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박물관·복합공간…시간 품은 폐교로 추억여행을
by 뉴시스입력 2020.05.29 16:22
아이들이 떠난 자리, 폐교는 옷을 갈아입고 여행자들을 맞이한다. 오랜 시간의 흔적 위에 미술관, 박물관, 복합문화공간 등의 새 옷을 입고 학교의 옛 추억을 되짚어보는 동시에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준다.
6월엔 추억을 소환할 수 있는 학교를 찾아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한국관광공사는 '폐교의 재탄생&추억의 학교 여행'이라는 테마로 6월 '추천 가볼 만한 곳' 6곳을 선정했다.
추천 여행지는 ▲풍금 소리와 함께 학창 시절 추억에 젖다, 덕포진교육박물관(경기 김포) ▲에메랄드빛 운동장에서 투명 카누 정원 유람, 삼척미로정원(강원 삼척) ▲폐교에서 놀며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는 시간, 홍천아트캠프(강원 홍천) ▲오늘은 내가 '언론인',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강원 영월) ▲동네 주민과 방문객 누구나 작가가 되는 마법 같은 공간, 고창 책마을해리(전북 고창) ▲외딴섬 곳곳이 정겨운 미술관, 고흥 연홍미술관(전남 고흥) 등이다.
◇풍금 소리와 함께 학창시절 추억에 젖다, 덕포진교육박물관(경기 김포시 대곶면 덕포진로103번길)1996년 김포에 문을 연 덕포진교육박물관에서는 어릴 적이나 학창 시절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곳이다. 7000여점의 전시품이 옛 생활상을 보여주고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해준다. 김동선·이인숙 관장은 수업도 진행한다. 이인숙 관장의 풍금 연주에 맞춰 동요를 부르고 김동선 관장은 1950∼1960년대 학창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박물관 근처에 있는 김포 덕포진(사적 292호)은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때 격전이 벌어진 조선시대 진영으로 덕포진을 거쳐 손돌 묘까지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 조선 인조의 아버지 원종과 어머니 인헌왕후가 잠든 김포 장릉(사적 202호), 구 김포성당(국가등록문화재 542호)과 솔숲이 아름다운 김포성당,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 좋은 김포아트빌리지 등도 가볼 만하다.
◇에메랄드빛 운동장에서 투명 카누 정원 유람, 삼척미로정원(강원 삼척시 동안로)
삼척미로정원은 옛 미로초등학교 두타분교를 개조해 마을 공동체 정원으로 꾸몄다. 삼척 시내에서 약 13∼14㎞ 떨어져있는 곳으로 산골 여행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이름을 처음 들으면 산속의 미로(迷路)를 떠올리기 쉽지만 '늙지 않는다'는 미로(未老)라고 한다.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운동장 한가운데 연못 같은 풀장에서는 투명 카누를 탈 수 있다. 인근 천은사는 나라의 제사에 쓰는 두부를 만들던 조포사(造泡寺)로, 삼척미로정원에서 두부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도계유리나라와 하이원추추파크도 삼척 내륙 여행의 명소다. 도계유리나라에는 블로잉 시연과 체험, 하이원추추파크에는 스위치백트레인과 미니트레인 체험이 있다. 바다 여행을 원하면 용화역과 장호역 사이의 바다 위 874m 거리를 가로지르는 삼척해상케이블카가 있다.
◇폐교에서 놀며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는 시간, 홍천아트캠프(강원 홍천군 내촌면 아홉사리로)
홍천 화상대리 동화마을에 있는 홍천아트캠프는 폐교된 내촌초등학교 대봉분교를 2012년 10월 리모델링해 숙박·수련 시설로 꾸몄다. 동창회나 동문회, 기업 워크숍 장소 등으로 인기가 있고 가족 단위 여행객도 알음알음 찾아오는 곳이다. 음악·미술 동호회를 비롯해 예술인이 연주회와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운동장 주변에는 커다란 은행나무와 밤나무가 서 있고 KBS1 드라마 '꽃길만 걸어요'의 촬영무대가 되기도 했다. 홍천아트캠프 건너 마을 앞을 흐르는 내촌천은 여름철엔 다슬기와 메기, 장어, 쏘가리가 많이 잡혀 천렵과 낚시를 하러 나온 사람들로 붐빈다.
홍천 여행의 또 다른 명소로 수타사산소길이 있다. 수타사와 공작산생태숲, ?鈒?(출렁다리), 용담을 거치는 코스로 초여름 숲을 즐길 수 있다. 얇게 부친 메밀 반죽에 김치나 무청 시래기, 제철 나물로 만든 소를 올려 둥글게 만 홍총떡과 고추장 양념으로 버무려 구워 먹는 화로구이는 홍천 대표 먹거리다.
