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들여 배웠는데 하필 코로나"…예비 파일럿은 운다
by NEWSIS귀국 후 입사지원 2번…"최근 한 곳 떴다"
공기업 등에도 지원…이전 직종 재취업도
항공업계 기존 직원 쉬는 판…"채용 스톱"
[서울=뉴시스] 이창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업계가 타격을 받자 거액을 들여 파일럿 취업 준비를 해온 이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분기에 각각 566억원, 208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또 제주항공 657억원, 진에어 313억원, 티웨이항공 223억원, 에어부산은 38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국내 상장 항공사 6곳이 모두 역성장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업계 경영난이 심화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항공업 채용시장도 얼어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1억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비행 면허(조종사 면허)'를 따온 준비생들의 불안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8년 초 미국 애리조나주에 있는 한 학교에서 면허를 취득한 A(30)씨는 지난해 5월 귀국했다. 그러나 귀국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A씨는 공기업 취업을 고민하고 있다.
A씨는 "지난해 하반기에 2번 정도 (채용 공고가) 떠서 지원했었다. 그 이후에는 아예 없었다가 최근 한 곳에서 채용 공고가 떴다"며 "코로나19로 항공편이 줄면서 기존 기장, 부기장, 승무원들도 쉬는 상황이어서 이해는 가지만, 상황이 언제 풀릴지 몰라 막연하고 불안하다"고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같은 항공사에서도) 보통 수시채용 형태로 1년에 1~2번 지원 기회가 있었다. 그때도 30대 1, 40대 1 정도의 경쟁률을 보인 것 같다"며 "무작정 기다리기 보다는 공기업에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신입 운항승무원(부기장)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자가용, 계기, 사업용 등 조종사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고 한다.
이 기간 동안 소형 경비행기를 타고 200시간의 비행시간을 채워야 하지만, 우리나라 항공업계에서는 최소 250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에 300시간 이상을 채우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는 게 준비생들의 설명이다. 일부 항공사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1000시간을 채워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년4개월 동안 A씨가 지출한 비용은 약 1억3000만원이다. 보통 비행 학교 학비가 8000만원~1억원 수준이며, 교육을 받는 동안 생활비까지 포함할 경우 1억원을 훌쩍 넘어간다고 한다.
또 다른 파일럿 준비생 B씨는 "지난해 11월 입국한 탓에 최근까지 지원할 기회가 없었다"며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 같아서 (면허 취득 전에) 했었던 본래 직업으로 다시 취업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파일럿 준비생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서는 "요즘 조종사들 유튜브를 보면 영상이 안 올라오거나, 다들 집에서 쉬면서 얘기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된다는 예상들이 나오는데 항공산업은 정말 위기" 등 우려하는 반응을 다수 볼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 전체 시장 상황이 안 좋다. 기존에 다니던 직원들도 휴직에 접어든 경우가 많다"며 "채용이 멈춰버린 상황으로, (추후) 비행기가 뜨고 운항이 시작돼야 (채용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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