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다큐]지붕없는 미술관! 외딴섬 구석구석 정겨운 연홍도
by 글·사진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울긋불긋한 마을 지붕은 푸른 다도해와 맞닿고 담장을 캔버스 삼은 그림과 조형물이 길목마다 방문객들을 반긴다. 전라남도 고흥의 3백여개가 넘는 섬들 중의 하나인 연홍도는 거금대교, 소록대교를 거쳐 신양선착장에서 하루 7번 운행되는 연홍호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섬 in 섬’이다.
2006년 폐교된 금산초등학교 연홍분교를 연홍미술관으로 꾸며 문을 열면서 50여가구 70여명의 주민이 살고있는 작은 섬이 예술의 섬으로 재탄생하기 시작했다. 알록달록 작은 배를 타고 선착장에 내리면 마을 골목, 포구로 이어지며 소박한 작품들이 섬을 수놓는다. 살아온 세월이 담긴 마을 사람들의 사진, 조개껍데기와 부표 등 폐어구로 만든 작품. 벽화들을 만난다.
2시간 정도 발길을 옮기면 섬전체를 돌아볼 수 있는 작은섬에는 식당도, 편의점도 버스도 없다. 연홍도 진명회 이장(60)과 그의 아내는 마을공동체를 운영하며 고령의 어르신들이 대부분인 섬마을 사람들과 함께 지붕없는 미술관 연홍도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가고 있다.
“젊은 사람들은 대도시로 대부분 떠나고 70여분의 어르신들이 마늘, 콩 등 밭농사를 지으며 섬을 지키고 계시지요. 마을공동체에서 편백나무 펜션, 식당, 매점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 코로나19 땜시 요즘은 섬을 찾는 사람들이 눈에띄게 줄었어요.”
진이장은 연홍도를 찾는 사람들이 행복한 힐링을 즐길 수 있는 ‘가고 싶은 섬’으로 기억에 남기를 바란다. 연홍도의 매력을 느꼈다면 꼭 다시 찾아 올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연홍도는 두 얼굴의 섬이다. 햇살 가득한 낮에는 곰솔 숲, 좀바끝 등 연홍도 둘레길을 걸으며 섬의 자연을 만나고, 해안가를 따라 인생샷을 남기며 다양한 설치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역동적인 섬의 모습 하나.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며 붉은 노을이 선사하는 그림같은 섬의 풍경. 저녁 노을의 아름다움에 뒤질세라 별들이 밤하늘에 그림을 그려준다. 별이 쏟아지는 포구에 서서 따라쟁이 포즈를 취하며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읊조리게 되는 서정적인 두번째 얼굴이다.
섬을 떠나는 아쉬움에 다시찾은 마을 골목길. 자식들이 마련해준 자가용 전기 전동차에 완두콩을 가득 실은 어르신에게 정겨운 인사를 건네본다.
“섬이 이쁘제? 요기조기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지라....”
방랑객에게 친근한 웃음과 함께 완두콩을 한보따리 건네 주시는 인심은 덤이다.
피카소는 ‘좋은 화가는 베끼고, 위대한 화가는 훔친다’고 했다. 자연을 훔쳐낸 지붕 없는 미술관 연홍도는 주민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하나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