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년 맞은 ‘검은사막 모바일’, 매출 아닌 재미에 집중하겠다
by 김영훈 기자펄어비스의 모바일 플랫폼 진출작 ‘검은사막 모바일’이 어느덧 서비스 2주년을 맞았다. 5월 29일 기준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는 13위. 대형 MMORPG가 끊임없이 난립하고 또 사그라지는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이만하면 그 나름의 확고한 기반을 다지는데 성공한 셈이다. 한때는 원작 ‘검은사막 온라인’과의 자가잠식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으나, 이제는 두 작품이 함께 펄어비스를 견인하는 든든한 쌍두마차로 거듭났다. 물론 ‘검은사막 모바일’이라고 지난 2년간의 서비스가 마냥 평탄하진 않았다. 여러 탄탄한 업데이트와 그에 따른 긍정적 반응도 컸지만 그만큼 잘못된 패치나 어그러진 밸런스로 적잖이 홍역을 앓기도 했다. 당장 서비스 2주년을 맞은 작금에도, 신규 캐릭터 아처가 호평을 받는 와중에 별자리 시스템은 여론의 뭇매를 맞는 상황이다. 결국 라이브 서비스란 무던히도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어떻게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니까. 그래서 펄어비스를 찾았다. 새롭게 등장한 아처는 물론이고 다가올 하반기 업데이트, 무엇보다 최근 불거진 이슈와 그에 따른 ‘검은사막 모바일’ 개발 방향성의 재정비에 대해 두루 듣고 싶었다. 다행히 개발실 인근 카페에서 만난 남창기 PD는 그간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들려주었다. ● 며칠 전(5월 26일) 아처가 업데이트됐다. 어떠한 컨셉으로 설계한 캐릭터인가 : 속사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원거리 공격수로 이미 헌터가 있기 때문에 서로 컨셉이 겹쳐선 안됐다. 한편으로 연발 사격에 이펙트를 과하게 입혔더니 무슨 광선총처럼 되어서, 석궁 느낌이 나도록 조정한 것이 현재의 버전이다. ● 아처가 업데이트되고 눈에 띄는 반응이 있나, 뭔가 지표가 상승했다거나 : 아처 업데이트 이후 신규 및 복귀 이용자가 약 2.5배 정도 늘었고, 아처 캐릭터의 생성 수를 보았을 때 홍련 대비 같은 기간 2배를 기록할 만큼 높은 수치를 보였다. 그만큼 많은 유저 여러분이 기대를 해준 것 같다. ● PC 원작에서 캐릭터를 가져올 때, 어떤 부분에 주로 신경을 쓰는 편인가 : 가져온다는 표현보다는 완전히 새롭게 만드는 것에 가깝다. ‘검은사막 온라인’은 아무래도 캐릭터의 디테일이 많고 무겁기 때문에, 그걸 최대한 가볍게 덜어내고 쿼터뷰에서 멋있게 보일만한 액션만 골라 재창조한다. ● 모바일의 경우 원작과 달리 각성이 먼저 나오고 비각성이 나중에 추가되기도 했는데 : 아처의 각성 무기는 태궁인데, 모바일에선 헌터와 차별화를 두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처의 빠른 몸놀림에 태궁의 긴 사거리가 더해지면 헌터보다 너무 우월한 감도 있고. ● 그렇다면 훗날 ‘검은사막 모바일’에 태궁이 추가되더라도 PC와는 다른 모습이겠다 : 그건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다. 다음 업데이트할 캐릭터는 또 전혀 다른 컨셉이라 일단은 그쪽에 집중하는 중이다. 태궁의 경우, 충분히 고민한다면 헌터와는 다른 느낌을 낼 수 있으리라 본다. ● 벌써 다음 업데이트할 캐릭터를 작업 중인가. 작은 단서라도 줄 수 있겠나 : 남자다. 아처도 상당히 오랜만에 추가되는 남자 캐릭터였는데 어쩌다 보니 연속으로(웃음). ● 신규 캐릭터라니 말이지만, ‘검은사막 모바일’ 전용 캐릭터 이야기가 꾸준히 나왔는데 : 나로선 가장 만들고 싶은 콘텐츠고 이미 컨셉도 어느정도 정해 놓았다. 다만 실질적으로 전용 캐릭터를 바닥부터 설계하자면 공수가 워낙 많이 들어서, 빠른 시일 내에 뭔가를 보여주긴 어려울 듯하다. 그래도 올해안에는 준비에 착수할 것이다. ● 신규도 좋지만 기존 캐릭터의 밸런스 조정이 시급하다. 타이탄은 왜 하냐는 말이 나온다 : 얼마 전에 낭랑과 천랑의 밸런스 패치가 있긴 했다. 다음 주에도 밸런스 패치가 또 있을 예정이고. 