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붉은 깔따구'가 산다

[현장] 백제보 수문개방 3일째... 아직 큰 변화 찾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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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백제보 하류에서 바라본 전경. ⓒ 김종술

 
백제보의 수위가 내려가고 있다. 맨눈으로 보기에는 50cm 정도 낮아진 듯하다. 강에서 풍기는 시궁창 악취는 여전하다. 다행인 것은 지난해처럼 접근하기 힘들 정도로 냄새가 심하지도 않고 진흙 펄밭도 아니다. 그러나 질퍽거리는 펄에서는 시궁창에서나 살아가는 붉은 깔따구가 꿈틀거렸다.

지난 25일부터 백제보의 수문이 열리고 있다(관련기사: 오늘 금강 백제보 수문 개방한다). 활짝 열린 것은 아니다. 보 인근 시설하우스 지하수 사정도 고려해야 하고 물속 수 생태에 미칠 충격도 줄여야 해서 찔끔찔끔 낮추고 있다. 다음 달 중순경이 되어야 수위가 낮아졌다는 것을 체감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이른 시간에 수위가 낮아지고 있는 백제보 공도교를 걸었다. 커다란 왜가리 한 마리가 가동보 주변을 맴돌던 물고기 한 마리를 낚아챘다. 부리보다도 더 큰 물고기는 머리와 꼬리를 좌우로 흔들며 부리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매끈한 다리의 왜가리는 머리를 좌우로 돌리면서 물고기를 콘크리트 고정보에 때려서 집어삼킨다. 콘크리트 고정보와 철근 가동보만 없었다면 약육강식이 존재하는 자연에서는 흔한 풍경인지도 모른다.

팔뚝만 한 물고기들이 머리를 내밀고 가쁜 숨을 몰아쉬기도 했다. 기온이 오르면서 물속 용존산소가 부족해서 생기는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금강과 만경강에서만 살아가는 것으로 보이는 눈불개다. 한강에도 산다고 알려졌으나 오래전부터 관찰되지 않고 있다.

상류 강변을 거니는 사람들이 있었다. 백제보 수위를 낮추면서 물밖에 드러난 조개류를 잡아서 물속에 넣어주기 위해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고용한 작업자들이었다. 발목 장화를 신고 죽은 물고기를 건져 풀숲에 던지고 조개류는 물속에 넣어주고 작업을 한다.

"어휴 냄새, 물이 너무 더럽다."

녹조가 스멀거리는 물가를 걸으며 작업자가 한마디 툭 던지고 스치듯 지나쳤다. 지난해부터 갇혀 있었으니 썩은 악취가 풍기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그래도 4대강 공사 후 갇혀 있다가 2018년 처음 열릴 때보다는 냄새가 덜했다. 그때와 비교해 강바닥 펄층도 확연히 줄어든 자리에 자갈층이 많다. 그렇다고 펄층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다. 일부 후미진 구간에는 여전히 깊은 펄층이 쌓여 접근하기 힘들 구간도 있다.

수위가 내려가면서 어패류가 보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작업자들은 "물이 조금밖에 안 빠져서 눈에 보이는 조개는 없다"라고 답했다.

수 생태 최악의 오염종 붉은깔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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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제보 상류에서 건져 올린 수몰 나무에 붙은 큰빗이끼벌레 포자를 가르자 붉은깔따구가 꿈틀거렸다. ⓒ 김종술

 
물속에 잠긴 나뭇가지를 꺼냈다. 가지마다 우둘투둘 물속 생명이 산란한 것으로 보이는 알들도 보였다. 미끈거리며 나뭇가지를 둥글게 쌓고 있는 것은 큰빗이끼벌레로 보였다. 나뭇가지에 포자를 붙이고 막 몸집을 키우려다 수위가 낮아지면서 물 밖으로 드러난 것이다. 큰빗이끼벌레 특유의 익숙한 냄새가 코끝에 전해왔다.

이끼벌레 포자가 붙어있는 나뭇가지를 손가락으로 짓누르자 붉은색 생명체가 꿈틀거렸다. 환경부가 지정한 수 생태 최악의 오염지표종인 붉은깔따구다. 시궁창 같은 하수도나 오염된 곳에서 살아가는 종으로 4대강 사업 이후 강바닥에 깊은 펄층이 쌓이면서 우점종이 되었다.

보트 한 대가 강물을 가르며 돌아왔다. 환경부 수 생태 연구를 맡은 조사단이다. 4대강 사업으로 강물이 막히면서 금강은 녹조가 창궐하고 수질 악화를 겪었다. 정부는 수질 개선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수질, 어류, 수 생태 등 각종 조사를 벌이고 있다.

물고기 떼죽음이 발생했을 때는 어류 조사가 이루어졌지만 원인을 밝히진 못했다. 녹조를 제거한다고 녹조제거선을 띄우고 약품인 응집제를 뿌려 강바닥에 가라앉히기도 했다.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했을 때는 분포도 조사를 하면서 한쪽에서는 큰빗이끼벌레를 제거하는 난센스가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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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제보 수위가 내려가면서 공주보 하류에 생겨난 낮은 물가에 백로가 물고기를 잡고 있다. ⓒ 김종술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금강의 수문이 열린 곳과 닫힌 곳은 극과 극이라 할 수 있다. 좋아지고 있다는 것은 과학적 데이터를 비롯해 육안으로도 확인된다. 그런데 정부는 4대강 수문을 닫을 때는 칼같이 닫으면서도 열 때는 온갖 핑계를 대고 늦춘다. 2~3년 만에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던 전문가, 학자, 공무원 등 부역자들의 처벌이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는 약 3만4000개 정도의 댐과 보 등 인공구조물이 있다. 하천 1km당 1개가 넘는 시설이 있는 것이다. 사용처도 불분명한 이런 구조물은 물고기의 이동통로를 차단하고 수생태계의 건강성을 해친다. 물의 주인은 인간이 아닌 물고기들이다. 강변의 주인도 그곳에서 살아가는 야생동식물의 것이다. 지금이라도 원래의 주인에게 되돌리는 운동이 벌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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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이 내려다보이는 청벽에 올라 바라본 금강 석양은 금빛 찬란했다. ⓒ 김종술

 
백제보 수위가 낮아지면서 공주보 아래쪽 유구천 합수부에 3~4평, 4~5평 규모의 작은 모래톱이 생겨나고 있다. 모래톱에 앉아서 본, 금빛 물결이 찬란하게 빛나는 금강의 석양은 왜 이곳의 이름이 '금강'인지 다시 깨닫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