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물류센터 세부 방역지침 마련 나서…“노동환경 취약 업체 선제 점검을”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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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등 작업장 환경 감염 위험 높아
다음달 1일까지 32곳 긴급점검키로

물류센터 관련 코로나19 확산이 잇따르면서 정부가 현장점검 등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사업장 방역지침이 콜센터 등 밀집된 사무공간 중심으로 마련된 데다, ‘아프면 쉬기’ 등과 같은 방역수칙이 현장에서는 작동하지 않으면서 ‘사업장’은 집단발병의 주요 고리가 됐다. 물류센터뿐 아니라 사업장 전반에 대한 선제적 방역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밀폐된 장소에서 노동 강도가 높고 동료 간 접촉이 빈번한 근무환경에서는 더 세심한 방역 노력이 필요하다”며 “아르바이트나 일용직이라는 이유로 노동자에 대한 방역 지원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경기 부천과 고양 소재 쿠팡 물류센터와 서울 송파구 마켓컬리 물류센터 등이 집단발병지로 떠오르자 관련 대책을 지시한 것이다.

물류센터는 밀집도가 높은 근무환경이다. 작업자들에 따르면 마스크 착용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으며, 일용직 비중이 70.5%에 달해 사무집기는 물론 작업복·안전모 등을 소독·세척 없이 공동으로 사용해왔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쿠팡 물류센터의 환경 검체 67건을 확보해 검사를 진행한 결과, 작업장 안전모와 작업자들이 사용하는 노트북·키보드·마우스 등 사무용품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감염자의 비말이 작업환경에 묻어 있다가, 손 접촉을 통해 감염이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다음달 1일까지 32개 물류센터를 대상으로 긴급점검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 등이 ‘물류시설 세부 방역지침’을 마련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업장 대응지침’이 있지만 개별 사업장의 특수성은 반영되지 않았다. 근무 밀집도가 높고 마스크 착용 등이 어려운 콜센터에서 지난 3월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정부는 그제야 ‘콜센터 사업장 예방지침’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방역 ‘빈틈’ 찾기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좁은 사무실에 10~20명이 다닥다닥 붙어 PC방처럼 일하는 소규모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나 마스크조차 쓰기 어려운 지하 봉제 하청공장 등 전염병 감염에 취약한 곳들이 많다”며 “이러한 작업장들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