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아닌 노사갈등에…‘무산위기’ 메이저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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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연봉 선수들 희생을’ 여론전
구단들 ‘누진 삭감’ 구조조정 노려
류현진, 2000만달러→515만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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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 “사실상 샐러리캡” 반발
시즌 취소까지 불사하겠단 각오

유럽 축구리그가 재개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과 달리 메이저리그는 새로운 갈등에 부딪혔다. 코로나19가 아니라 ‘노사 갈등’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구단은 위기를 이용해 사실상 연봉 시스템 구조조정을 노린다. 여론전을 펼치며 고액 연봉 선수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크게 반발하고 있는 선수들은 시즌 취소까지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지난 3월 코로나19로 스프링캠프가 중단됐을 때 구단과 선수노조는 5월까지 연봉 축소 지급, 시즌 재개 시 경기 수에 따른 연봉 비율 지급에 합의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고비를 넘기며 7월1일 시즌을 시작해 전체 시즌의 절반인 82경기를 치르는 게 목표다.

시즌 재개를 앞두고 구단들이 추가 협상을 제안했다. 무관중 경기로 치러져야 하기 때문에 수입이 줄어든다는 게 이유다. 연봉 비율 지급 여력이 없으므로 리그 총수입을 구단과 선수가 50 대 50으로 나누자는 제안이다. 선수들이 ‘사실상 샐러리캡을 도입하자는 뜻’이라며 반발하자 내놓은 수정안은 ‘누진 삭감안’이다. 고액 연봉자는 더 많이 깎고, 최저연봉은 덜 깎는 안이다. 리그 최고 연봉 3500만달러 선수는 784만달러로 77.6%가 깎인다. 최저연봉인 56만3500달러 선수는 26만2000달러를 받는데 이는 당초 비율 지급과 비슷한 수준이다. 류현진의 연봉 2000만달러는 515만달러로 줄어든다.

‘누진 삭감안’은 여론전에 가깝다. 모두가 힘든 시기, 팬들을 위해 고액 연봉자들이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한다.

선수들은 구단 수입에 따라 연봉이 조정될 경우 사실상 샐러리캡에 해당한다는 점, 구단이 돈을 잘 벌 때는 연봉 인상이 없다가 수입이 줄어드니 손실을 선수들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들고 있다.

선수노조 집행위원인 맥스 셔저(워싱턴)는 29일 트위터를 통해 “논의 결과 구단안을 받아들일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에 동의하고 있다”며 “모든 내용이 공개되면 구단들의 입장도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MLB네트워크의 존 헤이먼은 한 선수로부터 ‘2020시즌 개최 가능성은 0%에 가깝다’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고액 연봉 선수를 고객으로 하는 스콧 보라스는 최근 소속 선수들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선수들은 구단안을 반대해야 한다”며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전형적 행태”라고 구단들을 비판했다.

구단과 선수노조 모두 시간이 많지 않다. ESPN은 이날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빅리그 스타 출신을 포함해 수백명의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방출했다고 전했다. 주급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다음주 또다시 수백명의 선수가 방출되는 등 1000명 이상이 쫓겨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