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소행성 충돌
종말론 소재는 다양하다. 이 가운데 소행성 충돌은 아주 특별하다. 충돌지역에 직접 타격해 막대한 영역을 파괴하고 인근에 지진과 화산폭발, 쓰나미를 야기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이후에는 기후변화 가스를 발생시켜 지구 전체를 얼려버리기까지 한다. 말 그대로 '천문학적인 재난'을 일으킨다. 종말론의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존재다.
실제로 종말론이 불거질 때마다 주인공 대접을 받았다. 20세기말, 종말론이 힘을 받던 시기인 1998년에는 우주 도래 위협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 '아마겟돈'과 '딥 임팩트'가 연달아 개봉하기도 했다.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를 덮쳐, 문명과 인류를 파괴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우리 의식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를 단순히 상상 속 위협으로만 받아들여야 할까? 관련 화두를 던진 사건이 최근에 있었다. 우리 시간 기준 지난 22일 오전 6시 45분, 길이가 1.5㎞에 달하는 소행성 '136795(1997 BQ)'가 초속 12㎞ 가까운 속도로 지구에 근접했다.
다행히 충돌 위험은 전혀 없었다. 지구에 근접했을 때도 거리가 615만㎞나 됐다. 이는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16배에 해당한다. 향후에도 이 소행성이 위협이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지구에 다시 근접하는 2027년에도 거리가 약 3000만㎞에 달한다. 그러나 한동안 우리나라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로 소행성이 언급될 정도로 반향이 컸다.
현재 지구에 가까운 소행성은 모두 2만2800개가 넘는다. 이 가운데 지구 가까이 접근하는 궤도를 가진 '지구 위협 소행성(PHA)'은 2084개다. 우리나라 한국천문연구원을 비롯해 각국이 이를 감시하고 있지만, 혹시 모를 위험도 발생할 수 있다. 우주는 넓고, 소행성은 수 없이 많다. 미처 관측하지 못한 소행성이 지구로 향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구에 궤멸적인 타격을 준 것으로 추정되는 소행성이 과거에 있었다. 6600만년 전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소행성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름이 11~81㎞인 이 소행성은 당시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이 멸종하는 원인을 초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증거로 거론되는 것이 해당 지역 칙술루브 충돌구다. 이 충돌구는 직경이 약 180㎞, 깊이는 20㎞에 달한다.
최근 개리스 콜린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박사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해당 소행성이 '가장 치명적인 각도'로 지구와 충돌, 파멸을 불렀다고 주장했다.
3D 충돌 시뮬레이션과 칙술루브 충돌구 암석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행성이 수평 기준 45~60도 각도로 지구와 충돌했다고 밝혔다. 이 여파로 막대한 기후변화 가스와 먼지가 대기 중으로 뿜어졌다. 이들은 햇빛을 차단해 기온을 낮추고, 식물 광합성 작용을 막았다. 연구팀은 이들 작용이 공룡을 비롯한 지구 생물 75%가 사라지게 되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전 고생대 생물도 소행성 충돌로 절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궤멸적인 규모는 아니지만 100여년 전에도 소행성이 원인일 가능성이 거론되는 재난이 존재한다. 1908년 6월 30일 시베리아 퉁구스카 지역에 발생한 폭발로 2000㎢ 숲이 황폐화되는 사건이 실제로 있었다. 무려 8000만 그루에 달하는 나무가 촉발 여파로 쓰러졌다. 구체적인 원인은 아직 확정하기 어렵다. 다만 소행성이 상공에서 폭발한 것이라는 가설이 유력하게 받아들여진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