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미중분쟁 악재 속 재소환 된 이재용…삼성 다시 '시계제로'

국정농단 이은 '사법리스크'에 삼성 초긴장, '반도체 2030' 차질 우려
이 부회장 "보고 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 혐의 강하게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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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0.5.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1)이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사흘만인 29일 재소환되면서 삼성그룹 안팎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 경영진의 최정점에 있는 이 부회장이 이날 재소환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재소환으로 검찰 수사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이날 오전 이 부회장을 배임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피고발인 겸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재계의 관심은 이번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사법처리 여부 및 범위를 어느 선까지 정할지에 모아진다.

이번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이 부회장의 신변과 앞으로 삼성의 운명도 중대 기로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이번 분식회계의 의혹과는 별개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 심화와 미·중 간 무역갈등에 따른 반도체 패권 다툼이 최근 불거지는 등 삼성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이 같은 어려운 경영환경을 타개하기 위해 최근 국내외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해왔다. 이달 17일에는 글로벌 기업인 중에서는 처음으로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 이후 중국을 찾아 중국 산시성 시안의 메모리 반도체 투자현황을 점검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언급하며, 절박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미국과 경쟁하기 위해 시스템 반도체에만 133조원을 투자하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지난해 발표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43.7%에 달하지만,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고 있는 중국에 쫓기고 있다. 중국은 2025년까지 국가적으로 17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으로 글로벌 공급망 붕괴론이 불거지면서 미국, 일본 등 주요 반도체 생산 및 소비국의 반도체 자국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검찰수사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과에 따라 총수가 부재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삼성의 이 같은 성장전략 추진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신변에 변화가 있을 경우 시스템 반도체 투자를 비롯해 이 부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주요 사업들이 멈춰 설 가능성이 높다"며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는 삼성에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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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검찰은 이날 이 부회장 조사를 마무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비롯해 사법처리 대상과 범위를 정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은 2015년 삼성물산 주식 3주를 제일모직 주식 1주와 바꾸는 내용의 합병 당시,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에 유리하도록 삼성이 조직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저질렀을 가능성을 골자로 한다.

제일모직은 합병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최대주주로, 검찰은 삼성이 이 부회장이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제일모직에 유리하도록 합병하기 위해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제일모직의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에는 삼성바이오가 2012년 미국 기업인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활용됐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2015년 실제 신약 개발이 임박하면서 삼성은 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5조2700억원 규모로 책정한다. 이는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에는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기업가치가 급상승한 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로 둘 경우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에 따른 부채가 1조8000억원으로 인식돼 부채가 자본금보다 많은 자본잠식이 초래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 경우 삼성바이오는 상장마저도 불가능해진다.

검찰과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2015년 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처리하는 내용의 무리한 회계처리기준 변경이 있었다고 보고 있고, 이는 고의성이 짙은 분식회계라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6일 소환조사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및 삼성물산 합병 등 제기된 의혹에 대해 "보고 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강하제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ryupd01@new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