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점심 먹고 30분 지각했더니 군 복무가 5일 늘었다
군 복무 5일 연장 징계 … "점심 먹다 30분 늦었기 때문"
군 복무를 하는 청년들은 몸도 마음도 고됩니다. 하루하루 날짜를 세며 애타게 사회로 돌아갈 날만 기다립니다. 그런데 기자가 만난 이 청년들, 복무 기간이 5일 더 늘었습니다. 이유가 좀 가혹합니다. "점심을 먹다 30분 지각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는 박 모 씨 등 4명은 지난 4일 서울의 한 경찰서 교통센터로 발령이 났습니다. 오전에 교통 지도 업무를 했고 점심을 먹다가 기준 근무 시간보다 30분 늦은 오후 1시 반에 복귀했습니다.
이들은 "복무 규정상 점심시간은 12시부터 오후 1시입니다. 12시 좀 넘어서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담당 경찰관이 이미 점심을 먹으러 가서 없던 터라 사후 보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첫날이라 담당 경찰의 휴대전화 번호도 몰랐습니다.
먼저 점심을 먹으러 갔던 담당 경찰은 돌아와 보니 이들이 오후 1시가 넘었지만, 근무지에 없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허가 없이 무단으로 근무지를 이탈했다고 판단해 복무 기간 5일 연장 처분을 내렸습니다. 병무청의 '사회복무요원 복무관리 매뉴얼'에 따른 조치였습니다.
"근무지에서 걸어서 5분 거리 … 하루 무단결근이랑 같은 징계"
해당 요원들은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근무지가 눈앞에 보일 만큼 가까운 곳에서 점심을 먹었기 때문에 가혹한 징계라는 겁니다. "걸어서 5분 거리였고 전화를 받으면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서운함도 토로했습니다. "병역의 의무를 하기 위해서 입대해서 봉사하는 상황인데 한 번의 실수로 근무 연장 5일을 시키는 것은 저희 입장에선 치명적"이라며 "하루를 무단결근해도 복무기간 5일 연장인데 30분 늦은 거로 같은 수준의 징계를 내리는 게 형평성이 맞는지 의문이다."라고 항변했습니다.
"평소 태도 불량했고 지침 따른 것" … "근무태도 우수로 표창장 받았다"
해당 경찰서는 개인적으로는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원칙대로 처리했다는 입장입니다. 담당 과장은 "사회복무요원들의 전반적인 태도가 불량했고, 공적 제재는 사회복무요원 복무관리설명서를 따른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그들로선 억울할 수는 있지만, 관리를 위한 조치였고, 경찰 측에서 할 수 있는 제재 가운데 가장 약한 것이 경고(5일 복무 기간 연장)였기 때문에 이렇게 판단을 내린 것이다."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박 씨 등 2명은 '태도 불량'이라는 주장에 대해 반박했습니다. 다른 요원들과 달리 근무태도가 우수해 직무 성실과 경찰 행정 발전에 기여했단 이유로 경찰의 날 당시 표창장을 받고 근무 태도 우수로 포상휴가까지 받았다는 겁니다.
"의식적 근무 태만으로 안 보여 과잉 처벌" … 청와대 국민청원 정식 접수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면 규정을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라며 과한 처벌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법무법인 YK의 배연관 변호사는 "밥 먹는데 늦은 것은 의식적으로 근무 태만을 해서 병역법의 취지를 훼손시킬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이지 않아 과잉 처벌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군에서는 영창 처벌을 내릴 때 적법성 심사 기준표를 만들었는데 이러한 기준표를 만들어 단순 5일이 아니라 1일~5일을 상황에 따라 달리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낫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들은 억울한 마음을 담아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까지 올렸습니다. 100명의 이상의 동의를 얻어 정식 청원으로 등록된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