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불길 뛰어든 소방관…직관적 판단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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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의 선택
사브리나 코헨 - 해턴 지음·김희정 옮김
북하우스 | 396쪽 | 1만6500원

터널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소방대원 20명이 수색작업을 벌이던 그때, 앞선 폭발물보다 더 큰 폭발물이 터널 안에 있다는 정보가 입수된다. 다음 폭발까지 남은 추정 시간은 15~20분. 30여명의 부상자를 모두 구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최소 90분이다. 당신이 이 현장에 소집된 소방 총지휘관이라면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비현실적인 가정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소방관들은 더 가혹한 상황에 수없이 직면한다. 현직 소방관이자 심리학자인 저자도 마찬가지였다. 늘 ‘가장 덜 나쁜 판단’으로 많은 목숨을 구했지만, 동료 소방관의 희생을 피할 수 없었다. 저자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대신 급박한 상황에서 최선의 의사 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찾기 위해 심리학 연구를 시작했다.

소방 지휘관의 헬멧에 카메라를 부착해 현장에서 어떤 방법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지 관찰했다. 지휘관 대다수가 스스로 분석적인 의사 결정을 한다고 생각한 것과 달리 직관에 의지한 결정이 훨씬 많았다. 저자는 분석적 사고에 기초한 기존 매뉴얼 대신 직관적 판단을 전제로 한 새로운 매뉴얼인 ‘결정 제어 프로세스’를 고안해냈다. 의식적으로 목표를 재확인하고, 결과를 예상하고, 내리려는 결정에 따른 이득과 위험을 이성적으로 평가하는 이 과정은 일상의 크고 작은 위기 상황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

10대 노숙인이 영국에서 가장 직급 높은 여성 소방관이 되기까지의 자전적 이야기도 담겼다. 저자는 당부한다. “책을 통해 소방관의 영웅적인 면뿐 아니라 인간적인 면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소방관이 되는 데 꼭 필요한 기술과 마음가짐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이해가 자리 잡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