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자리위원회 소식지에는 빠져있는 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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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5.30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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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정 사회정책부 기자

"2018년 이후 청년 고용이 양적, 질적으로 모두 뚜렷이 개선됐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지난 28일 배포한 소식지 '일문일답' 3호와 보도자료 첫머리에 이렇게 쓰여 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이 문장은 '코로나 이전'이라는 단서가 달려 있긴 하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이라고 청년들의 일자리가, 그것도 질 좋은 일자리가 늘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빈 강의실 전등 끄기 수준의 단기 알바 자리를 늘려온 정부다. "코로나 이전엔 문재인 정부의 청년 고용정책이 아주 잘되고 있었다"는 말에 동의할 청년이 도대체 몇 명이나 될까 싶다.

일자리위원회는 청년 취업자가 2016년 390만8000명에서 2019년 394만5000명으로 늘었다고 했다. 청년 고용률도 41.7%에서 43.5%로 올랐다고 강조했다. 청년 실업률은 2016년엔 9.8%였지만, 2019년엔 8.9%로 줄었다고 했다. 모두 통계청 연간 고용동향 등을 인용한 것이다. 이 숫자가 거짓말하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 한 가지 빠진 숫자가 있었다. 일자리위원회는 '청년 체감 실업률'이 2018년 22.8%, 지난해 22.9%로 2년 연속 역대 최고였다는 것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체감실업률은 말 그대로 피부로 느끼는 실업률을 말한다. 취준생, 공시족, 알바족 등 사실상의 실업자를 제대로 실업률 계산에 넣어서 2014년부터 통계청이 발표하는 것이다. 일반 실업률보다 더 중요한 숫자다. 정부가 세금 퍼부어 만든 단기 알바 일자리로 청년 고용률 높이고, 실업률은 떨어뜨렸다고 자화자찬해도 감춰지지 않는 숫자다.

며칠 전 알바노조연대 관계자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지난달 말에 서울 강북구의 한 커피점에서 알바생 1명을 뽑는다고 했어요. 지원자가 400명이나 몰렸대요. 대부분이 20대였대요." 일자리위원회가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러면 결국 청년들이 "우리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고함을 지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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