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제조업생산 금융위기 이후 최악···해외 코로나19 확산에 위축된 한국경제

by
http://img.khan.co.kr/news/2020/05/29/l_2020052901003450700270371.jpg
산업활동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올해 4월 제조업을 주축으로 한 국내 광공업생산이 전세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유럽 등 주요 수출상대국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가 봉쇄돼 수출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국내 코로나19 확산 둔화와 정부지원금 지급 효과 등으로 그간 부진했던 서비스업생산과 소매판매(소비)는 반등했다. 현재 경제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크게 하락하는 등 경기 위축은 심화된 양상이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산업생산은 지난 3월에 비해 2.5% 감소했다. 감소폭은 전달(-0.2%)보다 커졌다. 전산업생산 감소는 코로나19가 확산된 2~3월에는 서비스업생산 부진에 영향을 받은 반면, 지난달에는 광공업생산 부진의 직격탄을 맞았다.

■해외 코로나 확산, 국내 생산에 타격

4월 광공업생산은 전월대비 6.0% 줄었다. 이는 전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 10.5% 하락한 이후 11년4개월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광공업생산의 주축인 제조업생산 감소(-6.4%)도 11년4개월만에 가장 컸다.

통계청은 지난달 해외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봉쇄 여파로 제조업생산이 크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유럽 등 주요 수출국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돼 경제활동이 사실상 중단됐고, 이에 따라 이들 국가로의 수출이 급감해 주요 수출업종인 제조업의 생산이 위축됐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24.3% 감소했고, 무역수지는 99개월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3월까지는 기존 주문에 따라 수출이 이어지면서 제조업생산에 영향이 없었다”면서 “향후 해외의 코로나19 확산폭이나 봉쇄조치가 어떻게 풀려갈지를 지켜봐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품목별로 보면 전세계적인 수요 위축으로 반도체(-15.6%)와 자동차(-13.4%) 생산이 크게 줄었다. 반도체 생산 감소폭은 2008년 12월(-16.9%) 이후 11년4개월만에 가장 컸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68.6%)은 전월대비 5.7%포인트 감소했다. 하락폭은 2008년 12월(-7.2%포인트) 이후 가장 크며, 가동률 수준은 2009년 2월(66.8%) 이후 가장 낮았다.

■부진했던 서비스업생산·소비 반등

지난달 광공업생산이 크게 위축됐던 것과는 달리 서비스업생산은 전월대비 0.5% 증가했다. 지난 2~3월 국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내수 위축으로 역대급 부진을 보이다가 반등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고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이 지급되면서 내수가 소폭 회복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업종별로 보면 서비스업생산 증가는 대면 업종인 숙박·음식점(12.7%)과 교육(2.8%) 등에서 나타났다. 통계청은 “임식점업과 주점·비알콜 음료점업, 숙박업 모두에서 생산이 증가했다”며 “교육은 학원업을 중심으로 증가한 모습”이라고 밝혔다.

지난 1~3월 마이너스 증가폭을 보여온 소비는 지난달 5.3% 늘어 반등세가 뚜렷했다. 의복 등 준내구재(20.0%)와 승용차 등 내구재(4.1%), 화장품 등 비내구재(1.6%) 소비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승용차의 경우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한시적으로 신차 구매시 개별소비세를 70% 인하하는 등 할인혜택이 확대된 영향이 작용했다.

이러한 반등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업생산과 소비 정도는 여전히 높지 않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안형준 심의관은 “서비스업생산은 2016년, 소비는 2018년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5~6월 산업활동동향에는 정부지원금의 정책효과 등이 서비스업생산과 소비 증가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위축 심화된 한국경제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 2월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난 경기 부진은 점점 심화되는 모습이다. 현재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달 1.3포인트 줄어 3개월 연속 하락했다. 감소폭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3월(-2.0포인트) 이후 22년1개월만에 가장 컸다. 지난 2월(-0.6포인트)와 3월(-1.2포인트) 이후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안형준 심의관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낙폭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가 많이 위축돼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경기 상황 전망을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5포인트 감소했다. 이 또한 3개월 연속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