다만 론칭 초기처럼 지나치게 잦은 밸런스 패치는 메타가 너무 급변하여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어느정도 템포를 늦추는 중인 것은 맞다. ● 투신의 각성을 기다리는 유저가 적잖은데, 여전히 개발 계획이 없는 건가 : 투신 각성에 대한 요청이 워낙 많아서 다시금 내부적인 검토를 거쳤다. 문제는 모바일 플랫폼의 한계 상 동기화 문제로 복혼분신을 구현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언젠가 기술적인 제약이 풀린다면 투신 각성도 선보이고 싶지만 당장은 계획을 잡기 어렵다. ● 기존 캐릭터에게 새로운 스킬을 준다든가, 뭔가 전투의 다양성을 부여하면 좋겠다 : 원작부터 스킬이 많기 때문에 더 추가하는 것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래서는 게임이 너무 어려워진다. 사실 대다수 유저가 지금도 게임이 너무 어렵다고 느낀다. 콤보를 알려줘도 제대로 쓰지 못할 정도다. 예를 들어 아처의 경우 원작처럼 전후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며 플레이하도록 설계했다가, 모바일 기기로 플레이하기 너무 어려운 듯하여 업데이트 닷새 전에 급하게 수정했다. 물론 손컨에 능한 고수도 있지만 게임을 라이트하게 즐기는 분들이 더 많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 그러고보니 원래 콤보 가이드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빠졌다 : 콤보 가이드를 제공했더니 딱 그 콤보만 쓰더라. 그래서 뷰티 앨범처럼 유저 스스로가 자신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방안으로 개편을 준비 중이다. ● 아처는 반응이 좋았지만, 별자리 시스템에 대해선 비판적인 여론이 매우 거셌는데 : 정확히는 별자리 자체보다는 용맹의 증표 때문에 불거진 이슈라 본다. 아마도 아예 새로운 재화를 도입했다면 이만큼 큰 문제가 되진 않았을 텐데. 자꾸 재화의 가짓수를 늘리기보다 기존에 보유한 것을 재활용해보자는 의도가 유저 여러분에게는 불합리하게 느껴진 듯하다. 우리의 목적은 용맹의 증표를 구하기 어렵게 만들어서 과금을 유도하자는 게 결코 아니었다. 개발자로서 가장 기분 좋은 일은 유저 여러분이 우리가 만든 콘텐츠를 많이 즐겨주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벤트를 통해 용맹의 증표를 많이 풀어서 플레이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 ● 차기 업데이트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대양은 대사막만큼 오래 걸리진 않을 거라 했는데 : 최소한 올 여름이 다 가기 전까지는 대양을 선보이려 한다. 현재는 밑바탕을 깔아 둔 상태다. 다만 대양에 앞서 큰 패치가 하나 있어서, 먼저 그걸 마무리한 후 총력을 기울이려 한다. ● 그렇다면 대양 업데이트에 앞선 큰 패치가 무엇인지 알려달라 : 하둠의 영역을 둘러싼 여러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패치다. 현재는 진입하기도 번거롭고, 난이도도 너무 높은데다, 하둠 장비를 뭐하러 끼는지도 잘 모르겠다는 피드백이 많다. 이런 부분을 두루 고려하여 하둠을 보다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조정할 것이다. ● 대양은 PC 원작과 비슷한 모습인가, 어떤 방향의 콘텐츠가 될지 : 무역 위주로 보고 있다. 다만 아직은 개발 단계이기 때문에 섣불리 무엇이라 말하기 어렵다. ● 정치 시스템도 준비 중이라 하지 않았나, 무언가 진척이 있는지 : 정치는 7월까지는 선보이려 했는데 일정이 밀려서 대양 업데이트 이후가 될 듯하다. 사실 앞서 언급한 하둠의 영역부터 고치려고 대양이나 정치가 다 조금씩 미뤄 놓은 상황이다. ● 그간 랭킹전부터 태양의 전장까지 PvP 콘텐츠 업데이트가 많았다. 내부 평가는 어떤가 : 내부적으로는 아직 만족하지 못하는 상태다. 우리도 직접 밸런스를 체감하며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앞으로는 신규 PvP 콘텐츠를 내기보다 기존의 것을 개선하는데 집중하려 한다. ● 태양의 전장만 해도 수차례 패치가 있었는데, 앞으로도 뭔가 조정이 남았나 : 6월 중에 또 패치가 있다. 지금의 보정 수준이 적절하지 못한 듯하여 유저 여러분이 납득할 수 있도록 조정할 것이다. 