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코로나 안 터지면 이상한 것"
[인터뷰] 코로나 집단감염 발생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
by 류승연(syryou)"지금까지 여기서 코로나가 터지지 않은 게 신기하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자, 용돈이라도 벌어볼 생각에 한달 전 경기도 부천 쿠팡 신선물류센터를 찾았던 대학생 유아무개씨는 일하는 내내 이같은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물류센터에 모인 노동자들이 '우르르' 몰려다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포장을 맡았던 유씨는 하루종일 옆 사람과 고작 한 뼘 정도의 거리에서 근무해야 했다. 식사 시간에는 100명이 넘는 이들과 함께 좁고 긴 테이블에 붙어 앉아 밥을 먹었고, 퇴근 시에는 노동자들이 몰려들어 북적이는 계단을 위태롭게 걸어내려갔다. 유씨는 2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터질 게 터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다닥다닥 붙어 근무할 수밖에 없는 근무환경
지난 23일 쿠팡 부천 신선물류센터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29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쿠팡 부천 물류센터 관련 코로나19 누적 확진환자가 이날 오후 12시 기준 102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노동 집약형' 물류센터 구조가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람이 아닌 물건 위주의 물류센터 구조상 노동자들이 1m 거리를 두기란 쉽지 않았을 거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얼마 전까지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출고'를 담당했던 일용직 노동자들은 다른 노동자와의 거리가 1m도 떨어져 있지 않은 좁은 공간에서 근무했다고 입을 모았다.
5월 초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근무했던 취업준비생 이아무개씨는 "진열이나 파지 정리를 담당하는 '입고' 팀에서는 돌아다니며 일을 해야 했기에 타인과 거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포장을 담당하는 출고팀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앞·뒤, 좌·우에 앉은 다른 노동자들과 다닥다닥 붙어 근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물류센터 내 식당 역시 코로나19가 쉽게 확산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쿠팡은 노동자들에게)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시간대를 나눠 밥을 먹도록 했는데, 한 타임당 100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긴 테이블에 한 뼘 이내로 붙어 앉아 밥을 먹었다"고 이야기했다.
거리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이씨는 "출고팀에 배치되면 영하 22도 환경에서 근무하기도 한다. 그러려면 쿠팡쪽에서 빌려주는 방한복을 입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방한복은 얼핏 보기에도 오래 빨지 않은 것처럼 더러워, 함께 근무했던 친구와 옷이 더럽다고 불평했던 적도 있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방역당국은 쿠팡 부천 물류센터 검사 결과 안전모와 노트북 등 작업장과 휴게실에서 67건의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결국 노동자 간 좁은 거리와 제때 이뤄지지 않은 위생 관리가 코로나19를 확산시켰을 거라는 이야기다.
"컨베이어벨트 속도 줄이는 등 대책 마련해야"
정우준 노동건강연대 사무국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물류센터는 물건을 적재하기 위해 지어진 곳으로, 근로자에게 허락되는 건 그야말로 최소한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쿠팡뿐 아니라 대기업 물류센터에서 수백명의 노동자들은 '효율성'을 위해 한 공간에서 밥을 먹기도 한다"며 "또 이들에게 마련된 휴게 공간이 워낙 좁다보니 노동자들은 바짝 붙어 쉬고 당연히 바이러스 전염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 사무국장은 또 "일 또한 철저히 사람이 아니라 '물건'에 맞춰져 있다"고 했다. 그는 "물류센터 컨베이어벨트는 사람 손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돌아간다"며 "그 속도를 줄이지 않기 위해 업체들은 수많은 일용직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어 노동자 간 거리도 가깝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코로나 시국인 만큼 기업들이 컨베이어벨트 속도를 줄이는 등 방법을 마련해 근로자들이 적정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