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靑 뒷산 석불에 시주…함께 산책한 문대통령·김태년 몫까지

석불좌상에 함께 합장 후 예…불교·천주교·기독교 세 사람 마음 모아
문대통령, 주호영에 이승만 전 대통령이 쓴 조선시대 정자 현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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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오찬을 마친 후 청와대 경내에 있는 석조여래좌상에 합장하고 있다. 2020.5.29/뉴스1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전날(28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 초청 양당 원내대표 오찬 대화 후 산책 길에 만난 석조여래좌상(석불좌상)에 시주를 했다. 문 대통령,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몫까지 함께 시주하는 모습을 본 문 대통령은 "복 받으시겠다"고 덕담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오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양당 원내대표 초청 오찬과 관련한 일화를 추가로 공개했다.

세 사람은 전날 낮 12시1분부터 오후 2시3분까지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찬 대화를 한 뒤 오후 2시37분까지 경내를 산책했다.

산책 코스는 상춘재에서 청와대 관저 뒷산에 위치한 통일신라시대 불상 석조여래좌상, 조선시대 정자인 오운정(五雲亭)으로 이어졌다.

청와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석조여래좌상은 가톨릭 신자인 문 대통령 부부가 주말에 자주 찾아 시주를 하곤 한다.

문 대통령은 2017년 6월 참모들과 관저 뒤편을 산책하다가 1974년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이 석불좌상의 '문화재적 가치'를 재평가해보라고 지시했고, 이에 2018년 4월12일 국가지정문화재(보물 제1977호)로 지정됐다. 청와대 내 첫 국가 문화재다.

문 대통령은 김 원내대표에게 불상 앞에 있는 시주함을 가리키며 "여기다 넣으면 복 받는다"고 덕담을 하며 김 원내대표에게 "종교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김 원내대표는 "기독교다"라고 답했다. 기독교 신자에게 시주를 권한 셈이다.

이에 주 원내대표가 "대통령과 김 원내대표님 것까지 같이 준비했다"며 양복 상의에서 시주봉투를 하나를 꺼내 시주함에 넣었다. 주 원내대표는 독실한 불교신자로, 국회 불자모임 회장을 맡은 바 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이 주 원내대표에게 "복 받으시겠다"고 덕담을 했고, 세 사람은 합장한 채로 불상 앞에 서서 세 차례 예를 올렸다.

가톨릭 신자인 문 대통령과 기독교 신자인 김 원내대표, 불자인 주 원내대표가 함께 마음을 모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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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찬을 마친 후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2020.5.29/뉴스1

문 대통령은 두 원내대표에게 석조여래좌상과 관련한 역사를 상세히 소개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초대 총독인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가 1912년 경주에 시찰을 하러 갔다가 한 일본인 유지 집에서 통일신라시대 불상인 석불좌상을 발견했다. 데라우치는 여러차례 감탄사를 연발했다고 한다. 

이 불상은 당당하고 균형잡힌 신체적 특징과 조각적 양감이 풍부해 통일신라 불상조각의 위상을 한층 높여준 작품이라는 평가와 함께 '미남석불'이라고도 불린다.

데라우치가 감탄하는 모습을 본 일본인 유지는 석불좌상을 데라우치에게 바쳤다. 데라우치는 이 불상을 1913년 서울 남산에 위치한 총독 관저로 옮겼다.

1927년 총독 관저가 남산에서 지금의 청와대가 위치한 자리로 이전을 하면서 불상은 또 한 번 '이사'를 하게 됐다. 청와대 내에서도 현재의 대통령 관저 안에 위치했다.

이후 1989년 노태우 정부 시절 대통령 관저를 신축하면서 현재의 위치로 한 차례 더 옮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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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와대 관저 뒷산에 위치한 보물 제1977호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慶州 方形臺座 石造如來坐像). (청와대 페이스북) /뉴스1

문 대통령은 "석불좌상에 반한 데라우치 총독이 일본으로 되돌아갈 때 이 석불을 가져가려 했다"면서 "당시 동아일보 등이 한국의 국보급 문화재를 일제가 가져가려 한다고 비판여론을 일으키는 기사를 쓰고, 조선의 불교계와 문화계 등에서 들고일어나며 결국 보물을 지켰다"고 설명했다.

석불좌상을 소개한 후 이동하는 길에 김 원내대표가 "오늘 대통령께서 우리들을 위해 일정을 많이 비우셨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김 원내대표를 보면서 "국회가 제때 열리고 법안이 제때 처리되면 제가 업어드리겠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업어드리겠다'라는 말씀은 김 원내대표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두 원내대표를 조선시대 정자인 오운정(五雲亭·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02호)으로 안내했다.

문 대통령이 두 원내대표에게 '오운정'이라는 현판을 누가 썼는지 확인해보라고 권했고, 주 원내대표가 정자 마루까지 올라가 낙관을 살피다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쓴 것을 알아차렸다. 

오운정은 흥선대원군이 1865년 경복궁을 다시 지을 때 지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주로 왕이 후원을 거닐거나 군대를 사열하고 농사를 권장하는 행사 때 이용했다.


silverpap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