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마농 김치, 보리개역, 둠비… 코시롱한 제주 밥상을 맛보다

제주의 맛 엮은 '제주식탁' 출간

달래의 방언 '꿩마농'
입맛 돋우는 김치로 담가 밥에 얹어먹는 것 즐겨

정갈한 맛 '보리개역'
보리로 만든 미숫가루… 제주선 밥에 비벼서 먹어

수분기 뺀 두부 '둠비'
바닷가의 높은 습도에 빨리 상하는 것 방지… 몸국·초간장과 곁들여

64가지 요리법 함께 실어
단순한 조리 과정에 원물 맛 살리는 게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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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5.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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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진 요리 연구가가 차린 밥상. 자리물회, 호박잎국, 갈치호박국, 복쟁이국, 돼지고기 산적 등이 보인다. / 재주상회 제공

마농지, 양애, 보리개역, 괴기반... 이 단어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면 제주사람이 아니다.

마농지는 마늘의 제주어인 '마농'을 장아찌로 담근 마늘장아찌를 말한다. 꿩마농도 있다. '들판의 마늘' 즉, 달래를 뜻한다. 제주 사람들은 이 꿩마농김치를 담가 곤밥(쌀밥)에 얹어 먹는 것을 즐겨했다.

양애는 표준어로 '양하'이다. 생강과 채소인데 데쳐서 나물로 먹거나 역시 장아찌로 먹는다. 보리개역은 보리로 만든 미숫가루이다. 특이한 것은 제주에서는 이 보리개역을 밥에 비벼 먹는다는 점이다. 괴기반은 제주에서 잔치때 괴기(돼지)를 잡아 참석자들에게 공평하게 나누기 위해 1인분용으로 한 접시에 담은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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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로컬푸드 요리 연구가 양용진. / 재주상회 제공

최근 외지인들이 많이 유입되면서 제주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보존하려는 움직임이 이는 가운데, 이러한 제주음식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책이 나왔다. 로컬푸드 셰프인 양용진의 '제주식탁'이다.

향토 음식점 '낭푼밥상'의 오너 셰프인 그는 가업(어머니가 제주향토음식 명인 1호인 김지순씨이다)을 이으면서 제주 전통음식의 대중화를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소개된 음식은 전부 제주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먹었던 음식들이다. 여기에 왜 그렇게 먹었는지까지 소개해서 제주문화도 알 수 있게 이해를 도왔다.

예를 들어 '고기국수'는 집안대소사를 치르는 과정에서 일제의 통제가 영향을 준 음식이다. 예로부터 괴기(돼지) 국물에 모자반을 넣은 '몸국'을 대접하는 것이 전통인데 일제가 해조류를 수탈하고 바다 출입도 통제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육지의 잔치국수 흉내를 내어 돼지국물에 국수를 말아 대접했다는 것이다.

제주에서 '두부'를 먹는 방식도 남다르다. 제주어로 두부는 '둠비'이다. 바닷가라서 습도가 높은 제주에선 수분이 많은 두부가 빨리 상한다. 그래서 수분을 많이 제거해 저장기간을 늘리는데 비록 퍽퍽한 맛이지만 이를 몸국에 적셔 먹거나 초간장에 찍어 먹는 식으로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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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주식탁'

제주음식의 특색은 이처럼 단순하지만 정갈한 맛이다. 외지인들도 흔히 아는 갈치국, 옥돔미역국, 한치물회 등도 모두 이런 관점에서 탄생했다. 물산이 풍부하지 않은 섬의 상황에 맞춰 가급적 첨가없이 원물의 맛을 살리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이다.

거기에 "누가 더 먹고 덜 먹는지 따지지 않고 먹을 만큼의 식량을 다 같이 누리는" 제주 고유의 공동체 정신이 녹아든 음식들이다. 저자는 이렇게 소개한 64가지 요리의 만드는 법도 넣었다. 제주음식답게 요리과정은 복잡하지 않고 쉽다.

1965년 제주에서 태어난 양용진은 '김지순요리제과직업전문학원' 원장직을 맡으면서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을 세웠고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 제주지부장'도 맡고 있다. 재주상회, 203쪽, 1만5000원. 좋아요 0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제휴안내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