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마스크 대처 잘했다고?
by 조선일보 곽래건 사회정책부 기자입력 2020.05.30 03:14
고용노동부가 지난 28일 '2020년 적극 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를 열고 코로나19와 관련한 행정 처리 5건을 우수 사례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정부 부처별로 매년 모범 행정 처리 사례를 뽑아 내부적으로 상을 주는 행사다. 담당자들은 인사 평가에서의 우대나 추가 성과급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올해 고용부의 선정 결과를 보면 엉뚱하다.
고용부는 지난 1월 말 소상공인과 감염 취약 근로자들에게 미세 먼지 대책용으로 비축해 놨던 마스크 152만장을 무료로 나눠준 것을 우수 사례 중의 하나로 뽑았다. 정부는 이후 추가 예산으로 마스크 365만장을 사서 제조업체 등에 추가로 나눠줬다고 했다. 다른 목적으로 비축했던 마스크를 필요한 곳에 빠르게 잘 나눠줬고, 근로자들의 건강을 보호했다는 게 선정 이유다.
고용부 설명이 맞는지 시계를 돌려서 '마스크 대란'이 벌어졌던 1월로 돌아가보자. 고용부가 미세 먼지 대책용 마스크를 무상으로 나눠주겠다고 발표한 것은 1월 31일인데 수량은 72만장에 그쳤다.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에는 30만장을 나눠줬는데, 점포당 한 장만 나눠주는 원칙을 세워야 했다. 그때 만난 시장 상인들은 "마스크를 이렇게 한 장씩 주면 대체 무슨 도움이 되냐"고 했다.
빨리 나눠준 것도 아니었다. 72만장이 실제 사용자 손에 가기까지 3주나 걸렸다. 각 부처 산하 공단에서 지방 조직 등으로 마스크를 전달하고, 다시 이를 나눠주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추가로 80만장을 나눠주기로 결정한 것은 한 달 뒤인 2월 24일이고, 배포는 3월 13일에야 끝났다.
그 뒤로 정부가 추가 구입 예산을 확보한 것은 3월 5일이었고, 마스크 구입에 한 달이 걸리는 바람에 4월 2일에 마스크 365만장 배포가 시작됐고, 지난달 초에야 끝났다.
인사혁신처가 정한 적극 행정의 뜻은 '공무원이 업무 관행을 반복하지 않고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최선의 방법을 찾아 선제적으로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는 행위'다. 마스크 대란이 벌어진 상황에서 3주, 한 달 걸려서 한두 장씩 나눠준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까.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우수 사례가 하나 더 있다. 고용부는 코로나 사태로 업무가 폭증한 고용센터의 업무 인력 재배치를 꼽았다. 휴업에 들어간 기업에 인건비를 지원해주는 고용유지지원금 사업은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급증하기 시작해 지난해의 44배가 넘는 신청이 몰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무 배치를 조정한 것은 정부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우수 사례를 뽑아야 적극적인 행정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정부 취지엔 공감한다. 그래도 상까지 주는 행사인데, 일반 국민 눈높이에서도 '공무원들이 정말 훌륭한 일을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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