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명령 내린 '트위터 대장' 트럼프...제 발등 찍었나?

규제 탓 트럼프 트윗 설자리 잃을 수도
FT "트럼프가 트위터 덜 하지는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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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5.29 13:13 | 수정 2020.05.2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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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 시각)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트위터 본사 바깥에서 한 활동가가 트럼프 대통령의 머리모양을 한 트위터 로고를 들고 소셜미디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퇴출하라고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 연합뉴스

소셜미디어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제 발등을 찍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법적인 보호가 없어진 소셜미디어 업체들이 게시물을 깐깐하게 관리할수록 트위터에 막말을 쏟아내는 트럼프가 오히려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 시각) “트위터를 통해 정치 경력을 쌓아온 트럼프가 트위터와 전쟁을 벌이게 됐다”며 “하지만 그가 협박하는 처벌이 정작 소셜미디어 업체들에 트럼프와 같은 고객들을 더 단속하게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서명한 행정명령은 트위터·구글·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업체들에 대한 법적인 보호를 없애는 게 핵심이다. 저작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출판사와 달리 소셜미디어 업체들은 명예 훼손 게시물 등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더라도 현행 통신품위법 230조에 따라 책임을 지지 않는다.

NYT는 “행정명령은 만약 소셜미디어 업체들이 거짓이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포스트가 올라오도록 할 경우 법적인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법적인 보호가 사라진 상황에서 업체들은 트럼프처럼 수위를 넘나드는 메시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단속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의 경고딱지와 같은 소셜미디어 업체의 간섭 없이 마음대로 글을 게시하려고 행정명령을 내렸겠지만, 결과는 오히려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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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피노키오에 비유한 광고판을 설치한 트럭이 워싱턴D.C.를 운행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인권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측은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는 230조의 가장 큰 혜택을 받은 사람”이라며 “소셜미디어 업체들이 면책되지 않을 경우 그들은 도널드 트럼프가 쓴 거짓말과 명예 훼손, 협박이 플랫폼에 올라와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책임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에서 정확성이나 공정성은 무시한 채 8000만 팔로워를 향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든지 쏟아내 온 트럼프가 더는 그같이 트윗을 올릴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가 경고딱지를 붙인 우편투표 관련 트윗 외에 여성 정치인등을 향해 성차별 논란을 일으킬 만한 트윗들을 리트윗하고, 사고로 결론난 MSNBC 사회자 존 스카버러의 인턴 직원 사망 사건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위터 대장(twitter-in-chief)’으로 불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선물을 줬다고 진단했다. FT는 “소셜미디어의 편향 의혹을 단속하겠다는 ‘트위터 대장’의 이번 주 협박은 분명히 불길하다”면서 “하지만 “초안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업체 운영에 큰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낮은 반면 이를 둘러싼 논란은 온라인에서 폭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진보와 보수가 이 문제를 두고 치열하게 다투면서 이 같은 논의가 이뤄지는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곳에는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FT는 “소셜미디어 업체로서는 정부 광고가 줄어들 수 있고, 소송이나 조사가 늘어날 수는 있다”면서도 “트럼프가 트위터에 시간을 덜 쓰지는 않을 것이라는 건 확실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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