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윤미향 "할머니와 충분히 소통 못 해 사죄…비난 중단해야"
by NEWSIS'불체포특권' 생겨도 "검찰 조사 피할 생각 없다"
사퇴 불가 고수…"제가 맡은 역할 성실히 임할 것"
"할머니와 충분히 소통 못했고 신뢰 드리지 못해"
"아버지 안성힐링센터 직원으로 채용한 건 잘못"
할머니 출마 만류 "중요하지 않게 여기고 말한 것"
[서울=뉴시스] 한주홍 기자 =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은 29일 회계부정 등 정의연 운영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소명해야 할 게 있으면 피할 생각이 없다"며 "제 직(職)을 핑계로 그것을 피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진행 된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정말로 용기내고, 국민에게 제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으면 안 되겠다라는 절박감이 있었기 때문에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의연 관련 의혹이 불거진 후 윤 당선인이 기자회견을 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18일 언론 인터뷰 이후 잠행을 이어가며 침묵을 지키다 11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윤 당선인은 '사퇴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검찰 조사를 통해 소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21대 국회 개원일인 30일 이후 '불체포 특권'이 생겨도 검찰 소환에 응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피할 생각은 없다. 앞으로 검찰 수사 과정이나 이후 따르는 모든 책임에 성실히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사퇴 여론이 70%를 넘은 데 대해서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제가 맡은 역할, (검찰) 조사들에 대해 성실히 임하고 싶다"고 재차 밝혔다. 다음은 윤 당선인 일문일답.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재산신고를 할 때 개인 후원계좌도 같이 신고했나.
"그렇지는 않다."
-왜 같이 신고하지 않았나.
"제가 갖고 있던 현금, 부동산과 다른 한편 김복동 장례위원회에서 사업 끝나고 남은 제 재산은 모두 신고했다."
-개인 후원 계좌는 신고 안 한 건가.
"다 했다."
-선관위에 개인 계좌 신고했다는데 후원계좌라고 밝혔나.
"후원계좌가 아닌 제가 갖고 있던 모든 계좌를 보고했다."
-개인 계좌로 받은 후원금을 공개할 생각은.
"검찰에서 상세하게 소명될 것이라 생각한다."
-선관위에 신고한 예금이 3억2000만원인데 이 금액 개인계좌로 받은 후원금이 혼입된 것은 없나.
"없다."
-개인계좌로 후원금을 받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
"보통 전체 할머니를 위한 활동에는 정대협(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나 단체 명의로 활동했다. 그러나 (김복동 할머니의) 장례위원회의 경우에는 제가 상주였고, 김복동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부탁한 점도 있었다. 장례위가 단체가 아니다보니 상주이던 제 계좌로 한 것이다.
김복동 할머니를 유럽에 모시고 가면서 비즈니스석으로 편하게 모셔가고 싶다는 사적인 뜻이 있었고, 그건 전체 할머니를 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제 개인계좌로 모금을 진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 계좌로 했단 것은 명확한 잘못이고, 그 건도 마찬가지로 검찰에 고발된 상황이다. 앞으로 소명해가겠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안성쉼터 관련 사업 평가를 좋지 않게 하고, 반환하라고 했다. 안성쉼터 이용 상황에 대해 해명해달라.
"정의연(정의기억연대)에서 이미 구체적으로 밝힌 것으로 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할머니들 운동의 상황적 변화로 더 이상 안성힐링센터에서 진행할 수 없게 됐다고 솔직하게 보고했다. 따라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더 이상 프로그램을 집행할 수 없으면 힐링센터를 매각하고 잔여금을 반환하는 게 좋겠다는 공문을 단체에 보내왔다. 공문에 따라서 (매각을) 집행했다."
-안성힐링센터 관리인으로 부친을 고용한 데 대해 해명해달라.
