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 5·18 묘역에 첫 조화…'민주영령 추모'(종합2보)

재헌씨, 두번째 '오월영령' 참배…망월묘역도 찾아
옛 전남도청·오월어머니집 방문…40주년 기념배지 달기도

by
https://image.news1.kr/system/photos/2020/5/29/4216307/article.jpg/dims/optimize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재헌씨가 2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5·18 민주영령을 추모합니다'라고 적힌 화환을 아들 노씨를 통해 보냈다. 2020.5.29/뉴스1 © News1 한산 기자

노재헌씨(54)가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조화를 5·18 민주영령에게 헌화했다.

재헌씨는 29일 오전 11시40분쯤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노 전 대통령 이름의 조화를 헌화했다.

노 전 대통령의 조화에는 '13대 대통령 노태우 5·18 민주영령을 추모합니다'라고 쓴 리본이 달렸다.

재헌씨는 참배에 앞서 민주의 문에 설치된 방명록에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리며 대한민국 민주화의 씨앗이 된 고귀한 희생에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고 썼다.

헌화와 분향 뒤 묘역에 오른 재헌씨는 김의기 열사 등의 묘역 앞에서 차례로 무릎을 꿇고 영령들의 넋을 위로했다.

재헌씨는 '아버지가 5·18 묘역에 온 걸 아시냐'는 <뉴스1>의 질문에 "본인(노태우 전 대통령)이 직접 못오시니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서 대신 왔다"면서 "안타깝게도 아버지가 요즘 말씀을 못 하신다"고 말했다.

재헌씨는 국립5·18민주묘지에 이어 민족민주열사묘역(망월동 구묘역)도 참배했다.

그는 5·18 당시 독일 기자였던 힌츠펜터 추모비를 살펴본 후 이한열 열사 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한열 열사 묘에는 미리 준비한 어머니 김옥숙 여사의 조화를 올려놓았다.

김옥숙 여사는 노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1988년 2월 25일 조용히 5·18 구묘역을 찾아 이한열 열사 묘를 참배했다.

재헌씨는 구묘역에서 이재호·백남기 열사의 묘를 추가로 둘러본 후 발길을 돌렸다.

그는 묘역을 나서며 "과거부터 잘못된 이야기들이 전달되다보니 또 잘못된 과정이 증폭되면서 지금까지 온 것 같다. 80년대는 정말 역사적으로 힘든 시기였다. 그 시대를 겪은 세대로서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5·18 당시에는 저도 어렸고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았다. 지금 역시 5·18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해 배울 점이 많다. 그래서 항상 광주를 올 때마다 조심스럽고 죄송스러운 게 있는 것 같다"며 "아버님 역시 잘못된 역사를 잘 알고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는 저와 같은 생각이실 것"이라고 말했다.

https://image.news1.kr/system/photos/2020/5/29/4216617/article.jpg/dims/optimize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재헌씨가 29일 오후 광주 북구 민족민주열사묘역(5·18구묘역)에서 이한열 열사를 추모하고 있다. 2020.5.29/뉴스1 © News1 한산 기자

재헌씨는 이어 전남에서 1980년 5월 당시 시민군 상황실장이었던 박남선씨로부터 5·18 40주년 기념배지를 받았다.

기념배지를 단 재헌씨는 5·18 당시 최후의 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과 5·18민주광장을 둘러봤다.

이날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을 처음 둘러 본 재헌씨는 "(도청을 둘러보니) '역사라는 것이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분들(5·18피해자들)을 다시 떠올리면서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분들이 오늘의 우리를 만들어주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헌씨는 광주 남구 양림동에 있는 오월어머니집도 찾았다. 미리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어머니들이 계시지는 않았지만 올해 오월어머니집을 찾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곳을 찾은 것이다.

재헌씨는 오월어머니집에서 방명록에 '오늘의 대한민국과 광주의 정신을 만들어주신 어머님들과 민주화운동 가족 모든 분들께 경의와 존경을 표합니다'는 글을 남겼다.

도착하자마자 재헌씨는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사무총장에게 어머니들의 안부에 대해 물었고,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늦어진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김 사무총장으로부터 노 전 대통령의 진정성있는 사과와 5·18진상규명을 위해 실질적인 자료 제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재헌씨는 "40년 민주화 과정에서 광주의 의미를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당신께서 못하신 것은 다른 분이라도 받아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노력할 생각이다"고 답했다.

https://image.news1.kr/system/photos/2020/5/29/4217023/article.jpg/dims/optimize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재헌씨가 29일 오후 광주 남구 오월어머니집에서 김형미 사무총장과 대화 나누고 있다. 2020.5.29/뉴스1 © News1 한산 기자

재헌씨의 국립 5·18민주묘지 참배는 지난해 8월 이후 2번째다.

앞서 재헌씨는 지난해 8월23일 오전 11시쯤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방문해 5월 영령들에게 헌화와 참배를 했다.

같은해 12월5일에는 5·18민주묘지를 참배하지 않았지만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를 방문해 김대중 전 대통령 기념전시관을 둘러봤고, 오후에는 남구 오월어머니집을 찾아 5·18 당사자와 가족도 만났다.


jun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