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묘역서 무릎 꿇은 노태우 아들... "전두환, 이해 안가"
노재헌씨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방문... 노태우·김옥숙 명의 조화 헌화
by 박정훈(twentyrock)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씨가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노 전 대통령 이름으로 헌화했다.
29일 오전 11시 30분, 노재헌씨는 김후식 전 5.18부상자회 회장 등과 함께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방문했다. 노씨는 약 20분간 5.18 희생자들과 민주화운동 인사들의 묘소를 돌며 참배했다.
노씨는 5.18민주묘역 입구인 민주의 문에 설치된 방명록에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리며 민주화의 씨앗이 된 고귀한 희생에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5.18민중항쟁 추모탑에 "제 13대 대통령 노태우, 5.18 민주 영령을 추모합니다"라고 글귀가 적힌 조화를 헌화했다.
노씨는 민주묘역에서는 김의기·김태훈·윤한봉 열사 묘소를, 이어 민주화운동 인사들이 잠든 망월동 묘역에서 이한열·백남기 열사, 위르겐 힌츠페터(독일인 기자)묘소를 찾아 무릎을 꿇었다. 이한열 열사 묘소에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한열 열사의 영령을 추모합니다'라고 적힌 김옥숙 여사 명의의 조화를 헌화했다. 김옥숙 여사는 노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88년 2월에 이한열 열사 묘소에 참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노씨와 동행한 김후식 전 5.18부상자회 회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며칠 전 노재헌씨가 '코로나19 때문에 그동안 못 왔다가, 5월이 가기 전에는 (민주묘지에)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와서 같이 가게 됐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노재헌씨에게 (민주묘지 참배에) 아버지 뜻이 담겨있냐고 물어보니, '아버지가 건강이 괜찮으시다면 여기 와서 참배했을 것이다'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5.18 당시 학살 책임을 부정하는 전두환씨가 언급되자, 노씨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노씨가) 단순히 묵념만 한 게 아니라 묘소마다 무릎을 꿇었다"며 "사과에 진정성이 있어보였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노태우 측의 공식적인 사과와 5.18 진상규명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고, 이에 대해서도 노씨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한다.
노씨는 지난해 8월에도 5.18민주묘지에 참배하고 5.18 희생자들에게 사죄의 뜻을 밝힌 바 있다. 12월에는 광주 오월어머니집에 들러서 5.18 피해자들에게 "몸이 안 좋은 아버지 대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으로서, 신군부의 광주 유혈진압을 주도했던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