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10주째 마이너스…정유업계 실적 개선 더딜듯
[데일리한국 신지하 기자] 국제유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며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유사의 핵심 지표인 정제마진 악화가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이달 셋째주 배럴당 -0.4달러로 집계됐다. 전주(-1.6달러)와 비교하면 소폭 개선됐으나 지난 3월 셋째주(-1.9달러)부터 10주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구매비용과 수송비 등 각종 비용을 뺀 금액으로 정유업계의 실적을 결정하는 주요 지표로 꼽힌다.
지난해 9월 한때 정제마진은 배럴당 10.1달러까지 올랐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유, 휘발유 등 운송용 제품을 중심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하면서 악화되기 시작했다.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정제마진이 10주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은 사상 처음이다.
반면 국제유가는 올 초 60달러선에서 3월 20달러선까지 떨어진 이후 주요 산유국들간 원유 감산 합의가 이뤄지면서 이달 들어 30달러선까지 회복했다.
올해 국내 정유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의 1분기 실적은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대규모 재고평가 손실과 정제마진 악화 등 영향으로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업계 1위 SK이노베이션의 적자 규모는 1조7000억원대로 가장 컸으며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1조원 초반대 적자를 냈다. 현대오일뱅크는 5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 4사의 합산 적자는 4조3775억원에 이른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정유사들의 재고평가 손실은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정제마진이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실적 개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송수범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해 들어 유가 급락으로 대규모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발생하고 있으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정제마진 및 석유화학·윤활기유 스프레드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올해에는 전반적인 매출과 영업이익이 상당 폭 저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정제마진은 작년 11월 이후 배럴당 1달러 미만인 상태가 이어지고 있으며 3월 중순부터는 마이너스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석유제품 전반의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중기적으로 정제마진 약세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유업계 관계자도 "국제유가는 지난달 저점을 찍은 후 상승세를 나타내는 데 반해 석유제품 수요와 가격 회복세가 더뎌 정제마진 악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신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