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갈등' 핵폐기물 영구처분장... "최소 10년은 필요"
[인터뷰]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대표
by 윤성효(cjnews)
현재 우리나라에는 모두 24곳의 원자력(핵)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여기서 나오는 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은 계속 쌓여만 가는데,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장기 계획이 없는 셈이다.
핵폐기물 처분장 역사는 오래됐다. 정부는 1986년 고준위핵폐기물처분장 후보지로 영덕, 울진, 포항을 선정했지만 주민 반대로 무산되었고, 이후 반발은 계속되었다.
정부는 1990년 안면도를 발표했다가 이듬해 철회했고, 그해 강원도 고성‧양양이 후보지로 발표되었다가 역시 주민 반대로 무산되었으며, 1994년 굴업도도 마찬가지였다.
1995년 안면도가 재검토됐지만 이곳에 활성단층이 발견되어 철회되었다. 2003년 부안군수가 후보지 유치 신청했다가 이듬해 실시한 주민투표에서 91%가 넘는 반대로 부결되었다.
노무현정부 때도 중저준위 폐기물 후보지로 몇 곳이 거론되다 무산되었다. 2013년 박근혜정부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출범했지만 당시 환경단체가 탈퇴하면서 '친원전파' 일색으로 추진하다 논란이 됐다.
문재인정부는 2019년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재검토위)를 구성해 '중장기 정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재검토위'는 시민참여단(549명)을 구성해 지난 5월 23일 오리엔테이선을 열기도 했다.
시민참여단은 앞으로 시청각 자료를 활용한 온라인 학습 과정을 거쳐 두 차례 종합토론을 하고, 공개 토론 등의 과정을 거친다. '재검토위'는 이런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핵폐기물 처분장과 관련한 정책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경주 월성원전에는 고준위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이 있다. 그런데 이 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른 것이다. 이에 또 다른 저장시설을 건설하는 문제를 두고 경주뿐만 아니라 울산 북구 등 인근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대표는 28일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사용후핵연료 처분장과 관련해 "일단 중수로 원전을 중단하고 임시저장시설 '맥스터'를 안전 기준에 맞게 건설하여 영구처분장 선정할 때까지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구처분장은 최소한 10년 이상의 시간을 가지고 전 국토를 대상으로 지질조사 등 처분장 기준을 충족할 부지를 물색해야 한다"며 "지역 주민과 국민의 공감을 얻은 후 영구처분장을 건설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박종권 대표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 사용후핵연료란 무엇인가?
"우라늄으로 만든 핵연료는 원자로 내에서 핵분열로 열을 발생하고 그 열로 물을 끓인다. 이때 발생하는 수증기의 힘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일정기간 후 핵연료는 수명을 다하고 새 연료로 교체하는데 수명을 다한 핵연료를 사용후핵연료(Spent Nuclear Fuel)라고 부른다. 고독성의 방사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고준위핵폐기물이라고도 한다."
"인간의 통제범위를 넘어서는 위험한 물질"
- 사용후핵연료가 왜 문제가 되나?
"핵연료 초기에는 우라늄만 존재하나 원자로 내에서 핵분열 연쇄 반응이 진행됨에 따라 사용후핵연료 내에는 많은 방사성 핵종들이 존재하게 된다. 넵튜늄, 플루토늄, 스트론튬, 세슘, 요오드 등 많은 방사성물질들이다. 이러한 핵종은 강력한 방사능을 방출하고 열을 내기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운 물질이다.
방사선에 피폭되면 각종 암에 걸리고 유전인자가 변형되어 후세에게 유전된다. 특히 플루토늄이 1% 정도 포함되어 있는데 핵무기 원료가 된다. 사용후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뽑아내는 일을 재처리라고 하는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재처리가 불가능하다.
플루토늄은 그 독성이 반으로 주는 반감기가 2만 4천년이다. 반감기가 2만 4천이면 최소한 10만년을 관리해야 인간에게 안전한 수준으로 된다는 뜻이다. 인간의 통제범위를 넘어서는 물질이다."
- 우리나라에는 사용후핵연료가 얼마나 되고 어떻게 보관하고 있나?
"현재 1만 7000톤 정도 쌓여 있고 매년 800톤 정도 배출된다. 보통 원전 부지 내 수조에 보관중이고 경주 월성원전에는 수조와 건식 저장고에 임시 보관중이다. 임시저장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게 되자 한수원은 경주에 건식 저장시설인 '맥스터' 7기 건설 허가 신청을 하였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1월 20일에 승인했다."
- '맥스터' 건설이 불법이라고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안다.
"경주에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을 건설할 때 특별법(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는데 이 법 제18조는 경주에는 중간 저장시설 등의 '사용후핵연료 관련 시설'을 건설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다. 힘들게 방폐장을 건설하는 지역에 대한 배려 차원이었다.
그런데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사용후핵연료 관련 시설'이 아니라 '원자로 관계시설'이라는 말장난으로 변명하면서 위법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소가 웃을 일이다. 그래서 경주와 울산의 탈핵시민공동행동 등 전국 13개 시민‧종교단체가 4월 7일 서울행정법원에 '사용후핵연료 2단계 조밀건식저장시설 건설' 허가 처분에 대한 무효 확인 소송 소장을 접수했다. 원고는 황분희 외 832명, 피고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소송 대리는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김영희 변호사)가 수행한다.
불법사유는 특별법 조항 때문만이 아니라 항공기 충돌에 대비한 설계 누락, 중대 사고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사고관리계획서를 제출 누락, 주민의견 수렴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등 불법사유가 충분하다. 승소할 것으로 기대한다."
