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코로나 사태로 1994년과 같은 심각한 경제위기 직면할수도"
by NEWSIS이석 KDI 선임연구위원, 북한경제리뷰 5월호 게재
사회주의 붕괴·김일성 사망 1994년부터 GDP 급감
올해 코로나로 대외교역 급락…봉쇄 풀지 '딜레마'
"새로운 대북정책 고민 필요…슬기로운 협력 기대"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세계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고통 받고 있는 가운데 북한도 올해 코로나19와 지속된 대북제재의 영향으로 지난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와 비슷한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왔다.
이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29일 KDI 북한경제리뷰 5월호 동향과 분석 '2020년 북한경제, 1994년 데자뷔인가'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 몇 년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침체에 빠진 북한경제가 올해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일종의 변곡점을 맞이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있다"며 올해 북한경제를 과거 1990년대 북한 경제위기의 시작이 되는 1994년과 비교했다.
자료에 따르면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과 함께 북한경제는 '소비에트 쇼크'라는 추세적 충격과 '중국 쇼크'라는 즉시적 충격이 동시에 나타났다.
당시 북한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993년 209억4000만 달러였으나 1994년 154억2000만 달러로 급감하더니 1996년에는 105억9000만 달러로 3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심각한 경제난 속에 1995년 북한 당국은 처음으로 국제사회에 인도적 식량지원을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구(舊) 소련의 몰락과 함께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일시에 붕괴되는 소비에트 쇼크로 북한의 대외 거래가 급격히 줄어든 것에 기인한다. 북한이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원유와 코크스, 고무 등 전략물자 확보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또 중국으로부터 식량 수입이 급감하면서 북한 내부의 식량 배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북한경제가 큰 혼돈에 빠졌다. 당시 북한이 기근을 동반한 심각한 경제위기를 경험한 것이 앞서 두 가지 충격이 연결되면서 시작됐다고 이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올해 역시 북한 경제가 '대북제재 쇼크'라는 '추세적 충격과 코로나 쇼크라는 즉시적 충격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고 진단했다.
국제사회의 거듭된 대북제재로 2017년 이후 북한의 대외교역 규모가 급감하는 추세가 매우 뚜렷하게 나타났다. 작년 연말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북한은 외부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완전히 차단, 대외교역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실제로 올해 3월 북한의 대외교역 중 대중국 수입은 이미 급격한 하락을 보인 작년과 비교해도 90% 이상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의존도가 상당한 상황에서 사실상 교역 중단을 의미한다고 이 연구위원은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의 북한경제가 경제 회복을 도모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국경봉쇄를 완화하고 교역을 재개해야만 하지만 이 또한 북한으로서는 매우 위험스러워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현재와 같은 국경폐쇄와 교역 단절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 악화가 심화되면서 불상사가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북한의 결정이 늦어질수록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되지만 이에 따른 불확실성 또한 가중되는 등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 연구위원은 보다 적극적인 남북협력을 원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조금은 더 다양하고 새로운 대북정책에 대한 토론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위원은 "제재 이후와 코로나 이후를 바라본 협력사업 추진을 강조하기보다는 현 시점에서 실현 가능한 협력이 무엇인지 집중적으로 조망하는 자세가 요구될지도 모른다"며 "대북 제재와 코로나 사태가 북한경제의 부정적 변곡점으로 작용하지 않기를 기대하며, 남북한 사이의 슬기로운 협력이 하루빨리 현실화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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