◇오늘은 내가 '언론인',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강원 영월군 한반도면 서강로)
박물관이 무려 28개나 되는 영월에는 강원도 한반도면의 폐교를 리모델링한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이 있다. 2012년 문을 연 곳으로 대한민국 최초이자 유일한 기자 박물관으로 아이들이 직접 기자가 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온 가족이 함께 '1일 기자 체험'을 할 수 있고 현장 기자들의 보도사진을 전시하는 공간에는 마침 '6월 민주항쟁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6월 민주항쟁을 상징하는 '아! 나의 조국'은 고명진 관장이 한국일보 사진기자 시절 찍은 사진으로 AP가 선정한 '20세기 세계 100대 사진'에 들면서 유명해졌다. 전시실에서는 현장 기자들의 손때 묻은 전시물을 보고 헬리캠과 드론 등 최신 장비를 활용해 기자 체험을 할 수 있다.
박물관이 자리 잡은 한반도면은 영월 한반도 지형(명승 75호)으로 유명하다. 길쭉하게 튀어나온 숲과 모래톱을 남한강 지류 평창강이 휘감아 도는 모양이 한반도 지도를 빼닮았다. 또 조선시대 유배지인 영월 청령포(명승 50호). 단종이 최후를 맞이한 관풍헌과 뒤늦게 조성된 영월 장릉(사적 196호) 등을 둘러보면 역사기행이 된다.
◇동네 주민과 방문객 누구나 작가가 되는 마법 같은 공간, 고창 책마을해리(전북 고창군 해리면 월봉성산길)
책마을해리는 책과 출판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누구나 책, 누구나 도서관'을 모토로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곳이다. 시인학교, 만화학교, 출판캠프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껏 선보인 책이 100여권에 달한다. 책 읽기에서 더 나아가 읽고 경험한 것을 글로 쓰고 책으로 펴내는 과정을 체험하는 것이 핵심이다.
책마을해리에서 출간한 책을 구경하고 커피와 차를 마실 수 있는 북카페 '책방해리', 느티나무 위 '동학평화도서관', 소규모 공연과 영화제가 열리는 '바람언덕', 책 한 권을 다 읽기 전엔 못 나오는 '책감옥', 마음껏 뒹굴며 책 세계로 빠져드는 '버들눈도서관' 등 다양한 공간들이 있다. 책 중심의 대안학교도 조만간 문을 열 계획이다.
인근 상하농원은 유럽 농가를 연상시키는 목가적인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소와 양이 뛰노는 목장을 구경하고 헛간을 모티프로 한 숙박시설과 농장에서 생산한 재료로 근사한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도 이용할 수 있다. 선운산 북쪽 기슭 울창한 숲 가운데 자리한 고찰 선운사와 고창읍성(사적 145호) 등도 함께 들를 만한 곳이다.
◇외딴섬 곳곳이 정겨운 미술관, 고흥 연홍미술관(전남 고흥군 금산면 연홍길)
고흥 연홍도는 섬 곳곳이 정겨운 미술관이다. 폐교를 개조한 미술관이 있고 담장을 캔버스 삼은 그림과 조형물이 길목마다 반긴다. 연홍미술관은 폐교된 금산초등학교 연홍분교를 꾸며 2006년 문을 열었다. 교실 두 칸이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했고 아담한 갤러리카페가 들어섰다. 운동장 터는 정크아트 작품으로 채워졌다. 전시물은 미술관에 머물지 않고 선착장에서 마을 골목, 포구로 이어진다.
연홍도는 2015년 전라남도 '가고 싶은 섬'에 선정되고 2017년 '지붕 없는 미술관'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예술의 섬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골목에서 마을 사람들이 살아온 세월이 담긴 사진, 조개껍데기와 부표 등으로 만든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미술관 앞으로는 그림 같은 금당도의 병풍바위가 보인다. 거금도 신양선착장과 연홍도를 오가는 배가 하루 7회 운항한다.
연홍도둘레길에서는 곰솔 숲, 좀바끝 등 섬의 자연을 만날 수 있다. 거금도 남단 해안도로는 익금해수욕장, 오천몽돌해변 등 다도해가 펼쳐진 금산 해안경관을 볼 수 있다. 팔영대교에서 이어지는 여수-고흥간 연륙연도교는 바다 조망 드라이브 코스로 좋다.
다만 이들 여행지를 방문하기 전에는 관광지 개방여부와 개방시간, 관람방법 등 세부정보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또 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누리집(korean.visitkorea.or.kr) 내 안전여행 페이지를 통해 '생활 속 거리두기'에 따른 여행 경로별 안전여행 가이드를 여행 전에 확인하는 것도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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