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시의원님요? 국회의원 비서예요”…공천권에 무릎꿇는 기초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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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탐사보도부가 20대 국회의원의 후원금 내역을 전수 분석한 결과, 2018년 실시됐던 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출마자 101명의 이름이 확인됐습니다. 이 가운데 57명이 현직 기초단체장·의원이었습니다.

기초단체장이나 의원 출마자들이 지역 국회의원에게 고액 후원을 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기초 의원들의 공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입니다.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들이 자신이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는 정당이기 때문에, 지방선거 공천자가 어떻게 정해지든 내가 관여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며 "여야가 따로 없이 증액해 놓은 고액의 국고 보조금을 받기 때문에 정당의 공천자를 결정하는 절차 등은 모두 투명하게 민주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납세자인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말했습니다.

각 정당은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만큼,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로 공천이 이뤄졌는지 공개할 의무가 있다는 말입니다.

KBS 탐사보도부는 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전후로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입금한 출마자들의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명단은 기사 하단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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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의원은 국회의원과는 달리 후원회를 모집할 수 없고, 수당과 의정활동비도 월 300만 원 정도로 국회의원 월 1,200여만 원보다 적습니다.

그런데 왜 기초의원들은 선거철이 되면 꼬박꼬박 국회의원에게 수백만 원을 입금하는 것일까요?

KBS가 만난 전·현직 기초의원들은 국회의원이 가진 '공천권'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공천권'으로 말미암아 '국회의원=갑' '기초의원=을'의 관계가 형성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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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수 사이버한국외대 지방 행정·의회 학부장은 "공천권이 국회의원에게 절대적으로 매여있다 보니, 양측의 갑을 관계가 공적인 영역에만 한정되지 않고 사적인 영역까지 확장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정당공천제는 지난 2006년, 공정한 정당시스템을 통해 유능한 지역인재를 발굴하고 책임정치를 실현하자고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취지는 퇴색됐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018년 11월 정당공천제로 인해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고, 공천 과정에서 정치자금 비리가 만연해졌으며, 지역주의 구도가 심화됐다고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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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도 정당 공천제의 폐단을 모르지 않습니다.

20대 국회에서도 정당공천제 폐지를 담은 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됐습니다.

법안을 발의했던 김성원 미래통합당 의원은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이유를 묻자 "정당에서 당론으로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우리 당뿐 아니라 민주당도 마찬가지고 다른 당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당 공천제는 정당의 기득권 아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1대 국회가 정당공천제 폐지 등 개혁에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본다"며 "기득권을 내려놓는 다양한 시도를 해야 국민으로부터 국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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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분석: 이민지, 진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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