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산의 장르를 읽다]따로 또 같은 가족…결국 우리는 각자의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 아닐까

화성 아이 지구 입양기
데이비드 제롤드

요즘 성격 유형 검사인 ‘MBTI’로 궁합을 보는 것이 유행이라고 한다. 원래는 연인 사이의 궁합을 보는 것이겠지만 나는 엄마와 나의 궁합이 궁금했다. 분명 최악의 궁합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결과는 ‘천생연분’이었다. 엄마는 결과를 보고 “맞아, 남들이 다 네가 나 같은 엄마를 둔 게 천만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크게 어긋났을 거라고 하더라”라며 깔깔 웃었다. 아니, 도대체 누가 그런 말을 했을까. 엄마와 나 사이의 깊은 애증의 역사를 알면 절대 그런 말 못했을 텐데.

데이비드 제롤드의 <화성 아이 지구 입양기>는 한 남자가 자신을 화성인이라고 믿는 어떤 아이의 아버지가 되는 이야기다. ‘나’는 성공한 작가지만 인생의 허무를 느끼고 오랜 꿈이었던 입양을 실행에 옮긴다. 그가 입양에 대해 잘 몰랐을 때 기대한 것은 자신의 손길이 필요한 천진난만한 아이였다. 하지만 부모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의 정보가 든 파일을 넘기며 그는 자신이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이들에게는 과거가 있다. 잔인하고, 비극적이고, 비통한.

그는 오래 헤맨 끝에 ‘바로 이 아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남자아이를 발견한다. 짧은 인생 동안 여덟 군데의 보육시설을 거친 여덟 살 소년 ‘데니스’다. 사회복지사는 ‘데니스’가 과잉행동장애를 비롯한 여러 문제들 때문에 ‘입양이 어려운 아이’로 분류되어 곧 장기 시설로 갈 거라며 입양을 말리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 그 아이를 집으로 데려와 함께 살기 시작한다. 그런데 ‘데니스’는 진심으로 자신이 화성에서 왔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문제를 진지하게 여기고 주변 사람들에게 상담하는데, ‘니키’라는 아이의 아버지인 동료 작가는 ‘나’에게 말한다. “모르겠어? 모든 아이들은 화성인이야. … 넌 부모가 되는 과정을 순서대로 밟고 있는 거야. … 아이를 키우다 보면 집에 귀엽고 냄새 고약한 작은 외계인을 들여 놓은 게 틀림없다는 확신이 들 때가 있어.” ‘나’는 그 말에 이렇게 대꾸한다. “매일 그런데?”

‘나’와 ‘데니스’가 진정으로 아버지와 자식 관계가 되는 눈물겨운 분투기를 읽는 동안 내가 성장기에 겪은 엄마와의 갈등들이 자주 떠올랐다. “도대체 저게 누구 배에서 나왔을까”라는 부모들의 관용구는 “모든 아이들은 화성인이야”라는 말과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이야기의 말미에서 ‘데니스’는 더 이상 화성인이 되고 싶지 않다고 선언한다. “전 그저 아빠가 갖고 싶어요.” 그 말에 ‘나’는 숨이 턱 막힌다. 아빠를 갖는 것이 소원인 한 아이와 아들을 갖는 것이 소원이었던 한 어른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는 진짜 나의 고향이 아닐 거라 믿는 아이들과 자신의 아이가 혹시 외계인이 아닐까 의심하는 부모들이 얼마나 많을까. MBTI 궁합이 천생연분으로 나와도 지난한 전쟁을 치르며 살아온 엄마와 나를 보면 사주든 별자리든 MBTI든 궁합은 믿을 게 못 된다는 생각도 새삼 든다. 타인과 가족이 되어 산다는 것은 어쩜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행성에서 온 외계인들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