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건재한데 여성들은 해고... 간접고용 없어졌으면"

[해고·돌봄 0순위, 재난 속 여성노동자 ⑪] 인천공항에서 '해고 통보' 받은 이정원씨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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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사회는 유례없는 재난을 마주했다. 일상의 회복을 향한 갖가지 노력과 정부대책이 세워졌으나, 여성노동이 저평가 되고 있던 사회에서 재난을 마주한 여성노동자는 해고 1순위에 처하고, 정당한 가치 인정 없이 가정과 사회에서 요구되는 돌봄노동을 모두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2020년 제4회 '임금차별타파의 날'을 맞아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여성노동자들의 현실과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채 재난위기 대책이 논의 되고 있는 것에 문제제기 한다. 코로나19를 마주한 여성노동자들이 일터와 삶터에서 어떻게 살아나가고 있는지 기획을 세워 총 13개의 글을 오마이뉴스에 기고해 여성의 현장 상황을 알리고자 한다.[편집자말]

[이전 기사: 재난 속 사라지는 여성일자리: '해고 위기' 처한 매점관리원]

올해 2월, 코로나19가 한국을 강타했다. 전국적으로 노동시장이 얼어붙게 되면서 2020년 3월 기준 상용직 일자리의 증가폭은 둔화되었고, 임시일용직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경제활동인구조사). 그 중 여성 임시일용직은 32만 3천명 감소, 남성 임시일용직은 27만명이 감소했다. 남성 임시일용직은 지난 3년간 계속 감소해 왔기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반면, 여성 임시일용직이 증가 추세에서 감소로 전환된 것은 코로나19 상황에 더욱 영향을 받았음을 시사한다. 이렇게 노동시장에서 소리 없이 사라진 여성들은 대부분 서비스 분야에서 일한 간접고용 여성 노동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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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인해 공항은 정지됐고, 그곳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무급휴직을 사용해야만 했으며 구조조정, 정리해고를 겪었다. ⓒ 언스플래쉬

 
공항은 최일선에서 타격을 받았고, 그로 인해 무급휴직, 구조조정과 정리해고가 잇따랐다. 인천공항공사는 2001년 개항 이후 간접고용 90%라는 진기한 기록을 달성하며 '파악하기도 어려운 다단계 하청구조'를 양산해왔다. 12년간 최우수평가를 받고 2016년 1조 원에 달하는 단기 순수익을 달성했지만 전체 근무 인원의 84%는 비정규직이었고, 비정규직 노동자 대부분은 각 업무별로 외주를 준 위탁업체에 고용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다. 역시 인천국제공항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대부분이 서비스 직종에서 일하는 정원씨와 같은 여성노동자들이다.

간접고용노동자에게 닥친 '해고'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VIP라운지에서 근무하는 여성노동자 이정원씨는 지난달 10일 퇴근하던 길에 단체카톡방에서 해고통보를 받았다. 그는 직원끼리 돌아가며 무급휴가를 계속 연장해 사용하다 보면 언젠가는 코로나19 사태가 정상화되어 안전하게 다시 일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왔다. 제1터미널 쪽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인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해고되었다는 소문이 들려왔고 김포공항 역시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열심히 일하다 보면 해결될 것이라 믿고 싶었다. 그런 그에게 카톡방에 올라온 '원청업체(롯데GRS)가 더 이상 채용하지 않을 의사를 밝혀 계약 종료를 하겠다'라는 말은 청천벽력이었다.

정원씨는 끝까지 직원을 책임져 주지 못하는 회사에 화가 났으나 또 달리 생각해 보면 회사의 어려움도 이해가 되었기에 답답한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고용유지를 위한 정책들이 일시적으로 생겼다는 소문에 직장동료와 함께 지원받을 수 있는 정책 등을 찾아보았으나, 실업급여 외에 노동자가 직접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없어 황망한 마음마저 들었다. 혼자 사는 20대 여성으로서 당장 집세와 생계유지가 걱정이 되어 눈앞이 깜깜했다.

