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이유 있는' 우편투표 제도 반대

2005년 양당 공동위원회 "우편투표는 사기, 협박 가능성 많아" 결론
코로나 뚫고라도 투표소 가겠다: 바이든 지지자는 24% vs. 트럼프 지지자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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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5.29 17:42 우편투표(mail-in voting) 제도의 확대에 “투표 사기(詐欺)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에, 트위터 사 측이 장문의 ‘팩트체크’로 반박했다. 트럼프는 26일 “우편투표는 상당한 (투표)사기가 일어날 수 있다. 우편함이 탈취되고, 투표 용지가 위조·불법 인쇄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실 미국에서 이미 부재자 투표를 비롯해 많은 투표 행위가 우편투표로 이뤄진다. 트럼프가 승리한 2016년 미 대선에서도 전체 투표의 23.7%인 3320만 표가 우편투표였다. 하와이·콜로라도·워싱턴 등 5개 주는 아예 모든 선거를 우편투표로 한다. 다른 21개 주도 코로나 팬데믹을 이유로 이번 대선에서 우편투표를 더욱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최대 유권자 주인 캘리포니아는 지난 6일 모든 유권자에게 투표용지를 보내 우편으로 투표권을 행사하게 하고, 원하는 사람만 지역별 투표 센터에 와서 투표하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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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연합 6월2일 펜실베이니아주의 양당 예비선거를 앞두고, 27일 윌로우 그로브에서 한 유권자가 우편투표 수거함에 자신의 투표용지가 담긴 봉투를 넣고 있다.

◇투표소 투표보다 훨씬 높은 무효율
그러나 미국에서 우편투표는 투표소 투표에 비해, ‘무효표’ 비율이 훨씬 많다. 2016년 우편으로 접수된 투표 용지 중에서 1%는 ‘무효 처리’돼 계표(計票)되지 않았다. 반대로 유권자에서 투표소에 가서 기표한 투표 용지의 ‘무효율’은 0.3% 수준이었다. 우편투표 중에서 유권자가 카운티(county)에 등록된 서명과 투표 봉투에 기입한 서명이 일치하지 않거나 봉투에 서명하지 않은 경우, 반환 봉투가 애초 제공된 선관위 봉투가 아니거나 마감일을 넘긴 경우 모두 무효표 처리됐다. 미국의 대표적인 민주당 성향 신문인 뉴욕타임스(NYT)도 2012년엔 “봉투에 쓰인 서명 중 알파벳 한 글자가 등록된 서명과 일치하지 않아, 개표원들 사이에 논쟁이 인다”며 “부재자 투표가 늘면서 실수와 사기(詐欺)가 이슈가 되고 있다”며 “양당(兩黨) 모두 우편투표는 다른 형태보다 더 쉽게 악용되고 무효표 처리되고,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는 데 의견이 같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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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연합뉴스 27일 펜실베이니아주 벅스 카운티의 한 선관위 직원이 다음달 2일의 양당 예비선거에 앞서 먼저 도착한 우편투표 봉투들을 확인하고 있다.

공화·민주 양당이 2005년 함께 발족한 연방선거개혁 위원회의 결론도 “부재자 투표(우편투표)는 투표자 부정이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원천이며, 우편투표를 하면 투표 매수 행위를 적발하기 힘들다. 양로시설의 노인들은 압력과 협박에 더욱 취약하다”였다.

◇대규모 우편투표 경험·인프라도 없어
29일 워싱턴포스트는 한 칼럼에서 “많은 주들은 대규모로 투표 용지를 제때에 배달하고 이를 다시 접수해 처리한 경험이나 인프라를 증명하지 못했다”며 “결과적으로 미국 역사상 가장 치열할 대선 한복판에서 유례 없는 규모의 실험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 MIT 대의 조사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가 승리했던 2008년 대선 때에도 3550만 표의 우편투표 용지 중에서 760만 표는 계표되지 않았다. 주소지가 틀려 전달되지도 않았고, 선관위에 도착한 투표 용지·봉투에서도 ‘결함’이 발견돼 무효 처리 됐다. 당시엔 오바마가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보다 거의 1000만 표를 더 가져갔기 때문에, 이런 우편투표의 문제점이 부각되지 않았다.

◇박빙의 차로 승부가 갈리는 상황에서 달라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 재앙과 경제 후퇴로 인해 이번처럼 예측이 힘든 대선에서, 대규모 우편투표는 결과를 바꿀 수 있다. 민주당 측은 유권자 모두에게 투표 용지를 발송하라고 주장한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마크 티센은 “엉뚱한 주소지로 가거나 투표 의사가 없는 유권자들에게 전달된 수백만 장의 투표용지가 돌아다닐 수 있어, 투표 부정이 발생할 여지가 커진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ABC 방송 조사에서, 코로나 팬데믹에서도 투표소까지 가서 찍겠다는 ‘열광적’인 지지자는 민주당은 24%, 공화당은 53%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물불을 안 가리고 투표소에 가겠다는 것이고,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지지자들은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식이다. 민주당은 그래서 유권자 침대까지 투표용지를 보내겠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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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연합뉴스 28일 한 트럭이 우편투표의 사기성을 주장한 트럼프를,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에 빗대 조롱한 입간판을 붙이고 백악관 주변을 돌고 있다.

NYT는 2012년 우편투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유권자가 던진 표는 반드시 계표된다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약속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했다. 트럼프도 공화당 열렬 지지자들을 믿고 우편투표 확대에 반대하는 것이지만, 전혀 근거가 없는 반대는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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