 요청했고, 국방부는 유관부처 회의를 통해 지원을 결정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최 대변인은 "주한미군 성주기지는 기존 골프장시설을 대규모 개선 공사 없이 사용해 장병들 생활여건이 대단히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다"라며, "기지에서 근무하는 한·미 장병들의 건강, 위생 및 안전 등을 보장하기 위한 일부 시설물 개선 공사가 필요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사드체계 일부 장비의 성능보장 및 안전성 확보를 위해 노후장비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최 대변인의 말 가운데 중요한 건 뒷부분입니다. 오늘 기지에 반입된 것들이 단순 시설 공사 장비뿐만 아니라 사드체계 장비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오늘 오전 기자들과 만나 성주기지에 반입한 장비는 유도탄과 데이터 수집을 위한 전자장비, 발전기 등이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운용 시한이 도래한 기존 장비를 교체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에 기지로 운송한 미사일은 기존에 성주기지에 있던 것과 같은 종류라고 이 관계자는 밝혔습니다. 유도탄 몇 개를 교체한 건지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전체 수량에 변함이 없다고도 강조했습니다. 또, 사드 발사대 등이 추가로 국내에 반입된 것 역시 없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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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장비 수송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는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

"사드 성능 개량 아니다"…선 그은 국방부

국방부 관계자는 반입 장비가 '사드 성능 개량'과는 무관하다는 점도 명확히 했습니다. 국방부의 다른 관계자도 사드 성능 개량과 무관한 것은 분명하다면서, 이를 확인하고 수송 지원을 결정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미군이 추진하고 있는 사드 성능 개량이 가시화되지 않았고, 현실화되기까지는 몇 단계가 더 남았다고도 설명했습니다. 남태평양에서 성능 개량 시험평가를 했는데 몇 가지 문제점이 발견돼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국방부가 이번 장비 교체는 사드 성능 개량 목적이 아니라고 명확히 선을 긋는 데에는 사정이 있습니다.
미국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 7개 사드 포대를 운용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성능 개량을 순차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2017년 사드 레이더의 종말모드와 전방모드 통합통제 소프트웨어를 개선하고, 2019년에는 원격 발사 관련 시험을 시행했습니다. 유도탄, 즉 요격미사일도 사거리 연장 등 성능 개량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한미군에 배치된 사드 역시 단계별로 발사대 원격 통제, 사드 레이더와 패트리어트 미사일 연동 등 단계적 성능 개량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미사일방어청의 2021년도 예산에는 성주 사드 포대 성능 개량을 포함해 총 10억 달러 예산이 배정돼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사드 성능 개량 중 일부 요소가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유도탄이나 레이더 성능을 개량할 경우, 또 발사대 원격 통제가 가능해질 경우 발사대를 융통성있게 배치할 수 있어 중국 해안지역까지 작전 범위를 넓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방어용 미사일일지라도 특히 레이더 탐지거리가 늘어난다는 것은 중국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앞서 국방부는 미측으로부터 사드 성능 개량 계획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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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9일) 정례브리핑에서 사드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는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 중국 "사드 배치 단호히 반대"…갈등 불씨 되나

이처럼 사드가 워낙 민감한 문제인만큼, 정부 관계자는 중국 측에 이번 장비 반입에 대해 사전 설명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달 초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성주기지에 어떤 장비가 반입되는지 등을 중국 측에 알렸고, 당시 중국 측에서는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오늘 사드 장비 반입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측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한국에 사드 체계를 배치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며, "이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중국과 한국은 사드 문제를 단계적으로 처리하는데 명확한 공동 인식이 있다"면서 "한국이 공동 인식을 엄격히 준수해서 사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고 중한 관계 발전과 지역의 평화 안정을 수호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미국에도 "중국의 이익을 해치지 말고 중국과 한국의 관계도 방해하지 말기를 바란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어제 홍콩 보안법의 압도적 통과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첨예해진 상황에서 사드가 또 하나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상황, 그 사이에 놓인 우리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