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홍콩보안법 입법 속도… "美, 중국인 유학생 3000명 추방 검토"

벼랑끝 치닫는 미중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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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5.30 03:00 중국이 홍콩 내 반(反)정부 활동을 감시·처벌하는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입법에 속도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6개월이 걸리는 기간을 단축해 오는 9월 홍콩 의회 선거 전인 8월에 시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제재 경고에도 중국 관영 매체는 "실제 타격은 미국이 입을 것"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거친 언사 속에 미·중 간 협상 채널도 가동되지 않으면서 강 대 강 충돌로 달려가는 분위기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28일 홍콩보안법 제정을 결정하면서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처벌 수위 등을 담은 법안 마련 작업에 들어갔다. 전인대 상무위는 세 차례 법안을 심의하게 돼 있다. 회의가 통상 2개월에 한 번 열리는 것을 감안하면 입법에 6개월이 걸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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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법 지지 서명하는 캐리 람 - 친중 성향의 캐리 람(왼쪽) 홍콩 행정장관이 28일 거리에서 진행 중인 홍콩보안법 지지 청원에 서명하고 있다. 간이 텐트 벽면에는 '홍콩독립반대'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신화 연합뉴스

하지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날 홍콩보안법이 8월 중 시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법 조문이 80%가량 완성된 것으로 알려진 데다 전인대 상무위를 더 자주 여는 방법도 있다. 9월 홍콩 의회 선거 이전에 시행해 반중(反中) 성향 후보들을 걸러내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의 홍콩보안법 강행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9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을 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27일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자치권을 누리지 않고 있다'고 발표한 것을 감안하면, 홍콩에 대한 '특별 지위' 폐지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그동안 홍콩을 자치 지역으로 규정하고 중국 본토와 다른 관세·무역·비자 등에 혜택을 줘 왔다. 트럼프는 이날 코로나 확산과 관련해 "전 세계 186국이 고통받고 있다"고 했다. 홍콩보안법뿐 아니라 코로나에 대한 책임까지 함께 묻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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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법 반대 시위하는 시민들 - 29일 홍콩 최대 번화가인 센트럴의 랜드마크 쇼핑몰에서 마스크를 쓴 시위 참가자가 '광복(독립)홍콩 시대혁명'이라고 적힌 깃발을 흔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국이 중국 인민해방군과 관련된 중국인 대학원 유학생과 연구원에 대한 비자 취소를 통해 사실상 추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NYT는 "미국 내 유학 중인 중국인 학생 약 36만명 중 최소 3000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제재 발표 수위가 예상보다 높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LA타임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특별 지위 폐지보다는 비자와 중국의 금융 시스템에 비교적 가벼운 신규 제재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안 그래도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과의 전면전은 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민족주의 성향인 중국 매체 환구시보는 29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이 실질적으로 중국에 타격을 줄 만한 제재 수단은 거의 없다"고 했다. 중국 관영 CCTV는 미국의 압박에도 '대만 해방'을 내세우며 중국이 대만 진먼다오(金門島)를 공격한 '1958년 진먼 포격 사건'에 대해 29일부터 10부작 다큐멘터리를 방영할 예정이다.

미국·영국·캐나다·호주 등 4국은 29일 "중국의 조치(홍콩보안법)가 일국양제(1국가 2체제)를 훼손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냈다. 그러자 미국·영국·호주 주재 중국대사관은 곧장 홈페이지를 통해 "내정간섭"이라며 주재국 정부를 반박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4국은) 홍콩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달러 대비 위안화 중간 환율을 7.1316위안으로 고시했다. 금융 위기였던 2008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위안화 약세)이다. 미·중 갈등 재점화 우려가 커지고 인민은행이 위안화 약세를 허용하면서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전인대 개막일인 22일 이후 일주일 만에 0.5% 넘게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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