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노력 발목 잡나'…대한항공, 서울시 '송현동 공원 조성' 발표에 속앓이(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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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28일 "송현동 부지, 연내 문화공원 계획" 발표
대한항공, 자구노력으로 송현동 부지 등 매각 진행 중
서울시가 매입하면 단기간 내 자본확충 어려울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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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 송현동 부지의 모습. (사진=서울시 제공) 2020.05.2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위기 극복 중인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를 사겠다는 서울시의 발표에 난감해졌다. 대한항공은 자구 노력 차원에서 송현동 부지의 매각에 나선 상황인데, 서울시가 이곳에 공원을 만들 계획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서울시가 이 부지를 매입하면 부동산 단가 등을 고려할 때 대한항공은 일반 기업 등 민간에게 넘기는 것 보다 적은 금액을 손에 쥘 수밖에 없다. 단기간 내 자본 확충을 해야하는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서울시 계획이 반가울 리 없다.

서울시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날 제7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개최해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 공원 결정(안) 자문을 상정한 결과, 공원 조성 찬성 입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원회 자문의견을 반영해 6월 중 열람공고 등 관련절차를 추진하고 올해 안에 문화공원으로 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서 시는 대한항공 소유의 종로구 송현동 부지(3만7000㎡)를 매입해 공원 조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송현동 부지는 경복궁 동쪽에 위치해 있으며 인사동, 광화문광장 등과 인접해 서울 도심의 '금싸라기 땅'으로 여겨진다.

해당 부지는 일본과 미국이 차례로 소유권을 보유한 뒤 1997년에서야 우리나라로 반환됐다. 대한항공은 한옥호텔 사업 등을 추진하기 위해 인수했지만 모두 무산됐고, 최근 재무구조 개선 작업의 일환으로 부지 매각을 검토하고 나섰다.

이 가운데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 매입을 추진하면서 대한항공은 당혹스러움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최근 국책은행으로부터 1조2000억원의 자금을 수혈받고, 특별약정을 통해 자본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송현동 부지 등 유휴자산 매각을 이사회 의결을 통해 진행 중이다. 지난 4월에는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그룹 유휴자산 매각 주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자구 노력 차원에서 매각에 나선 상황에서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 내 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하자, 제3자의 송현동 매입 가능성을 막는 것과 다름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서울시가 공원 건립이라는 공익 목적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강제 수용에 나설 수도 있다. 시 관계자는 "공원 조성은 도로 조성과 같은 개념으로 봐야 한다"라며 "가급적 협의를 해서 처리해야 하는데 불가능하면 강제 수용 절차로 들어간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를 매입할 시 대금 납부 기한이 늦어지고,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단 관측도 이어진다.앞서 대한항공은 유휴자산 매각은 이사회 의결 절차가 필요한 사안으로, 적정가격을 받지 못할 경우 배임에 해당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는 자체감정평가, 예산확보 등 대금 납부 기한이 최소 2년가량 소요된다고 밝힌 바 있다"라며 "또한 시장 가격이 5000억~6000억원에 달하지만, 서울시는 절반 이하 수준을 예산으로 생각하고 있다는데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단기간 내 자본 확충이 어려워질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국책은행의 1조2000억원 규모 자금 수혈에 이어 정부가 조성한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도 추가 지원을 받게 되면 일단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매달 항공기 리스료 등 고정비용만 5000억~6000억원 수준이고, 연간 금융비용도 5000억~6000억원에 달해 코로나19 여파가 길어지면 안심할 수 없다는게 회사 안팎의 인식이다.

한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28일 손경식 CJ그룹 회장의 장인인 고(故) 김봉환 전 국회의원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나오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송현동 부지가) 안 팔리면 가지고 있겠다"라며 "(부지 매수자는) 정해진 게 없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eg@newsis.com