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신진서 2연속 우승? 커제의 첫 재패?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25회 본선] 6월1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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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5.29 18:05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곡절을 겪은 제25회 LG배 조선일보기왕전 본선 대회가 다음 주 개막, 1년 레이스에 돌입한다. 6월 1일 한·일전(5판)과 한·대만전(2판) 합해 총 7판이, 2일과 3일엔 한·중전 9판이 나뉘어 벌어진다. 1회전 승자 16명은 5일과 8일 벌어질 2회전에 나서 8강 진입에 도전하게 된다.

한국 16·중국 9·일본 5·대만 2명 등 출전 기사들은 각자 자국 중앙기원에 마련된 대국실에 도착, 비대면(非對面) 인터넷 대국에 임한다. 바둑 인터넷 업체 사이버오로의 시스템을 이용해 착점 등 모든 작업이 온라인으로 처리된다. 국제 메이저기전 본선 1·2회전 전 대국이 인터넷으로 치러지는 것은 국제 바둑대회 사상 처음이다.

◇24년 동안 한 명도 나오지 않은 연속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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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신진서. 제24회 LG배 우승으로 첫 메이저 정복에 성공한데 이어 이번 25회 대회서 LG배 사상 첫 연속 우승 기록을 세울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한국기원

본선 32강전엔 한국 5명(신진서 박정환 김지석 강동윤 원성진), 중국 4명(커제 양딩신 탕웨이싱 구쯔하오) 등 총 9명의 세계 제패 경험자가 출전한다. 평균연령은 한국(26.4세), 일본(24.0세), 중국(23.3세), 대만(21.5세) 순.
출전자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기사는 신진서 커제 최정 등 3명이다. 만 스무 살의 한국 팀 에이스인 신진서는 올해 28승 3패로 9할이 넘는 승률 속에 무서운 독주를 계속 중이다. 최근 벌어진 2개의 국내 기전(쏘팔코사놀·GS칼텍스배)서 모두 결승에 진출, LG배가 끝나는대로 총 10번기(박정환·신진서)를 펼치게 된다.

신진서가 특히 주목을 받는 이유는 또 있다. 24년 동안 특정 기사의 2년 연속 우승을 단 한 번도 허용하지 않아온 LG배의 전통 때문이다. 신진서는 지난 해 결승서 박정환을 꺾고 우승한 디펜딩 챔피언이다. 6월 3일 1회전서 만날 첫 상대는 중국 판윈러로 정해졌다. 신진서를 상대로 통산 4승 3패로 앞서있는 기사여서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7번이나 세계 제패한 커제, LG배에선 4강 두 번이 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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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진서 박정환과 함께 세계 3강으로 꼽히고 있는 커제. 메이저 7개봉을 정복하고도 유독 LG배에선 약한 모습을 보였던 징크스 깨기에 도전한다. /한국기원

커제(23)는 자타가 공인하는 13억 인구 중국 땅의 바둑 일인자다. 지금까지 메이저 국제바둑대회 7차례나 우승했다. 전성기가 지나간 구리(37)의 8회를 곧 따라잡을 유력한 후보라며 중국 바둑계가 비상한 눈길로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커제는 아직 LG배에선 이상하리 만치 부진했다. 우승은커녕 준우승도 없었다. 4강 두 번이 최고 성적이다.

20회 대회 이후 LG배에 개근 중인 커제가 징크스를 깨고 영토를 넓힐 수 있을까. 그는 6월 2일 한국의 신예 박건호(22) 4단을 상대로 32강전을 치른다. 둘 간 역대 전적은 커제가 1승으로 앞서 있다.
최정(24)은 77개월째 한국 여자 랭킹 1위를 달리는 중이다. 2018년 10월 이후 국내 여성 기사들을 상대로 현재 47연승 무패다. 세계로 무대를 넓혀도 여성 상대 전적이 79승 5패에 이른다. 가공할 승리 행진이다.

바둑계가 아직 풀지 못한 의문 중 하나는 남녀 간의 선천적 능력 차이가 존재하느냐 여부다. 최정이 그 ‘실험’에 참가하고 있다. 최정은 LG배만 해도 이미 3번 본선을 밟았고, 그 중 한 번(24회 대회)은 16강까지 진격하는 등 다른 여자 기사가 꿈도 못 꾸는 일을 해냈다.

◇세계 최고 여걸 최정, 바둑계의 묵은 숙제 풀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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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세계 최고의 여자기사로 자타가 공인하고 있는 최정은 이번 대회서 루이나이웨이가 갖고 있는 여자 기사 메이저기전 최고성적(4강) 경신 도전에 나선다. /한국기원

주최측이 올해 와일드카드로 최정을 선택한 것은 이런 의미도 많이 작용했다. 지금까지 여성의 세계 메이저 최고 진출 기록은 중국 루이나이웨이(57)가 93년 제2회 잉씨배 때 작성한 4강 진입이다.
사상 처음 온라인 방식으로 치러지는 이번 본선이 공정성 시비없이 무사히 치러질지도 관심사다. 인간 고수 뺨치는 인공지능(AI)이 등장하면서부터 원격 대국은 매번 치팅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주최사 주관청인 한국기원은 해당 4개국의 대국 실황을 서로 모니터링 하도록 하고 상대국에 자국이 지명한 부심을 입장시키는 등 완벽한 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까지 LG배 국가별 우승 회수는 한국이 10회로 중국(11회)보다 적다. 일본이 2회, 대만은 1회 우승했다. 본선전에선 코로나 사태 여파로 줄어들었던 1인당 제한시간을 원래의 3시간(40초 초읽기 5회)로 환원해 적용된다. 3억원 우승 상금이 걸린 LG배의 올해 주인은 어느나라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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