"안성힐링센터에 저희 부친을 고용했다는 것은 이미 정의연의 해명자료를 통해 사과 말씀을 드렸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실제로) 운영하지 않는 현실, 주택을 빈집으로 관리 없이 놔둘 수 없는 현실 때문에 최소한의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던 끝에 아버지께 부탁드렸다. 인건비를 제대로 산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최소한의 급여를 지급하고 부탁드려서 (아버지가) 일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아버지를 안성힐링센터 직원으로 채용한 건 잘못됐다는 말씀드린다. 그 점은 다시 한 번 죄송하게 생각한다."
-이용수 할머니에게 직접 하고 싶은 말 있나.
"이용수 할머니에게 제가 배신자가 돼 있는데, 사실 1992년부터 이 할머니와 30년간 같이 활동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년이란 세월과 달리 할머니와 충분히 소통하지 못했고 할머니가 배신자라고 느낄 만큼 제가 신뢰를 드리지 못했다는 건 할머니에게 지금이라도 사죄 말씀을 전하고 싶다. 할머니께 사과를 드리려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이미 그건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도 할머니에게 제 마음과 진심을 전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싶다."
-검찰에서 소환 요청 받았나.
"아직 받지 않고 있다. 정의연 활동가들이 조사에 임하고 있다."
-이용수 할머니의 비례대표 출마를 말린 이유는 무엇인가.
"(제가 할머니와 당시 통화한) 녹취가 있어서 기사로 실렸다는 것을 보도를 통해 접했다.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할 수 없지만 할머니께서 일본 대사관 앞에서 저에게 전화했고, 전화 목소리를 통해서 제가 (출마를) 만류했다고 기사가 나왔다. 구체적 정황은 기억나지 않지만 '할머니가 진짜로 국회의원을 하고자 한다'라고 받아들이지 않고 쉽게, 별로 중요하지 않게 받아들이고 말씀드렸던 것 같다."
-국회의원이 되면 불체포특권이 생기는데 그래도 검찰 소환에 응할 건가.
"피할 생각은 없다. 앞으로 검찰 수사 과정이나 이후 따르는 모든 책임에 성실히 임할 생각이다."
-내일이면 국회의원이 되는데 알려진 것 이외에 본인 부끄러운 점이 있다면 한두 가지 더 말해달라.
"글쎄다. 지금 의혹으로 제기된 것도 너무나 많고 충분해서 그 외에 제가 어떤 부끄러움이 있는가는 앞으로 더 생각하겠다. 계속 자성하고 반성하겠다."
-일부에선 할머니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할머니에 대한 비난은 중단해주셨으면 좋겠다. 할머니들은 일본군 성매매 피해자라는 아픔을 겪은 것만으로도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할 분들이다. 한국 사회가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이기 때문에 피해를 억압하고 침묵을 강요할 때 '내가 피해자였다'고 목소리를 낸 것만으로도 용감하고, 용기있는 행동으로 평가받고 역사에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30년간 한국 정부가 하지 않은 일, 한국 시민사회가 침묵하던 일을 몸소 노구(老軀)를 이끌고 세계 각지를 돌며 운동한 것이다. 세계 여성인권운동의 중심에 선 그 분들의 삶은 우리가 오히려 더 미안해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 분들에게 돌팔매를 던질 분은 한국 시민사회에서는 없다. 저 또한 그렇다."
-당에서 사퇴 권유 있었나.
"없었다."
-국민 여론의 70%가 사퇴해야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제가 맡을 역할들과 (검찰) 조사들에 성실히 임한다는 것으로 말하고 싶다."
-이용수 할머니가 기자회견에서 운동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이 되면 어떻게 할 건가.
