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 수명연장 소송 ‘각하’…법적 갈등 매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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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이미 영구정지 처분…재가동 불가, 소송 실익 없다”
1심 가동연장 절차 위법 판결 이어 원안위 상고 가능성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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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송단이 2015년 2월 노후 원자력발전소 ‘월성 1호기’ 수명을 10년 연장한 원자력안전위원회 처분이 위법하다며 제기한 행정소송이 항소심에서 각하됐다. 지난해 12월 원안위가 월성 1호기 영구정지 결정을 내린 데다 현실적인 발전 여건상 재가동도 불가능해 소송을 유지할 실익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1심에서 수명연장 결정이 안전성 등을 고려하지 않아 위법이라는 취지의 원고 승소 판결이 나온 데 이어 2심에서 각하 결정이 내려지면서 월성 1호기를 둘러싼 법적 공방은 사실상 일단락됐다.

서울고법 행정1-1부(재판장 고의영)는 29일 월성 1호기 인근에 거주하는 경북 경주시 주민 등 2000여명이 원안위를 상대로 낸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운영변경허가 처분 무효 확인 소송’ 2심에서 각하 판결을 내렸다. 각하란 소송이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그 주장 자체를 아예 판단하지 않고 재판 절차를 끝내는 결정이다.

재판부는 “이미 월성 1호기 영구정지 처분이 내려져 원·피고가 다투던 수명연장 처분의 효력이 상실됐고,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도 없다”며 더 이상 소송을 계속할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월성 1호기는 2012년 11월 설계수명 30년을 채워 가동이 중단됐다. 그런데 2015년 2월 원안위가 2022년 11월까지 계속운전을 할 수 있도록 운영변경허가를 내주면서 재가동됐다.

이에 국민소송단은 원안위의 운영변경허가 처분이 무효라는 소송을 냈다. 2017년 5월 서울행정법원은 1심에서 원안위 의결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수명연장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월성 1호기 안전성평가보고서 심사 때 월성 2~4호기에 적용된 최신 기술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고, 한국수력원자력이 계속운전을 허가받기 위해 교체한 설비를 심사할 때도 위원회 심의·의결이 아닌 과장급 직원 전결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원안위가 항소하면서 2심 재판이 시작됐지만 월성 1호기는 고장과 정지를 거듭하며 재가동이 어려운 상태가 됐다. 2016년 설비고장으로 불시정지를 2차례 겪었고, 2017년에는 계획예방정비 도중 원자로 건물 콘크리트 부벽에서 결함이 발견돼 발전이 정지된 뒤 지금까지 재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한수원은 2018년 6월 이사회에서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원안위가 영구정지를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승인하면서 월성 1호기는 공식적으로 발전 현장에서 사라졌다.

이번 항소심 판결로 월성 1호기를 둘러싼 법적 논란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원고 측에서 이날 재판이 끝난 뒤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2심 진행 과정에서 각하 판결을 내려달라고 했던 원안위가 상고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친원전단체에서 월성 1호기 영구정지 허가 처분이 위법이라며 또 다른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야당과 보수언론은 탈원전 정책을 추진 중인 정부가 월성 1호기를 무리하게 폐쇄했다는 식의 여론몰이도 하고 있다.

소송을 대리한 김영희 변호사(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는 “2심 법원이 수명연장이 적법했다는 원안위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원안위 처분이 위법했다는 1심 판결을 부정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