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고양이 공장’ 적발…매매에 학대 정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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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에서 불법으로 고양이를 번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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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허가 사육이 이뤄진 경남 김해시의 한 비닐하우스

지난달 말, 한 동물보호단체에 들어온 제보 전화 내용입니다. 동물보호단체는 곧장 경남 김해에 있는 비닐하우스로 향했습니다. 농기구가 있어야 할 비닐하우스 주변에는 고양이 가방과 사료 포장지 등이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동물보호단체는 한 달 정도 이곳을 몰래 지켜봤습니다.

겉은 블루베리 농장…속은 고양이 공장

비닐하우스가 이른바 '고양이 공장'으로 운영되는 정황을 포착한 동물보호단체는 지자체와 경찰에 협조요청을 했고, 28일 오전 현장을 덮쳤습니다. 이 비닐하우스는 마을과 떨어진 한적한 곳에 있었고, 외관은 주변에 있는 블루베리 비닐하우스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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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 내부 고양이 사육 철창

비닐하우스 안에는 블루베리가 아닌, 고양이를 가두는 철창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습니다. 문을 여는 순간 제대로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악취가 코를 찔렀고 가로, 세로 2m 남짓한 철창 한 곳당 많게는 8마리의 고양이가 모여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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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발견된 주사기

철창 안 고양이를 세어봤더니 50마리에 달했습니다. 곳곳에는 사용한 주사액과 주사기가 발견됐고, 구석에서는 탯줄이 붙어 있는 새끼 고양이 사체도 목격됐습니다. 여기서 고양이를 길러온 60대 남성은 '여기가 유일한 사육장'이라고 둘러댔지만, 불과 20여m 떨어진 맞은편 비닐하우스에서는 더 큰 규모의 사육장이 확인됐습니다. 사육장 문을 열었더니, 고양이 60여 마리가 추가로 나왔습니다. 90여㎡ 비닐하우스 2동에서 발견된 고양이는 자그마치 110여 마리였습니다.

무허가 사육에 불법 판매…학대 정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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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사육장 내부

고양이를 키워 번식을 하고, 판매를 하려면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동물보호법상 '동물생산업' 허가를 받으려면 사육실과 분만실, 격리실 등을 갖춰야 하고, 75마리당 1명 이상의 관리인력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60대 남성은 허가를 받지 않은 채 100마리가 넘는 고양이를 키웠고, 심지어 인터넷을 통해 판매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처음에는 고양이가 좋아 3마리를 길렀고, 본격적으로 번식을 한 것은 7년 전부터라고 털어놨습니다. 비닐하우스 안 고양이 대부분은 뱅갈고양이, 먼치킨 등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품종묘'입니다. 귀한 품종이라 한 마리당 수백만 원에 분양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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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장 안에 있는 고양이

학대가 의심되는 정황도 나왔습니다. 110여 마리 중 절반 정도의 고양이들이 피부병 등의 증상을 보이는가 하면, 피를 흘리는 고양이도 있었습니다. 현장에 동행한 심인섭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대표는 "수의사가 정확하게 진단하면 귀 진드기라든지, 폐렴이라든지 여러 가지 병명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생산이력제 도입해야"

김해시는 60대 남성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할 예정입니다. 동물생산업 등을 등록하지 않은 채 고양이를 번식시키고, 판매했다고 판단한 겁니다. 또 고양이를 학대했는지, 판매 경로는 어떻게 되는지 등도 추가로 조사할 계획입니다.

비닐하우스에서 발견된 고양이 중 병이 있거나 상태가 좋지 않은 40여 마리는 유기동물보호센터로 급히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나머지 고양이들은 절차에 따라 판매하는 등 관리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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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보호센터로 옮겨지는 고양이

올해 초 부산의 한 주택에서 400마리의 고양이를 불법 사육한 이른바 '고양이 공장'부터 이번 김해의 비닐하우스 사례까지 적발되면서, 동물생산이력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심인섭 라이프 대표는 "육류와 생선, 달걀까지 생산이력제를 통해 어떤 환경에서 길렀고 어디서 도축이 되었는지 알 수 있는 세상에서, 유독 살아있는 개와 고양이의 새끼들은 누가 어떻게 키우는 지 전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동물보호법을 개정해 동물생산업의 허가 사항과 처벌 기준을 강화하고 동물생산이력제를 통한 동물생산업의 투명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