정원씨는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가 아니었다. 롯데GRS라는 원청과 계약을 한 e-bridge라는 하청업체 간접고용 여성노동자였다. 정원씨는 4년마다 롯데GRS와 e-bridge 사이에서 체결되는 계약 연장 여부에 따라 상시적 해고 위협에 놓인 불안정노동자였고, 언제 본인이 일하는 VIP라운지가 사라질까 하는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정원씨는 VIP라운지에서 중간관리자로서 데스크 안내업무와 식기 및 직원관리 등의 업무를 맡았고 다른 직원들은 홀서비스, 요리 등 요식업 계통의 일을 해왔다. 각자의 업무는 정해져 있었으나, 그럼에도 항상 일손이 부족해 서로의 일을 도울 수밖에 없었다. 인력을 더 채용하기 위해서는 원청업체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정원씨와 같은 간접고용형태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률, 노동자 인원 등에 대한 전반적인 시스템 관리는 원청인 롯데GRS가 했고, 어느 것 하나 원청이 승인해 주지 않으면 하청업체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웠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롯데GRS가 2명분의 인건비를 감축할 것을 요구해 정원씨와 동료들은 무급휴가를 돌아가며 사용하는 것으로 인원감축만은 피하고자 했다. 그러나 2~3일씩 돌아가며 쓰던 무급휴가가, 점차 큰 폭으로 확산되는 코로나19 때문에 10일씩 돌아가며 사용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정작 부족한 인원 때문에 무급휴가를 사용하면서도 직접 출근해 일하기 일쑤였다.

이외에도 서비스제공자로서 여성노동자들에게 요구되는 사항들도 있다. 정원씨는 화장을 완벽히 했는지, 스타킹의 색이 어떤 색인지, 체중이 늘었는지에 대해 회사 사람들이 품평을 하는 분위기에 답답한 마음을 느꼈으나 그것은 으레 그래왔듯 당연하게 행해져 왔다. 부족한 일손도 모자라 업무능력과는 상관없는 꾸밈노동도 정원씨를 힘들게 하는 요인이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해고당하는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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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제4회 임금차별타파의 날을 맞아 진행한 퍼포먼스. 자신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여성노동자, 간접고용이란 노동조건, 재난상황이 닥치자 해고 0순위. 코로나19라는 재난속에서 이 모든 것들을 여성노동자 개인이 감내해야하는 상황이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간접고용은 예산절감과 해고에 유연한 고용방식으로 원청의 완충재로써 남용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롯데GRS는 이번 해고사태에 대하여 '코로나'19'라는 불가피성을 강조한다. 인천국제공항은 노동자들이 해고되는 것을 방관하고 있고, 원청업체들은 위험을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무기한 무급휴직이 늘었고, 무급휴직을 거부하면 권고사직이나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대부분 협력업체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0'순위였다. 인천국제공항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대부분이 서비스 직종에서 일하는 정원씨와 같은 여성노동자들이며, 정원씨가 일한 VIP라운지에는 매니저 2명만 남고 모든 노동자가 해고당했다. 해고당한 자들은 모두가 여성이었다.

"롯데GRS와 공항은 여전히 건재한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여성들이 해고당했어요. 앞으로 바라는 건, 간접고용과 같이 불안정한 일자리는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정원씨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앞으로의 세상을 소망했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재난상황을 겪고 있는 모두가 불안과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러나 원청은 하청으로, 하청은 노동자에게로 책임을 넘기는 상황이다. 함께 살아내기 위해 휴가를 사용해가며 무급으로 버틴 여성노동자들에게 원청은 해고로 응답했다.

많은 간접고용 여성노동자들은 어디에도 해답을 받지 못한 채 고용불안에 떨고, 해고를 당하는 등 코로나19를 온몸으로 감내하고 있다. 간접고용 여성노동자들은 어디에 책임을 물어야 할지 오리무중이다.

과연 인천국제공항 대량해고의 원인이 코로나19였는가? 간접고용 여성노동자들은 언제든 해고될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제라도 효율과 효용이란 자본에 노동자의 존엄과 생존권마저 내어 준 질주를 멈춰야 한다. 정원 씨는 특별한 누군가가 아닌 우리 이웃이다.

* [상담] 코로나19 관련 여성 노동상담 : 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tel.1670-1611(전국공통) / 전국여성노동조합 상담전화 tel. 1644-1884(전국공통)
* [참여] '코로나19가 여성의 임금노동과 가족 내 돌봄노동에 미친 영향' 설문조사 : https://bit.ly/2020womenwor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