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싶은 자영업자들…"또다시 발길 끊으면 어찌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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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58명으로
지난 6일 한 자릿수 줄었다 다시 늘어
시장 상인들 "당장 오늘부터 손님 줄어"
"지원금 주면서 손님 늘었었는데"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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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50명대로 늘어난 29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거리가 한산하다. 2020.05.29.wakeup@newsis.com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산속에 있는 '절간'처럼 됐다."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수가 물류센터 등을 중심으로 50명대까지 대폭 늘어난 29일,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가방 가게를 운영하는 남모(45)씨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이날 오전 만난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하나같이 "조금씩 늘어나던 손님들이 다시 줄어들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5년째 가방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남씨는 "어제 쿠팡이나 마켓컬리 등이 운영하는 물류센터로 인해 코로나19 환자가 대폭 늘었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보도가 많이 나오지 않았느냐"면서 "그런 보도가 나오자 당장 오늘 아침부터 이렇게 손님이 확 줄었다"고 했다.
 
이어 "정부에서 재난지원금을 나눠주면서 조금씩 손님이 늘어나는 분위기였는데, 이태원 클럽에 물류센터 확진자까지 나오자 손님이 다시 줄기 시작했다"고 토로했다.
 
남씨의 가게 앞에는 '긴급재난지원금 가맹점'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이 시장에 있는 다른 매장도 남씨 가게와 마찬가지로 '긴급재난지원금 가맹점' 포스터가 대부분 붙어 있었다.
 
거리를 분주하게 오가는 몇몇 사람이 있기는 했지만, 물건을 구경하거나 구매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남대문시장에서 인삼가게를 운영하는 김모(57)씨는 "지나다니는 사람들 대부분 시장 상인들"이라면서 "어쩔 수 없이 문은 열고 장사는 준비하지만 사람이 너무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예전 남대문시장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신세계 백화점 가려다 인파에 밀려 회현역으로 가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텅 비어서 탱크도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김씨는 가게 안에 가만히 있기 답답하다며 나와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지켜봤다. 김씨처럼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대부분 매장 앞 의자에 앉아 지나다니는 사람이 손님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유동인구가 적어 그마저도 지친 상인들은 가게 앞 의자에 앉아 대부분 휴대전화를 향해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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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29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 있는 가방가게 가판대 앞에 '긴급재난지원금 가맹점'이라고 적힌 포스터가 붙어 있다. 2020.05.29. wakeup@newsis.com

남대문시장에서 15년째 과일·채소 가게를 운영하는 이종남(64)씨는 "이태원에서 환자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많이 좋아지는 모양새였는데, 그 이후부터 다시 사람들이 안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이번에 물류센터 확진자까지 터지니까 정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치 코로나19와 힘든 전쟁을 하는 느낌"이라면서 "(코로나로 인한 침체가) 너무 깊다"고 덧붙였다.
 
이씨와의 인터뷰 중 이 가게에 들린 A씨는 "나도 명동에서 악세사리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라면서 "명동은 더하다. 벌써 4개월째 문 닫고 있다"면서 답답함을 전했다.
 
이씨는 "거의 매일 가게에 들어오던 반찬 등 식품들이 코로나19 이후에는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만 들어온다"면서 "이제 좀 나아지나 싶었는데, 다시 또 이러니 물건 가져다주는 배달원들이나 주변 식당가 사장님들도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남대문시장에서 의류 가게로 물품을 배달하는 배달원 김모(62)씨는 "전년 대비 수입이 40% 이상 줄었다"고 전했다.
 
이날 보고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8명이다. 지난 6일 2명까지 감소했었지만, 바로 그날 발생한 이태원 클럽 방문 확진자 이후 조금씩 늘어나 8~9일 10명대(12→18명), 10~11일 이틀간 30명대(34→35명), 12~15일 나흘간 20명대(27→26→29→27명)를 기록했다. 그러다 지난 23일 경기도 부천시 쿠팡 물류센터 첫 확진자 이후 다시 늘기 시작해 지난 28일에는 79명의 무더기 확진자가 나왔다.
 
이에 정부는 느슨했던 '거리두기'를 다시 조이기 시작했다. 이날부터 수도권 PC방과 노래방, 학원 등 다중이용시설과 유흥시설에 대해 운영 자제 권고를 하고, 운영 시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으면 행정조치를 가하기로 하면서 앞서 진행된 사회적 거리두기 때로 회귀하는 모양새다.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을 이행하고자 문을 닫았었던 PC방이나 헬스장 운영자들은 이런 분위기에 긴장하고 있었다.
 
서울의 한 헬스장에서 일하는 직원 한모(29)씨는 "4월말~5월초께 손님이 다시 늘어 활기를 찾는 느낌이었다"면서 "그런데 잠잠해졌다가 최근 다시 확진자가 늘면서 회원들이 다시 줄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이 헬스장은 정부의 1차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과 관련해 3월22일부터 지난달 5일까지 15일간 운영을 중단했다가 이후부터는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제한적으로 운영을 재개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씨는 "다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 저희는 또 쉬어야 하나"라면서 "월급을 따로 받을 수도 없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김모(45)씨도 "5월초를 기점으로 조금씩 늘던 손님이 다시 줄었다"면서 "확진자가 늘어나는 추세가 이어지면 사람들이 다시 외출 꺼리게 될텐데 걱정"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wakeup@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