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홍콩을 지렛대로 중국 압박 돌입했다
by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국가보안법’ 대응 주목…홍콩 특별지위 박탈 카드 쓸지 관심
법 제정 관련 인사·기업 제재 거론…우대 관세 축소·폐지도
미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제정한 중국을 겨냥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코로나19 책임론을 둘러싼 미·중의 공방이 홍콩보안법 문제를 거치면서 ‘행동’ 단계로 접어드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은 “중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2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에 대해 준비하고 있는 대응 방안을 발표한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백악관에서 홍콩보안법 강행으로 미·중 무역합의가 유지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고강도 제재를 단행할 경우 중국도 맞대응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제재가 기정사실로 굳어진 상황에서 관건은 폭과 깊이다. 미국이 제재를 단행한다면 법적인 근거는 1992년 제정된 홍콩정책법과 지난해 제정된 홍콩인권·민주주의법(홍콩인권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 홍콩정책법은 홍콩에 대해 중국 본토와 달리 특별지위를 부여해 홍콩에 관세·무역·비자 특혜를 주고 있다. 이 특별지위는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축소하거나 박탈할 수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27일 홍콩이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의회에 보고했다. 홍콩 특별지위를 축소·박탈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홍콩인권법은 홍콩의 기본권을 억압하는 인물에 대해 미국 비자 발급 제한과 미국 내 자산동결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실제로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비자 제한과 경제 제재를 예로 들기도 했다.
특별지위 박탈이 가장 강력한 제재 이지만 이 경우 미국이 입을 내상도 만만치 않다. 중국은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박탈하면 미국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홍콩은 미국의 21번째 교역 상대이며 미국은 홍콩을 상대로 330억달러의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한을 정해 홍콩 상황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이행되지 않을 경우 특별지위 박탈을 예고할 가능성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특정 대상에 대한 제재와 신규 관세 부과, 중국 기업에 대한 추가 제한 조치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면서 홍콩보안법 제정과 관련된 인사와 기업에 대한 제재가 주로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에 기반을 둔 기업들 가운데 중국 공산당 고위 간부와 가족들이 소유하거나 투자를 하는 등 관련이 있는 기업들을 제재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이 미국으로 수출할 때 누렸던 우대 관세를 축소 또는 폐지하는 방안도 있다. 미국에서 유학 중인 중국인 대학원생이나 연구원 가운데 중국 인민해방군과 연계된 이들의 비자를 취소해 사실상 추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미국은 홍콩보안법이 통과된 날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 해역에 함정을 보내 무력시위를 벌였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저지를 위한 군사력 증강의 필요성을 초당적으로 제기했다.
미국은 동맹국들을 향해 대중국 압박에 동참하라는 촉구도 이어갔다. 하이노 클링크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는 이날 민간 싱크탱크 화상 세미나에서 “우리는 모든 우방국과 동맹국 및 파트너들이 똑같이 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