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 시위, 불평등에 대한 흑인 공동체의 분노 반영”
by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비무장 상태의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숨진 사건 이후 항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보건 당국은 시위가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미쳐, 이미 코로나19 피해가 큰 흑인 공동체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인 스타트리뷴 등에 따르면 미네소타주 보건국장인 얀 말콤은 28일(현지시간) “항의 시위는 소수자들에게 불균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말콤 국장은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대해 항의하고 발언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하지만 대규모 집회는 전염병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지역사회 확산 위험에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미네소타주 주정부는 현재 공공장소에서 물리적 거리 두기를 권고하고 있지만, 교회의 제한적 인용 수용을 비롯해 야외 식당 개장 등 일부 경제활동을 재개했다. 지난 26일 시위 첫날 시위대는 물리적 거리 두기 권고에 따라 그룹별로 퍼져 구호를 외치거나 말을 하는 대신 박수를 치거나 주먹을 들어올리는 방식으로 시위를 진행했다. 하지만 당일 밤부터 일부 시위대가 마스크를 벗고, 과격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미네소타의 흑인 인구는 약 37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6%이지만, 코로나19 확진자 5000명의 데이터에서 흑인 비율은 29%로 나타났다. 또 주정부가 최초 1104건의 코로나19 입원 사례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흑인 비율은 25%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감염자 전수조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불균형한 결과가 보고된 것이다. 인구 43만명의 대도시인 미니애폴리스의 흑인 비율은 2010년 기준 18.6%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플로이드가 사망한 교차로 인근 지역에는 과거 ‘흑인의 주택 구입 금지’를 통해 흑인들의 부 축적을 막는 관행이 있었다고 한다. “불평등에 대한 흑인 공동체의 분노를 반영한 시위”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제이콥 프레이 미니애폴리스 시장은 28일 “지난 이틀 동안 우리가 본 것은 이 도시의 너무 많은 분노와 슬픔의 결과”라고 말했다. 미니애폴리스는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도시이고, 백인 사회에서도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긴 역사에 뿌리 깊은 차별은 소득이나 교육, 보건에서 불평등을 야기하고 있다.
한편 2016년 7월에도 미니애폴리스 부근에서 흑인 남성 필랜도 캐스틸(당시 32세)이 운전 중 미등이 고장나 교통단속에 걸렸다가 경찰관에 총격을 당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동승한 약혼녀가 캐스틸이 총에 맞은 직후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찍은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경찰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당시 차 뒷좌석에는 4살 딸이 앉아서 아버지가 숨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