"3월20일 정의연에 사표를 냈다. 정의연에서 운동방식을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토론하고, 이용수 할머니의 제안을 경청하고, 새겨서 반영할 것이라 생각한다. 할머니가 증오를 키우지 않고 미래 세대들에 역사 교육시키는 것을 강조하셨다고 알고 있다. 이용수·김복동·김학순 할머니가 수요집회에서 목소리를 냈던 건 증오와 분쟁을 키운 게 아니라 분쟁을 평화로 만들고 싶은 운동이었다는 것, 자신들의 아픔을 넘어서 세계 무력분쟁지역과 성폭력 피해자에 평화, 안정을 만들어주고 싶어했던 운동이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이용수 할머니가 말한 미래세대 교육, 한일청소년교류는 진정한 미래지향적 관계다. 이건 할머니의 책임이 아니고 한국 시민사회만의 책임도 아니고 한국 정부와 국회와 일본의 시민사회와 일본 정부, 국회 모두 함께 노력해서 이뤄야 할 과제다. 저 또한 앞으로 어떤 상황이 와도 제 삶 속에서 그걸 슬기롭게 국민과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일본 정부에서 들어온 10억엔 받지 말라고 할머니들에게 권한 적 있나.
"없다. 정대협은 2015 한일 위안부 합의 발생 후 한국 정부가 피해자들을 방문하면서 합의 내용을 설명했다는 것을 할머니를 통해 듣게 됐다. 할머니들을 통해서 정부가 '일본 정부가 사죄했대. 일본 정부가 배상했대'라는 식으로 보고했다고 들었다. 단체 활동가들이 할머니들에게 전화를 드려서 합의 전체 내용을 친절히 설명드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가 1억원을 받는 것은 할머니들의 자유라고 말씀드렸다.
그 다음부터 (위안부) 수요시위에서 시간만 되면 '비록 할머니 1억원을 받아도 우리가 할머니들에게 탓을 돌리거나 반대 목소리를 내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이 1억원을 받는 건 결국 합의를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국민과 피해자가 반대함에도 10억엔을 수령한 한국 정부와 그것으로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 한 일본 정부의 책임이지 않나. 우리는 지금부터 오히려 할머니를 보호하고 할머니들의 인권운동을 보호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수 차례 일본 대사관 앞에서 이야기했다. 수요시위 영상을 녹화한 분이 계시면 제가 여러 차례 발언한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잠행이 길었는데 사퇴에 대한 고려는 안 했나.
"30년을 뒤돌아보는 세월이 굉장히 길었다. 힘들었다. 하나하나 지난 세월을 장부와 통장과 제 기록을 뒤져보고 기억을 찾아내고 하는 그 자체가 굉장히 지난한 시간이었다. 아직도 30년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시간들을 다 기억해낼 수 없다. 앞으로 계속 검찰 조사 과정에서 제게 남은 숙제는 30년 기억을 다시 소환해 기록으로 기억해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왜 오늘 (기자회견을) 하게 됐는지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래도 이쯤이면 제 입장을 밝혀야 하지 않나 하는 요구가 굉장히 강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왜 오래 잠행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다른 분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제 치부가, 제 잘못된 실수가 드러난 게 아니고 할머니의 목소리를 통해서 제 과거를 돌아본다는 것이 너무나 저에게 깊은 반성의 시간이기도 했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그래서 긴 시간 여러분 앞에 나타날 수 없었다. 다른 한편으로 제가 미숙한 점이 있었다. 저를 변호하고 싶어서 인터뷰를 진행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인터뷰도 기억에 의존하다 보니 또 다른 오류를 낳게 되고, 의혹을 낳는 모습을 보면서 솔직히 말하면 '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떤 답변과 어떤 목소리로 제가 처해 있는 이 삶을 잘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그런 질문을 스스로 할 수밖에 없었다."
기자회견을 오늘 오후에 하게 된 것도 장소와 시간 등 여러가지 제 나름대로 고려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제 스스로 조리있게 과학적, 체계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 약 20일간 있었다. 오늘은 정말 용기를 내고 국민에게 제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절박감이 있었기 때문에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 앞으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제가 소명해야 할 것들을 피할 생각이 없다. 제 직을 핑계로 그것을 피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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