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반도체 수출 직격탄…제조업 정상화 여부 ‘6월이 분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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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제조업 생산, 금융위기 후 최대폭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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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유럽 시장 얼어붙으며 위기…평균가동률 11년 만에 최저
공장 조업 정상화·각국 이동제한 명령 완화로 수요 되살아나

지난달 국내 제조업 생산이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하면서 코로나19 위기가 서비스업 부진에서 제조업 침체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코로나19가 확산된 주요 수출국의 이동제한(록다운) 및 생산중단(셧다운) 조치로 주요 수출업종인 자동차·반도체 생산이 크게 줄었다. 시장에서는 이달 들어 수요가 다소 회복되는 추세 등을 감안할 때 다음달이 제조업 정상화 여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제조업 생산은 2008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6.4%)으로 줄었다. 이는 주요 수출국인 북미와 유럽 시장이 얼어붙은 탓이 크다. 올해 초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3~4월 이들 지역에까지 확산되면서 유통 채널이 차례로 문을 닫았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공장이 반복적으로 일시 폐쇄된 점도 조업에 악영향을 끼쳤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건 위기가 서비스업 위기를 거쳐 제조업 위기로 넘어가는 모습”이라고 썼다.

이러한 현실은 지난달 68.6%에 그친 제조업 평균가동률 부진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이는 2009년 2월(66.8%)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전달 대비 하락폭(-5.7%포인트)은 2008년 12월(-7.2%포인트) 이후 최대치였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낮아진 것은 그만큼 쉬고 있는 기계와 시설이 많아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자동차·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에서 생산이 많이 줄어들었다. 자동차 생산은 지난 3월 45.1% 늘었지만 지난달에는 13.4% 감소했다. 국내에서는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 등으로 완성차 구매가 늘었지만, 해외 주요국의 이동제한 조치로 해외 수요가 사라진 영향이 크다. 자동차부품은 공급처인 해외 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생산 유인이 떨어졌다.

그간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반도체 생산도 전월 대비 15.6% 줄었다. 전 세계적인 경기 부진에 따른 수요 위축이 D램 등 메모리반도체 생산 감소로 이어졌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다만 반도체업계에서는 현장의 생산 상황이 통계상 나타나는 정도로 부진하지 않다고 본다.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비대면 활성화로 서버용 반도체 수요는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로 보면 반도체 생산은 17.3% 증가했다. 반도체기업 관계자는 “올 2분기까지 계약 물량이 많아서 공장이 정상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지난달 반도체 생산 감소를 일시적 현상으로 분석한다.

기업들은 오는 6월에 제조업 정상화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4월 업종을 불문하고 최악으로 치달았던 코로나19 충격이 5월 들어 일부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한풀 꺾이면서 공장 조업도 정상화되고, 각국의 이동제한 명령도 완화돼 제품 수요도 살아나는 분위기다.

이날 자동차산업협회와 반도체산업협회 등 26개 기관은 서울 코엑스에서 ‘제3차 산업발전포럼’을 열고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장은 “전자통신·자동차·기계·석유화학·섬유 등 5개 업종에서만 총 105조3000억원의 유동성 애로가 있다”며 “업종별 특별보증 규모를 확대하고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해외현지법인을 위한 특별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