- 지난 5월 23일 전국 14곳에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를 위한 전국 공론화 시민참여단(549명)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가 있었다. 환경단체에서는 반대한 것으로 안다. 왜 반대하는가?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때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여 사용후핵연료는 2028년까지 처분장을 확정하고 2035년에는 중간저장시설, 2053년에는 영구처분장을 건설한다는 결정을 한 바 있다. 그런데 당시 공론화위원회를 친원전파 일색으로 구성하여 시민단체 2인은 탈퇴를 하였고 공론화위원회는 국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재공론화 공약을 하였고 2019년 5월에 '재검토위'를 구성했지만 지역주민, 환경단체는 배제하고 중립적인 인사로 구성하여 환경단체는 '재검토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검토위가 지역주민의 의견을 무시한 채 국민들도 잘 모르는 가운데 시민참여단을 모집하여 공론화를 한다는 것은 졸속으로, 형식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의도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항의 및 반대하는 집회를 하였고 울산지역에서는 설명회가 무산됐다."
"전 국토 대상 지질조사해서 기준 맞는 곳 찾아야"
- 그럼에도 불구하고 쌓여있는 핵폐기물을 처분해야 하지 않나?
"1986년부터 고준위핵폐기물 처분장을 건설하기 위해 영덕, 울진, 포항을 후보지로 선정해서 추진했으나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다. 1990년 안면도, 1991년 고성, 양양, 태안 후보지도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1994년 인천 굴업도는 활성단층 발견으로 무산됐고 2003년 부안 후보지도 무산됐다. 고준위핵폐기물은 어느 지역에서도 수용하지 못하는 근접불가 물질이 됐다. 2005년 노무현 정부는 고준위처분장은 덮어둔 채 경주에 중저준위핵폐기물 처분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하고 2015년에 완공하였다.
고준위 처분장 선정이 불가능하자 현재의 핵발전소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을 지어 50년간 보관하고 영구처분장 건설은 미래세대에 넘기는 것으로 정부의 핵폐기물 정책은 변했다. 너무나 무책임한 정책이다. 처분하지 못하는 폐기물을 계속 배출하는 것을 중단하는 것이 급선무다.
욕조가 넘치면 수도꼭지를 일단 잠그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 맞다. 24기 원전을 모두 멈추는 것이 힘들면 한 기당 배출량이 가장 많은 (경수로의 4.5배) 중수로 원전 월성2,3,4호기는 멈춰야 한다. 3기의 전력 생산량은 전체 전력공급량의 1.7%에 불과하다. 정부가 진정성을 보이고 지역주민과 시민단체간에 논의를 시작한다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 해결책이 무엇인가?
"개인의견을 말씀드리면 일단 중수로 원전 중단하고 임시저장시설 '맥스터'를 안전 기준에 맞게 건설하여 영구처분장 선정할 때까지 운영한다. 영구처분장은 최소한 10년 이상의 시간을 가지고 전 국토를 대상으로 지질조사 등 처분장 기준을 충족할 부지를 물색한다. 지역 주민과 국민의 공감을 얻은 후 영구처분장을 건설한다. 이것이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해결방안이다."
-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나?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영구처분장을 건설하고 있는 나라는 핀란드밖에 없다. 핀란드는 1978년에 영구처분장 타당성 연구를 시작하여 1983년에 지하 처분장을 건설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후 17년간 지질조사 등 부지 선정 절차를 거쳐 2000년에 현 올킬로우토 섬을 부지로 선정했고 2015년 착공, 2021년 경 완공될 예정이다.
올킬로우토 섬은 바위섬으로 바위가 경기도만한 크기라고 한다. 바위를 지하 500미터 뚫고 또 옆으로 1km 더 뚫어 처분장을 만든다. 미국은 네바다 사막에 건설하다 10년 만에 심층수가 발견되어 포기하고 원점으로 돌아갔다."
- 앞으로 환경단체에서는 핵폐기물 정책에 대하여 어떻게 할 것인가?
"6월 1일부터 실시하는 울산 북구 주민들의 경주 '월성핵발전소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건설 찬반 주민투표'에 집중한다. 경주에는 중저준위폐기물 처분장이 들어서는 대신 사용후핵연료 관련시설을 짓지 않도록 특별법까지 제정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의 의견을 제대로 묻지도 않고 저장시설 증설을 허가해 준 것에 분노하고 있다. 울산 북구는 행정구역은 울산이지만 경주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로부터 가깝게는 7km 거리이며 반경 20km 이내 북구 주민 21만 만 명이 살고 있다. 사고 시 직접적인 피해 주민들이다.
북구 주민 1만 1484명은 지난 2월 19일 산자부에 주민투표 청원서를 제출했으나 거부당했다. 할 수 없이 울산 북구 주민들은 민간주도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주민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6월 1일과 2일에는 주민투표 동의 서명자 대상 전자투표, 6월 5일과 6일에는 모든 북구 주민 대상 본투표를 실시한다."
-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투표사무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텐데.
"재정적으로도 어렵고 많은 일손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전국의 탈핵운동가들과 시민단체가 후원하고 자원봉사자들이 전국에서 모여들고 있어 잘 해 나갈 것이다. 18세 이상 유권자 18만 명이다. 많은 시민들의 투표 참여를 기대한다."
- 더 하고 싶은 말은.
"2013년 11월에 국립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핵발전은 안전하지도 값싸지도 않다. 질서 있는 후퇴를 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7년이 지난 지금도 원전을 더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전 세계는 이미 탈원전, 탈석탄으로 가고 있고 재생에너지로 방향을 틀었다. 처리하지 못하는 핵폐기물 배출을 이제는 중단하고 국민들과 함께 핵폐기물 처분을 논의해야 할 때다."
은행 지점장 출신인 박종권 대표는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으로 있고, 85쪽 분량의 '탈핵 안내서'인 <판도라, 핵 발전의 몰락>을 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