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화재, 지하 2층 아닌 다른 곳에서 발화했을 수도"

[현장] 변호사 "지하 생존자, 불길 아래로 내려오는 것 목격"... 유족들 "우리의 시간은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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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피해자 유가족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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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피해자 유가족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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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피해자 유가족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 이희훈

 

"현장에 존재하지도 않던 소화기를 찾던 시공사 대표의 다급한 목소리를 기억한다. 본인만 살기 위해 뒤돌아서 도망치던 모습도…"

지난달 29일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 당시 지하 2층에서 작업을 했던 민경원씨가 2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이천 물류창고 중대재해 책임자 한익스프레스 처벌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외친 말이다.

그는 "승객을 모두 버리고 속옷 차림으로 본인 목숨만 부지한 세월호 선장과 무엇이 다르냐"면서 "이천 화재는 3시간 만에 완전히 다 타버렸다. 정상적인 절차대로 정확히 시공했다면 (화재가 나도) 최소 2~3일은 걸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장에는 민씨의 동생도 함께 작업 중이었다. 민씨는 그날 동생을 잃었다. 

"불구덩이 속에서 너를 앞에 세워 탈출했다면 살아났을까. 손을 붙들고 나왔더라면 살았을까. 이 못난 형은 하루하루가 자책과 고통 속에 힘이 든다. 못난 형이 너를 대신했어야 했는데 누가 우리 형제를 이렇게 생과 사로 갈라놓았을까"

생존한 민씨가 사망한 동생에게 편지를 읽자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희생자의 유족들이 소리를 내 울었다. 그들의 목에는 희생자들의 영정이 걸려 있었다. 

지난달 29일 경기 이천 모가면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민씨의 동생을 포함해 노동자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경찰과 소방 등 관계 기관이 네 차례에 걸쳐 화재 현장을 감식했지만 정확한 화재원인조차 규명되지 않고 있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가 발생한 지 한 달째 되는 이날 유족들은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사고의 원인을 밝히고, 사고 책임자를 강력히 처벌해 두 번 다시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 위한 대책을 세워달라"라고 요구했다.

"사고 한 달, 아무 내용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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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피해자 유가족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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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피해자 유가족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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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피해자 유가족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 이희훈

 
유족들의 법률대리인 김용준 변호사는 "유족들이 청와대 앞에 모인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면서 "지금까지 아무것도 알 수 없고 아무런 조치도 취해진 게 없다. 유족들은 수사 기관에서 들은 내용이 아무것도 없다. 발주자, 시공사, 시행사, 협력사 어느 곳도 제대로 사과해온 적이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체들은 말로만 책임진다 하지만 우리가 망하면 너희도 망한다는 식으로 여전히 사업주 행세를 하고 있다. 발주자와 시공사, 협력업체가 함께 모여 사실 관계를 왜곡하고 조작하고 있다. 38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는데 지금까지 단 한 명도 구속되지 않고 있다. 이게 대한민국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인가?"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업체들이 준공을 앞두고 무리하게 일정을 종용하다 같이 하면 안될 작업을 함께 해서 사고가 난 것"이라면서 "사고 며칠 전 투입된 하청 노동자들은 어느 층에서 무슨 작업이 이뤄지는지도 몰랐다. 시너통을 옆에 두고 용접 작업을 했다"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일부에서 발화점이 지하 2층이라고 말했지만 지하 2층의 생존자는 위에서 쾅쾅하는 소리를 들었고 이후에 불길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 걸 목격했다고 한다"라면서 지금까지 알려진 화재 원인과는 다르다라고 말했다.

사고 초기 소방당국은 '우레탄폼 작업 중 원인 모를 불꽃에 의해 일어난 폭발사고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우리의 시계는 멈춰 있다"

이날 유족들은 공동입장문을 통해 "2020년 4월 29일 황금연휴 바로 전날 발생한 사고 이후 우리의 시계는 멈춰 있다"면서 "이렇게 국가적으로 큰 중대재해가 너무나 쉽게 잊혀가고 있다는 현실이 너무나 마음이 아파, 오늘 이 자리에 모였다. 노동자는 산재로 유명을 달리하면 무엇이 남느냐"라고 외쳤다.

"사고조사와 처리, 관계기관의 책임자는 찾아올 때마다 모든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한다. 말만 앞서고 실질적으로 도움 주는 곳이 거의 없다. 피난유도등, 비상경보장치, 간이소화장치, 소화기 등이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중 하나라도 있었다면 과연 48명의 사상자(사망 38명, 부상 10명)가 나왔을까?"

유족들은 "책임있는 회사나 대표가 강력한 처벌을 받기를 바란다. 유가족들이 조사절차에 참여할 수 있고 진행상황을 알 수 있기를 바란다. 국가가 두 번 다시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 위한 대책을 세워주기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박강재 유가족 공동대표도 "21대 국회가 망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해주기 바란다"면서 "중대재해 반복을 막겠다는 선거 때 약속이 이번에는 꼭 법제화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현장 기자회견이 끝난 뒤 유족들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촉구하며 희생자 38인의 합동 영결식에 문 대통령을 초대한다'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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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피해자 유가족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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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피해자 유가족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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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피해자 유가족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 이희훈

 
청와대 기자회견 이후 유족들은 원청인 한익스프레스 본사와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화재 현장 등을 찾아 '책임자 처벌과 규탄' 기자회견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금번 이천물류창고 화재사고와 가장 유사하다고 평가받는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고의 경우, 40명이 사망했지만 당시 업체인 코리아2000은 최종심에서 2천만 원의 벌금만 물었다. 한 사람당 50만 원의 벌금이 물린 셈이다.

한편 이날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장 회의에서 "이천 화재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째 되는 날"이라면서 "화재 예방 대책들이 산업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제도에 어떤 미비점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