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없는 미술관'인 고흥의 섬

고흥 8경부터 고흥 9미까지, 섬속의 섬 연홍도의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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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이라는 푸르디 푸른 5월이다. 코로나19로 위축되어 있다고 하지만 움츠리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 지난 주말 고흥반도에서 5월의 나들이를 즐겼다.

아침 일찍 서울을 출발해 도착한 곳이 고흥 녹동항이다. 이곳에서 잠깐 업무를 본 후 섬속의 섬이라는 연홍도를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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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흥과 소록도 그리고 거금도를 잇는 거금대교는 8년전인 2012년 완공됐다. ⓒ 추광규

 
코로나19 때문에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는 서글픈 역사의 소록도를 지난 후 거금대교를 건너 거금도 신양 선착장에 도착했다. 맞은편에 연홍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

도선배를 탄지 수분 만에 연홍도 선착장에 닿았다. 자그마한 섬에 내리니 푸근한 여인네의 가슴에라도 기댄 것처럼 기분 좋은 느긋함이 적셔온다.

연홍도는 섬 속에 미술관을 가진 국내 유일의 섬이라고 한다. 면적 0.55㎢, 해안선 길이 4㎞에 가구 수도 60여 가구에 불과하다.

도선배에서 같이 내린 나이 지긋한 마을 어르신은 부둣가에서 장애인용 전동스쿠터로 갈아탄 후 능숙하게 운전해 마을 안쪽으로 사라져 갔다.

부둣가를 벗어나니 이곳이 유명 관광지임을 나타내듯 안내판이 반긴다. 성수기에는 느긋한 여행과는 거리가 멀 듯한 분위기다.

연홍도는 지난 2015년 '가고 싶은 섬' 사업 일환으로 섬 미술관으로 재탄생한 이후 인기 있는 여행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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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레슬러 김일 백종호 노지심은 모두 고흥 출신이다. ⓒ 추광규

  
안내판을 벗어나 조금 걸어 들어가니 고흥 출신의 박치기왕 김일의 역동적인 모습이 타일에 새겨진 게 인상적이다. 마찬가지로 고흥 출신인 영화 <반칙왕>의 주인공 백종호와 프로레슬러 노지심의 모습도 함께하고 있다.

일행중 한 명이 거금도의 역사를 늘어놓는다. 거억금도. 클 거(巨)에 억 억(億), 쇠 금(金) 자를 쓴다고 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0년대 거금도는 남해안 섬 중에서 비교적 일찍 전기가 들어왔다고 했다.

김일 선수가 청와대를 방문해 소원을 묻는 박 대통령의 말에 자신의 고향인 거금도에 전기가 들어왔으면 한다는 요청을 했고 또 이를 흔쾌히 받아 줬기 때문이란다.

김일 선수의 타일 벽화를 뒤로하고 연홍미술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세히 보노라니 마을 곳곳이 미술관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60여 가구 모두 담장에는 특색 있는 조형물들이 설치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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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곳곳에 놓여 있는 미술작품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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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곳곳에 놓여 있는 미술작품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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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곳곳에 놓여 있는 미술작품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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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곳곳에 놓여 있는 미술작품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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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곳곳에 놓여 있는 미술작품 ⓒ 추광규

 
거창한 조형물은 결코 아니다. 버려진 검정고무신에 야생화를 심어 놓아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는 수준의 작품이다.

또 기왓장이나 장어통발로 만든 화분도 그 기발한 상상력이 인상적이다. 바다에 있어야 할 노를 벽에 부착해 놓고 그 위에 조개 등으로 꾸며 놓았다. 또 철사를 구부려 만든 생선은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야트막한 마을 언덕을 중심으로 담벼락에 세워놓은 작품들은 이곳이 왜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는 평을 듣는지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섬 언덕에서 내려다보니 다도해 쪽빛 물결이 일렁이는 게 한눈에 들어온다. 연홍도 둘레길 에서는 동백나무 등 남녁 섬에서 마주하는 상록수들이 마음속 깊게 싱그러움이 전해왔다.

고개를 넘어 작은 포구를 지나서 걸어 들어가니 폐교된 금산초 연홍분교를 미술관으로 꾸며놓은 '연홍미술관'이 있다.

교실 두 칸은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아담한 갤러리 카페도 인상적이다. 운동장에는 정크아트 작품이 아이들의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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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홍 미술관 마당을 장식하고 있는 정크아트 작품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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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홍 미술관 마당을 장식하고 있는 정크아트 작품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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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홍 미술관 마당을 장식하고 있는 정크아트 작품 ⓒ 추광규

  
고흥 '8경' 중 하나인 연홍도를 돌고나니 고흥의 '9미'가 일행을 유혹한다.

최종 선택을 받은 9미 가운데 이날 점심은 갯장어 샤부샤부, 또 저녁에는 유자 먹인 한우 구이를 선택했다. 다음날 아침에는 장어탕을 택했다. 세 가지 모두 명성에 걸맞는 맛을 자랑한다.

특히 여름철 별미인 갯장어 샤부샤부는 주인장의 능숙한 손질로 하얀 벚꽃처럼 피어난다. 물론 가시 처리도 완벽했다. 생양파 위에 살짝 데친 갯장어 한 점 올리니 입 안 가득 여름의 싱싱한 활력이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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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철 별미인 갯장어 샤부샤부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가시처리다. 얼마만큼 칼집을 넣어 가시를 부드랍게 하느냐의 여부다. 이 집의 가시 처리는 휼륭했다. 갯장어의 풍미를 최대한 끌어 올리게끔 잘 처리가 되어 있었다. ⓒ 추광규

  
축산업은 고흥군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고 했다. 사육되는 한우 두수는 3만여 마리 남짓으로 뛰어난 육질로 명성을 날리고 있단다. 또 그 맛의 비결은 특산물인 유자를 사료로 활용하면서 라고 했다.     

고흥 8경은 팔영산, 남열리 일출, 쑥섬, 나로도 편백숲, 금산해안경관, 연홍도, 소록도, 중산일몰이다. 또 9미는 녹동장어·구이, 고흥계절한정식, 고흥한우구이, 바지락회무침, 갯장어회·샤브샤브, 서대회무침·조림, 전어회·구이, 나로도삼치회·구이, 굴이다.

고흥군은 섬 속의 섬인 연홍도의 가치를 더욱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연말까지 사업비 12억 원을 들여 미술관을 좀 더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가상현실(VR)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다.

미역과 김, 톳 등 지역 특산물을 로컬 푸드로 개발한다. 노약자를 위한 어르신 케어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스마트 기술을 적용한 마을 방송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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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금도에서 내려다본 다도해는 봄을 뒤로 하고 여름맞이에 나선듯 했다. ⓒ 추광규

 
한편 아쉬운 부분은 섬 곳곳의 휴경지를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었다. 온갖 잡초가 무성한 곳을 야생화 꽃밭으로 가꾼다면 얼마나 멋질까를 생각하게 한다. 또 갯벌 곳곳에 방치된 폐어구가 연홍도의 정취를 많이 깎아 내린 부분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연홍도는 한국관광공사가 '폐교의 재탄생&추억의 학교 여행'이라는 테마로 6월 추천 가볼 만한 곳 6곳 가운데 한 곳으로 선정됐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