기여도 시스템에도 좀 문제가 있는데, 현재는 상대를 제압했을 때만 기여도가 인정되지만 앞으로는 거점 점령처럼 아군에게 이득이 되는 행위를 했을 때도 기여도가 오르도록 수정할 계획이다. ● 랭킹전이 원콤에 상대를 죽이는, 이른바 죽창전이 되어간다. 보정을 강화할 생각이 있나 : 일반전이 손컨에 의한 정정당당 PvP라면 랭킹전은 처음부터 전투력이 높은 유저가 우위를 점하도록 설계했다. 그럼에도 필드와 달리 판정기가 제한되다 보니 홍련이나 투신이 후다닥 달려들어 보다 전투력이 높은 상대를 털어버리기도 한다. 나도 가끔 전투력에 밀려서 패배하면 “아, 보정 더 넣을까” 싶긴 한데(웃음), 그 정반대 상황도 왕왕 겪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랭킹전에서의 보정은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다. ● 거점전/공성전과 같은 대규모 콘텐츠는 전투력이 낮은 유저가 즐길 방도가 거의 없다 : 태양의 전장은 보정이 쌔게 들어가기 때문에 전투력이 낮아도 쉽게 죽진 않는데, 거점전/공성전은 콘텐츠 컨셉 상 그러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마력탄을 날라서 대포를 쏘는 식으로 전투력이 낮은 유저도 거점전/공성전에서 길드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은 고민 중이다. ● 장비를 수급하려면 월드보스를 끊임없이 잡아야 하는데, 재료 요구량이 거의 1,000개 가까이 된다 : 그렇다고 갑자기 요구량을 줄이거나 드랍율을 높이는 건 이제껏 노력해온 분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대신 월드보스 입장권을 더 쉽게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파편을 많이 뿌리는 이벤트도 자주 개최하겠다. 어쨌든 ‘검은사막 모바일’도 서비스 2년이 넘어간 만큼 장비를 맞추는 허들은 계속해서 낮아지긴 할 것이다. ● 월드보스 중에서도 유독 쿠툼이 잡는데 너무 오래 걸린다 : 사실 쿠툼은 손컨을 많이 요하는 레이드의 느낌을 내고 싶었다. 그런데 대다수 유저 여러분이 자동으로 돌리는 것이 현실이라 어떤 방향성이 맞는지 고민 중이다. 내부적인 월드보스 사냥 시간은 5~7분 정도가 목표이기 때문에 밸런스를 조정하긴 할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기존 월드보스처럼 순식간에 죽이는 방향은 아니다. ● 요즘 모바일 MMORPG는 전 서버를 아우르는 콘텐츠가 많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어떤가 : 일단 태양의 전장이 그런 컨셉이긴 하다. 여기에 앞으로는 A 서버 네임드와 B 서버 네임드가 싸운다든지, 그걸 전 서버 유저가 모여서 관전한다든지 하는 콘텐츠도 고려 중이다. 생각만해도 재미있지 않겠나. ● 궁극적으로 전체 서버를 연결하여 단일화하는 것이 목표일 듯하다 : 그렇기는 한데 당장은 기술적인 제약이 크다. 모든 유저가 다같이 게임을 하면 얼마나 즐겁겠나. 언젠가는 추구해야할 방향이다. ● PC로 ‘검은사막 모바일’을 즐기는 유저도 꽤 될 텐데, 전용 런처가 있다면 좋겠다 : 실제로 개발이 상당부분 진행되었으나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이미 PC로 게임을 즐기기에 많이 편해진 상황이기도 하고. 절대로 안 낸다는 건 아니지만 당장은 전할 소식이 없다. ● 전반적으로 신규 콘텐츠에 집중하기 보다 기존의 것을 개선하겠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 별자리 시스템을 둘러싼 논란이, 그간의 게임 개발과 서비스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언제부턴가 재미 그 자체에 집중하는 마음가짐이 흐트러지진 않았는지. 이번에 제대로 깨달은 점이 있다면 개발자는 매출이 아니라 유저 여러분을 즐겁게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 코로나 사태로 오프라인 이벤트가 어려운 시기다. 어떠한 방식으로 소통해갈 계획인지 : 많은 유저 여러분이 앞으로의 개발 방향성에 대해 궁금해하는 만큼, 앞으로는 모영순님의 생방송에 출연하여 직접 소통에 나설 것이다. 아마도 조만간 만나 뵐 수 있지 않을까(웃음).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