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여전히 한반도에 가혹한 냉전, 제3세계 아우른 지구사적 관점의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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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의 지구사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옥창준 옮김
에코리브르 | 814쪽 | 3만9500원

오늘날의 세계와 국제정치 질서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파악하고, 또 익숙해져버린 서양사적 시각을 넘어 지구사적 관점에서 세계사와 한국사를 폭넓게 바라보기 위해선 읽어야 할 책이다. 냉전을 다룬 기존 책들과 달리 미국과 소련을 넘어 제3세계까지 두루 아우르며 냉전의 다채로운 면모를 살펴보고 있어서다. 20세기 중후반 세계를 철저히 짓누른 냉전은 ‘차가운 전쟁’만이 아니다. 사실은 ‘뜨거운 전쟁’으로 지금의 이 세계 틀을 만들었고, 불행히도 한반도는 여전히 냉전 유산의 자장 속에 있는 실정이다. 냉전의 역사를 알아야 세계와 한반도, 제3세계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냉전사 권위자인 오드 아르네 베스타 예일대 교수가 쓴 <냉전의 지구사>(원제 The Global Cold War)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냉전의 개념이나 영향 등에 대한 인식을 크게 확장시킨다. 자유주의·사회주의 진영을 대표하는 미국과 소련의 체제 경쟁·유럽 지역 중심 등에 초점을 맞춘 기존 냉전사를 극복하고 방대한 근현대사 사료를 바탕으로 미국·소련은 물론 아프리카와 아시아·라틴아메리카 등 제3세계의 냉전 경위를 분석하고 있다. 미·소 두 강대국이 제3세계에 끊임없이 왜·어떻게 ‘개입’했고 그 영향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특히 제3세계 지도자와 엘리트들 또한 미·소에 왜·어떻게 ‘응답’함으로써 어떤 파장이 벌어졌는지를 넓고도 깊게 살펴본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 책을 통해 (지금도 냉전이 지속 중인 한반도의) 한국 독자들이 지구적 차원의 국제 역사와 한국 역사를 함께 반추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현재의 국내·국제 문제를 해결하는 전제조건은 역사를 바라보는 사려 깊은 시각”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