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냉소 대신 가능성을 찾자는…좋은 정치를 위한 21대 국회 사용 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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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라는 가능성의 공간
박선민 지음
후마니타스 | 416쪽 | 1만9000원

먼저 하나만 짚어두고 시작하자.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얼마나 일을 할까. 수많은 사람들이 욕하듯이 ‘나랏일은 제쳐두고 놀기만’ 할까.

국회사무처가 발간한 ‘국회 경과 보고서’에 따르면 19대 국회(2012~2016년) 4년 임기 동안 정기국회는 4회, 임시국회는 35회 열렸다. 세부적으로 보면 본회의는 183회, 상임위원회는 2669회, 특별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윤리특별위원회 포함)는 613회 개회되었고, 공청회는 223회, 청문회는 120회 개최되었다. 회기는 총 1205일로 연평균 301일이었다. 이 중 본회의 183일 중 총 회의 시간은 836시간40분으로 1일 평균 3시간56분이었다. 상임위원회는 전체회의가 1576차례, 소위원회가 1093차례 열렸으며, 특별위원회는 전체회의가 452차례, 소위원회가 161차례 열렸다. 이 정도면 ‘일 안 하는 국회’라고 손가락질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21대 국회는 30일 개원한다. 이를 앞두고 출간된 <국회라는 가능성의 공간>의 부제는 ‘좋은 정치를 위한 국회 사용 설명서’다. 여전히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이 높고, ‘일하지 않는 국회’ ‘싸우는 국회’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16년간 보좌관으로 일한 저자는 ‘냉소 대신 가능성’을 이야기하자고 말한다. 이유는 명확하고 간단하다. 그래야 우리 삶이 더 좋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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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국회를 이용할 수 있다. 왼쪽 사진은 지난해 10월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비교섭단체 대표발언을 하고 있는 국회 본회의장, 오른쪽은 지난해 8월 국회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여야 의원들. 권호욱 선임기자·김영민 기자

“많은 사람들이 정치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쉽게 정치를 비난한다. 정치인들 자신도 정치를 책임지는 당사자가 아니라 제3자의 입장에서 정치 불신을 가중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정치학자나 시민단체, 언론은 그 책임성이 정치인 못지않지만 곧잘 비난에 앞장선다. (…) 의회에 대한 비난은 정당한가? 정의롭고 공익적인가? 국회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어 입법부의 권한이 줄어들 때 나타날 사회적 결과는 어떤 것일까? 약자들의 권리는 지켜질 수 있을까?”

물론 국회에 대해 무조건적인 옹호를 하는 책은 아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국회가 하는 일부터 차근차근 설명한다. 막연하게 알고 있는 국회의 ‘막강한 권한’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자세하게 알려준다. 이를테면 2019년부터 직장이 없는 청년들도 무료로 국가 건강검진을 받게 되었고, 국립자연휴양림에 휠체어와 유모차가 다닐 수 있도록 ‘무장애 산책로’가 생겼다. 또 앞서 2017년 10월부터 15세 이하 어린이의 병원비 본인부담률이 5%로 낮아졌다. 국회가 법을 만들고,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행정부로 하여금 이를 집행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우리 생활에서 많은 변화가 이렇게 이루어진다.

책은 ‘국회의 룰’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룰’을 알게 되면 정치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진다. 그리고 스포츠가 그렇듯 정치를 ‘관전’하는 일도 즐거워진다. 맹목적인 비난도 사라질 것이다. 정치를 직접 하고 싶어질 수도 있다.

저자는 말한다. “정치에서는 사회의 모든 갈등이 집합되고, 인간의 모든 단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토론하고 협상해 결과를 내야 하는 게 정치다.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가능한 것을 찾아내야 한다.”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