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보면 대통령 기자회견 하러 오는 줄 알겠다"

[현장] 윤미향 기자회견에 3시간 전부터 붐빈 국회... 일본 매체 현장 중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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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이 2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활동 기간 기부금 유용 등 회계 부정 의혹 등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 남소연

#오전 10시 45분

"질의응답 가능할까요?"
"가능한데, 무작정 다 할 수도 없고..."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의 기자회견이 예정된 29일,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은 오전부터 취재진으로 붐볐다. 당무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송갑석 대변인에게 윤 당선인의 기자회견 방식과 회견 시점의 이유, 분량 등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오전 11시

윤 당선인이 기자회견 장소를 국회 소통관으로 공지한 이후, 기자회견장인 2층부터 에스컬레이터로 이어지는 당선인의 동선마다 사다리와 카메라 삼각대 30여대가 차례로 세워졌다. 국회사무처는 올해 초 소통관 건립 이후 가장 치열한 취재 열기를 의식한 듯 포토라인 설치를 예고하기도 했다.

[안내] 금일 14:00 국회 소통관에서 진행 예정인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인 기자회견"관련, 취재질서 유지를 위하여 포토라인이 운영될 예정이오니, 반드시 준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미디어담당관실 -

#오후 1시
 
"누가 보면 대통령 기자회견 하러 오는 줄 알겠다."

윤 당선인이 도착하기 1시간 전부터, 소통관은 바닥까지 발디딜틈 없이 취재진으로 가득 찼다. 와이파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정도였다. 유튜브 생중계를 통한 1인 유튜버들도 장비를 들고 소통관 입구에 섰다. 외신 중에는 일본 매체도 더러 보였다. 이들은 윤 당선인이 도착하기 직전까지 현장 중계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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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이 2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활동 기간 기부금 유용 등 회계 부정 의혹 등에 대해 해명한 뒤 떠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오후 2시

"자, 올라옵니다."

윤 당선인이 당초 알려진 소통관 입구가 아닌 지하1층 주차장에서 올라온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모든 카메라는 일제히 엘리베이터를 향해 집중됐다. 그러나 윤 당선인이 얼굴을 드러낸 순간부터는 아수라장이 시작됐다.

윤 당선인은 기자회견 내내 눈물을 흘리거나 긴장한 내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33페이지에 걸친 입장문을 읽다가 기자회견장의 후끈한 열기 때문인지 눈가와 이마에 쏟아지는 땀을 닦거나 입을 꾹 다물기도 했다. 윤 당선인의 손이 얼굴로 향할 때는 카메라 플래시 샤워가 이어졌다.

"할머니께 사죄드리려 했지만,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 깨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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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2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활동 기간에 불거진 부정 의혹 등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가운데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질문을 정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입장문 낭독 이후 진행된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선 총 23개의 질문에 짧거나 긴 답변을 내놨다. 마지막 질문에는 긴장이 풀어진 듯 옅은 웃음도 보였다. 공개 비판을 제기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사과나, 안성 쉼터 및 후원 계좌 관련 논란에 대해서도 추가 답변을 이어갔다.

윤 당선인은 "이용수 할머니께 저는 배신자로 돼 있다. 1992년부터 할머니와 30년을 같이 활동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와 충분히 소통하지 못했다"면서 "배신자라고 느끼실 만큼 신뢰를 드리지 못한 점 사죄드리고 싶다. 할머니께 여러차례 사죄드리려고 시도했지만,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신분이 유지됨에 따라 불체포 특권이 부여되더라도, 검찰 수사에 응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윤 당선인은 "아직 (검찰 소환 요청을) 받지 않았고, 정의기억연대가 조사에 임하고 있다"면서 "저는 피할 생각이 없고, 검찰 수사 과정이나 그 후 따르는 책임을 지겠다"라고 강조했다. '사퇴 여론'이 높은 상황에 대해선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제가 맡은 역할대로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씀드리겠다"고 일축했다.

윤 당선인은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며 "30년을 되돌아보는 일이 힘들었다. 하나하나 기억을 찾는 그 자체가 굉장히 지난한 시간이었고, 사실은 아직도 일본군 '위안부' 운동 30년의 시간을 다 기억해낼 순 없다"면서 "검찰 조사 과정에서 30년의 기억을 소환해 기록해 내야 하는 과제가 제게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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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이 2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활동 기간 기부금 유용 등 회계 부정 의혹 등에 대해 해명한 뒤 떠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오후 2시 50분

윤 당선인은 기자회견 종료 이후 국회 소통관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도 추가 질문을 받았다. 미래통합당의 국정조사 추진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을 내놓진 않았다. '이용수 할머니가 용서를 못한다고 말씀하시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윤 당선인은 "할머니께 용서를 구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찾아가실 계획인가'라는 추가 질문엔 "할머니가 만나주신다면요"라고 짧게 답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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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페이지 입장문 낸 윤미향 "세 차례 모금한 돈, 할머니들께 모두 전달" (http://omn.kr/1nre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